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만 먹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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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만 먹는 아이
  • 관리자
  • 승인 2008.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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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의 손길

누워 있는 아이를 바라보는데 울컥, 슬픔이 떼로 몰려온다. 2006년 8월, 승우(3세)는 2.3kg의 미숙아로 태어났다. 그 작은 몸에 ‘식도 폐쇄증’이라는 선천성 이상을 안고 있었다. 식도와 위가 연결되어 있어야 하는데, 그 통로가 어긋나 있는 것이다. 침도 삼키지 못하기 때문에, 태어나서 엄마 젖 한 번 물어 보지 못했다. 또한 정밀검사를 해보니, 십이지장과 췌장이 기형이었으며 장 협착증이 나타났다.
즉시 썩거나 기형인 부분을 제거하고 바로 잡는 수술을 했다. 식도와 위를 연결하는 수술은 돌이 지나서야 할 수 있었다. 그 동안 배에 튜브(관)를 꽂고 우유를 섭취하며 자랐다. 이 외에도 승우는 양손이 정상적이지 않았다. 오른손은 손가락이 여섯 개인 육손이고, 왼손은 엄지가 기형이었다. 앞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 크게 장애가 될 것 같아, 지난 해 11월 양손 모두 손가락 하나씩 절단하는 수술을 받았다.
현재 승우는 병원에 입원해 입으로 먹는 훈련을 받고 있다. 혀에 자극을 줘서 침을 삼킬 수 있도록 재활치료를 하고 있지만, 전혀 음식을 입에 대려고 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아직까지도 장에 연결한 튜브를 통해 우유만 섭취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영양주사를 맞긴 하지만, 먹는 게 우유밖에 없으니 힘에 부쳐 잘 앉지도 못합니다. 태어난 지 1년 3개월 만에 3번의 커다란 수술을 받고 폐렴까지 앓아서인지, 발달장애 현상을 보이고 있어요. 아직도 말을 못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 조급해지고 불안한 마음만 듭니다.”
승우의 엄마 정경숙(36세) 씨도 많이 지쳐보였다. 마른 체형에 눈자위가 움푹 패여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하긴 병원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큰딸 유진(6세)이까지 보살펴야 하니 그 고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승우네를 찾은 날은 마침 병원에서 외박 허가를 받고 모처럼 집에 온 날이었다. 혹시 집에서는 음식을 먹지 않을까 해서 의사 선생님이 배려를 한 것이다. 오랜만에 집에 와서인지 승우는 표정이 밝아 보였다. 그러나 10여 분에 한 번씩 가래가 차올라, 목에 뚫어놓은 구멍을 통해 석션(suction, 흡입)기로 가래를 제거한다.
정경숙 씨는 올케 언니와 애들 고모의 주선으로 남편 한의성(37세) 씨를 만나 5년 전 결혼하게 되었다. 결혼 전 친정 부모님이 병환으로 모두 돌아가셨는데, 그 빈자리를 남편과 유진이가 든든하게 채워주었다. 그런데 행복했던 가정에 위기가 찾아왔다. 중소기업(자동차 부품회사)에 다니던 남편이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주방 주문 제작)을 시작했는데,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 승우를 임신할 무렵, 남편은 큰 손해를 보고 하던 일을 접게 되었다.
“승우가 건강하게 태어나지 못한 것은 다 저 때문입니다. 승우가 뱃속에 있을 때, 남편의 일 문제로 워낙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거든요. 좋은 것만 생각하고 마음을 편하게 가졌어야 했는데….”
정경숙 씨는 승우에게 뿐만 아니라 유진이에게도 죄책감을 갖고 있다. 승우의 병간호를 위해 유진이를 시어머니께 맡겼는데, 부모와 떨어진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였다. 밤에 오줌을 싸고 손톱을 뜯는 등 정서불안 증세를 보이며, 낯선 사람이 있으면 말을 않고 입을 닫아버린다. 계속적인 심리 치료가 필요하지만, 경제적 문제로 약물치료에만 의존하고 있다. 그간 전세자금과 승우 치료비로 수천만원의 빚을 져, 오는 봄이면 전세(5,700만원)를 빼 빚을 갚고 월세로 옮길 생각이다.
돌아오는 길, 겨울의 짧은 해가 어둑하다. 불 밝히는 거리에서 자꾸만 승우의 창백한 얼굴이 눈에 밟힌다. ‘한번 따뜻하게 안아주고라도 올 걸’, 나의 무뚝뚝함에 서운한 후회가 깃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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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개월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습니다. 병원비 때문에 여기저기 손을 벌리며 부끄러움도 잊게 됐습니다. 내 아이니까, 겨우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어려서부터 평온한 삶을 살다가 갑작스레 여러 어려움을 겪다보니 종교가 왜 필요한지 알 것 같습니다. 친정 부모님들이 모두 불자셨습니다. 승우가 조금 괜찮아지면 저도 절에 다니며, 마음 공부의 길을 걸어갈 것입니다.”
「보왕삼매론」에 “살면서 어려움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 어려움을 조금씩 이겨내다보면, 조그만 것에도 감사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이 달라질 것입니다. 사업 실패와 아들 승우의 선천성질환으로 실의에 빠져있던 한의성 씨가 다시 힘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으로 취직해, 전기기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행복한 가정을 위해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승우네 가족에게 불자 여러분의 작은 정성과 관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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