7청정(淸淨)과 16단계 지혜(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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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청정(淸淨)과 16단계 지혜(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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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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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설법 아짠 마하 부와의 수행법문 - 열세 번째 법회(2)

이 글은 태국을 대표하는 위빠사나 대선사, 아짠 마하 부와가 영국을 초청방문하여(1974년 6월) 설한 법문과 질의 응답들을 수록한 수행법문집, 『The Dhamma Teaching of Acariya Maha Boowa in London』 중, 열세 번째 법회의 질의 응답입니다.

7. 지(知)와 견(見)에 의한 청정

13) 종성(種姓)의 지혜(gotrabhu-nana)
12단계 ‘수순의 지혜’가 일어난 직후에 모든 현상들이 소멸된 열반(涅槃)에 첫발을 내딛게 되는데, 이 최초로 모든 감각이 끊어진 심찰나(心刹那)의 상태를 ‘종성의 지혜’라 이릅니다. 이 단계는 세간(世間)의 마지막 단계인 6청정과 출세간(出世間)의 첫 단계인 7청정 사이에 머무는 중간 상태로, 무상·고·무아로 현상을 통찰하지 않으므로 6청정에 속하지 않으며, 열반을 대상으로 인지하지만 사성제(四聖諦)를 가리는 번뇌가 아직 제거되지 못해 7청정에도 속하지 않습니다.
‘종성’이란 종족의 성씨로, 이 지혜에 이르면 범부(凡夫)에서 성인(聖人)으로 계통이 바뀌게 됨을 의미합니다. 즉 출세간 도(道)의 성취에 근접하는, 위빠사나의 (실질적) 마지막 단계이자 열반으로 전향하는 첫 단계로, 첫 번째 도과(道果)인 ‘수다원’에 이르기 직전의 단계입니다.

14) 도(道)의 지혜(magga-nana)
‘종성의 지혜’가 한순간 진행된 직후, 사성제를 닦으면서 모든 현상들이 소멸된 열반을 대상으로 인지하여 체험하는 ‘도의 지혜’에 비로소 들어서게 됩니다.
열반에는 도의 단계와 과(果)의 단계가 있습니다. ‘도’는 열반을 지향하거나 그에 이르는 상태이며, ‘과’는 열반을 성취하여 성위(聖位)에 든 상태입니다. 도에 들어섬과 동시에 과를 통과하며, 도의 완전한 증득(證得)이 과인 것입니다.
도에 진입할 때는 초선(初禪)부터 4선을 거쳐 곧바로 들게 되는데, 대상이 먼저 사라지고 이를 알아차리는 마음(sati)마저 따라서 사라지면서 순식간에 멸(滅)의 상태인 열반으로 빨려들게 됩니다. 이 상태를 처음 체험할 때는 찰나에 스쳐지나가므로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하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이 진공(眞空) 상태가 수십 분, 몇 시간 이상 지속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열반에 머무는 시간은 선정력(禪定力)에 좌우되지만, 도에 진입 여부는 사띠(sati, 마음챙김)에 좌우됩니다.

15) 과(果)의 지혜(phala-nana)
도에 진입하면 곧바로 과에 들게 되는데, ‘도의 지혜’의 마지막 진행단계에서 ‘과의 지혜’가 일어납니다. 이 지혜 역시 열반을 대상으로 순식간에 스쳐 지나갑니다.
출세간의 도과(道果)는 4가지 단계로 구분됩니다.
① 수다원 도과(sotapatti magga phala, 預流): 유신견, 사견, 의심, 질투, 계율과 의식에 대한 집착 등에서 벗어난 첫 번째 도과로, 마음이 5장애(감각적 욕망, 악의, 무기력, 불안, 의심)에서 완전히 벗어나 맑은 평온함과 행복감이 절로 솟아나서 법열(法悅)의 환희에 휩싸이는 일대 변혁이 일어납니다. 도에 들자마자 과를 통과한 직후에 알아차림이 되돌아오는 순간, 도과를 통과한 전(全)과정을 정확하게 알 수 있으며 한순간 밝은 불빛이나 어떤 형상을 보거나 번뇌가 제거되면서 통증과 열감이 야기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열반을 체험한 직후에는 사띠가 느슨해져 정신적 흐름을 명확히 알아차릴 수 없어 대상이 모호해지므로 수행이 퇴보된 것처럼 느껴지지만, 며칠 지나면 완화되어 다시 현상을 명확하고 순일하게 알아차리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수다원을 성취했을 때 사띠의 힘이 가장 왕성하므로 계속 용맹정진해 더 높은 도과를 증득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단계적으로 서원(誓願)을 세우는 것이 효율적인데, 처음에는 열반에 머무는 시간을 미리 설정하고 지켜지도록 서원합니다. 이렇게 진지한 자세로 용맹정진하면 대부분 설정한 시간을 지킬 수 있게 되며, 점진적으로 시간을 늘려가 열반에 오래 머물게 됩니다.
첫 서원이 충분히 실현되면 다음 단계로 수다원 도과의 열반에 빨리 자주 들게 되기를 서원합니다. 도과를 성취하는 과정에서는 무수한 열반을 체험하기 마련인데, 수다원 단계에서는 최초로 열반을 체험했어도 반복해서 원하는 시간에 쉽게 열반에 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 서원들도 충분히 실현되어 2번째 도과인 사다함에 오르려면 수다원의 도과에 집착하지 않도록 “설정한 시간 내에 수다원에서 성취한 모든 법을 버려 다시 반복되지 않고, 보다 높은 법을 성취하겠다.”는 서원을 세우고, 평소처럼 정신적·육체적 현상들을 관찰하여 알아차리면서 정진해야 합니다.
이 수행은 4단계 ‘생멸의 지혜’에서 출발하며, 11단계 ‘현상에 대한 평등의 지혜’에 도달하기까지 하루 정도 걸립니다. 이 과정에서도 밝은 빛이나 형상이 나타나고 통증을 느끼거나 육체적·정신적 흐름의 생멸현상이 명확하게 나타나는데, 그 진행과정이 이전보다 훨씬 더 명료하고 예리하게 드러납니다. 때로는 ‘평등의 지혜’ 단계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 채 몇 달 또는 수년 동안 머물게 될 수도 있지만, 지혜의 힘이 충분히 성숙되면 사다함에 이르게 됩니다. 이 단계부터는 눈 밝은 스승의 지도가 절실히 필요해집니다.
② 사다함 도과(sakadagami magga phala, 一來): 수다원의 윗단계인 2번째 도과로, 거친 탐·진·치가 제거되어 아직 미미한 번뇌들이 잔존하기는 하지만 드물게 일어나는 단계입니다. 사다함에서 3번째 도과인 아나함에 오르려 수행할 때도 ①과 마찬가지로 “설정한 시간 내에 사다함에서 성취한 모든 법을 버려 반복되지 않고, 보다 높은 법을 성취하겠다.”는 서원을 세운 다음, 역시 ‘생멸의 지혜’에서 출발합니다. ‘평등의 지혜’까지 금방 도달하게 되므로 지혜가 충분히 성숙되면 아나함에 오르게 되지만, 결코 쉽지 않아 오랜 시간이 소요됩니다. 수다원과 사다함은 계행(戒行)을 잘 준수하면 비교적 어렵지 않게 성취할 수 있지만, 아나함은 선정삼매가 충분히 깊어져야 성취되므로 힘겨운 용맹정진이 필연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③ 아나함 도과(anagami magga phala, 不還): 사다함의 윗단계인 3번째 도과로, 욕계의 감각적 욕망과 성냄, 근심 등이 제거된 상태입니다. 이 단계에서 마지막 도과인 아라한에 오르려 할 때는 “정해진 시간 동안 아나함이 다시 반복되지 않고,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최상의 지혜를 성취할 수 있기를” 서원하면서, 앞 단계들과 동일한 수행과정을 거치며 용맹정진하여 아라한에 오릅니다.
④ 아라한 도과(arahanta magga phala, 應供): 불법의 최고 단계이자 마지막 도과로, 모든 번뇌·무명의 뿌리가 완전히 뽑혀 최상의 성자인 아라한(arahant)에 등극합니다.

이처럼 매 단계마다 반복되는 수행과정과 용맹정진으로 각 도과의 지혜가 성숙되며, 이를 위해서는 사념처(四念處) 수행이 필수적입니다. 이들 도과의 증득은 공덕(功德)과 5근(信·念·精進·定·慧)이 성숙된 수행자에 한해서만 가능하며, 이 덕목들이 부실한 수행자는 ‘현상에 대한 평등의 지혜’ 단계에 계속 머물게 됩니다. 이상의 4가지 도과에 대한 지혜를 ‘지와 견에 의한 청정’이라 이릅니다.

-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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