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에서는 체질에 따라 혈압도 다른 것으로 봅니다. 이것을 계절의 특성으로도 설명하는데, 오행 중 목(木)의 기운은 겨울의 응축된 힘을 뚫고 나오는 봄의 기운으로 말할 수 있습니다. 뚫고 나오려는 강한 기운은 혈관벽을 강력하게 확장시키려는 압력이 센 것으로 높은 혈압의 성향을 보입니다. 화(火)는 밖으로 나온 봄의 기운이 화사하게 널리 퍼져 많은 꽃을 피워 내는 여름과 같습니다. 그래서 혈관벽에 미치는 힘이 약하여 낮은 혈압을 갖습니다.
금(金)은 여름내 펼쳐져 있던 기운을 거둬들이고자 하는 가을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아직 걷어 들인 양이 많지 않으므로 혈액량이 모자라는 저혈압 체질에 속합니다. 수(水)는 가을에 거둬들인 결과물을 아래에서 잘 저장하는 겨울에 해당합니다. 혈압으로는 혈액량이 많은 고혈압을 띱니다. 토(土)는 목, 화, 금, 수의 진행이 잘 이루어지도록 옆에서 보좌하며 균형을 잃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기운과 물질을 모두 넉넉히 갖고서 말입니다. 그래서 혈압이 높은 경향이 있습니다.
우선 목을 보면 수의 응축했던 힘을 뚫고 나오려는 기세가 대단합니다. 뚫으려는 힘과 안 뚫리려는 힘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도 감돌겠지요. 밀고 당기는 기세가 무르익다가 어느 시점이 되면 억누르는 힘이 약해져, 서서히 저항선이 뚫리고 힘이 위로 상승할 것입니다. 목 체질은 이와 같이 밀고 당기는 현상이 많이 발생하는 체질입니다. 그러다 보니 몸 안에서는 긴장감이 많이 감돌지요. 그래서 혈압도 근육의 긴장으로 인한 고혈압이 잘 옵니다. 평균 혈압은 수축기 혈압이 120~140mmHg, 이완기 혈압은 80~100mmHg을 유지하는 것이 보통입니다(‘120~140/80~100’이라고 표기합니다). 나이에 따라 다소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만 목 체질이 혈압이 올라갈 경우에는 근육의 힘을 이완시키는 치료법을 써야 합니다. 양약으로는 베타차단제라는 것이 해당됩니다.
화 체질은 기운이 밖으로 널리 퍼져 흩어지는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응축하려는 힘은 약하지요. 근육의 힘이 없어 혈관이 이완되어 혈압이 떨어지는 형태에 해당합니다. 평상시의 화 체질은 수축기 혈압이 100~110mmHg, 이완기 혈압이 60~70mmHg을 유지합니다(100~110/ 60~70). 만약 위 혈압이 90mmHg 이하로, 아래 혈압이 60mmHg 이하로 떨어지면 심하게 피로를 느끼거나 뒷목이 뻣뻣하고 어지럼증을 느낄 수 있습니다. 치료로는 근력을 강화시키는 영양제를 써야겠지요.
금 체질은 널리 퍼진 기운을 끌어들이긴 하지만 아직 충분한 상태는 아니므로 혈허(血虛)의 현상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금체질은 혈허가 보통으로 나타난다는 뜻이지요. 그러다 보니 금 체질은 체격이 커도 화 체질과 같이 혈압이 낮게 나옵니다. 금 체질이 혈압이 너무 떨어졌을 경우에는 혈액 안에 직접 수액이나 혈액을 주사하는 것처럼 체내의 영양물질이나 수액이 많이 느는 방법이 가장 좋습니다. 한약으로는 보혈제를 쓰거나 보혈제에 보기제를 넣어 씁니다.
수 체질은 많이 거둬들여 혈액이 많은 편에 속합니다. 그러므로 혈류량이 많은 고혈압에 속하지요. 수 체질이 혈압이 오를 경우 신장에 작용하여 혈관 중의 수분의 양을 조절하는 이뇨제를 써서 혈액량을 조절하는 방법을 씁니다.
토 체질은 근육의 긴장과 혈액의 양이 많아서 오는 고혈압의 성질을 띱니다. 그러므로 이런 체질이 혈압이 높을 경우에는 두 가지 방법을 혼합해서 쓰는 것이 좋습니다.
계절적으로 겨울에서 봄이 되는 환절기, 그리고 여름에서 가을이 되는 환절기에 급격한 혈압의 변동이 일어나기 쉽습니다. 대개 3월 초에서 4월 초, 9월 초에서 10월 초에 해당합니다. 그러므로 이때를 대비하여 예방을 하려면 이보다 보름 정도 빠른 2월 중순과 8월 중순에 진찰을 받아 조치를 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혈압은 양의학의 개념으로 수치화되었지만 체질의 특성을 무시하면 오히려 잘못된 결과를 부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혈압을 조절할 때는 이와 같이 자신의 체질적 특성을 잘 파악하여 정확한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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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운 _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동 대학원 한의학박사. 현재 경희으뜸한의원(구로구 개봉동) 원장으로서, 원광디지털대학교 한방건강학과 겸임교수로 있다. 암이나 난치병, 노인성 질환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갖고 있으며, 한의학과 인도 전통의학인 아유르베다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