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질펀하고 흥겨운 한바탕 소리 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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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질펀하고 흥겨운 한바탕 소리 법석!
  • 관리자
  • 승인 2008.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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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산책


2003년 초연 이후 줄곧 뜨거운 관심과 호응을 받았던 창작 타악 공연 ‘야단법석’이 2008년 새해를 맞아 노래, 안무, 스토리 등을 재정비하여 다시 무대에 올랐다. 이미 난타나 두드락처럼 레퍼토리로 자리잡은 타악 공연과는 달리 ‘야단법석’은 전통과 불교라는 요소를 도입해 기존 공연들과의 차별화를 꾀했다. 자칫 불교라는 특정 종교를 강요하거나 고리타분한 전통 타령을 하는 것 아닌가 의심해 볼 수도 있지만, ‘야단법석’은 가장 인간적이고 본질적인 문제들에 대한 고민을 음악으로 풀어낸다. 그리하여 단지 웃고 즐기는 타악 공연이 아닌 질펀한 소리와 춤 속에서 한번쯤 세상과 사람을 느끼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도록, 야단법석은 딱딱한 설법이 아닌 음악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신명나게 두드린다.
5명의 스님과 큰스님, 그리고 보살로 출연하는 8명의 연기자들은 KBS국악경연대회, 서울국악대경연, 전국농악공연대회 등 굵직한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낸 국악 유망주들이다. 이들은 물항아리, 빗자루, 사발과 같은 일상 소품을 이용한 타악기, 운판, 법고, 목어, 범종과 같은 불교 타악기는 물론 장구, 북, 꽹과리, 태평소와 같은 전통 악기로 구성된 타악 연주까지 공연 내내 흥미롭게 다채로운 연주를 보여준다. 다소 정적으로 비춰질 수 있는 불교의 세계는 이들 젊은 가무꾼들의 열정과 패기가 덧입혀지면서 때론 코믹하고, 때론 심오하고, 또 때론 열정적으로 1시간 30분 동안의 야단법석을 유쾌하게 그려낸다.


야단법석, 소란 속에서 부처님의 말씀을 듣다 ●
흔히 시끄럽고 소란스러울 때 사용하는 야단법석이란 단어의 유래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굳이 불자냐 아니냐를 들먹이지 않아도 이 말의 본래 의미를 논한다면 그 의외성에 대부분은 놀라기 마련일 것이다. ‘야단(野壇)’은 ‘야외에 세운 단’이며, ‘법석(法席)’은 ‘불법을 펴는 자리’라는 뜻으로, 풀이하면 ‘야외에 단을 만들어 부처님의 말씀을 듣는 자리’정도로 얘기할 수 있겠다. 석가모니가 영취산에서 법화경에 대해 강좌를 벌였을 당시 3백만 명의 사람들이 모였고, 이로 인한 시끄러움과 어수선함은 엄청났다고 한다. 이후 ‘야단법석’은 비슷한 상황에 대한 비유적 표현으로 쓰이게 되었다.

타악뮤지컬 ‘야단법석’은 이 단어의 유래가 전해주는 재미있는 요소들을 노래와 춤, 연극에 결합해 탄생한 공연이다. 어찌보면 한국식 퓨전 공연이라고 이름 붙여도 무방한 ‘야단법석’은 객석에서 나타난 우공 스님의 등장으로 시작된다. 산사음악회가 열리는 절을 찾고 있는 우공 스님은 겨우겨우 목적지를 찾아가지만 이내 다른 스님들과 사사건건 부딪힌다. 특히나 권위적이고 깐깐해 보이는 허공 스님은 신참내기 우공 스님을 못마땅해 하고, 음악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두 스님은 끊임없이 다툼을 벌인다. 두 스님은 큰스님이 내려준 화두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반성한 뒤 무사히 산사음악회를 치러낸다.
공연은 비교적 단순한 스토리와 느슨한 흐름으로 진행된다. 연기적 요소로서의 대사와 동선은 최소화되어 있지만 대신 음악과 노래, 마임과 표정을 통해 상황과 의미 전달을 충실히 해낸다. 오프닝의 공연은 엄숙하고 웅장하며, 부동의 자세로 연주하는 연주자들이 들려주는 소리는 매우 파워풀하다. 이후, 우공 스님과 무공 스님의 갈등, 그리고 산사음악회를 준비하는 스님들의 일상 속에서 모든 사물과 움직임은 크고 작은 소리로 둔갑한다.

소리의 절정은 아무래도 공연의 엔딩, 즉 스님들이 벌이는 산사음악회다. 스토리에서의 클라이맥스는 이미 끝났지만 공연의 클라이맥스는 여기부터다. 출연자들의 연주가로서의 기량이 숨김없이 분출되는 산사음악회는 단독공연으로도 손색없을 만큼 전통음악의 난타를 제대로 보여준다. 이때부터는 무아지경에 빠지듯 무대와 객석이 하나가 되어 신나는 소리법석이 일어난다. 단 한명도 빠짐없이 모든 관객들은 어깨를 들썩이며 의자 밑에 준비된 악기를 꺼내 스님들의 산사음악회에 동참하고, 그렇게 ‘야단법석’은 끝이 난다.
5명의 스님이 산사음악회를 준비하면서 벌어지는 소소한 일상의 충돌은 산사라는 공간이기에 설득력을 얻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들이기도 하다. 인간적 욕심과 시기, 미움과 질투는 부처님을 모시는 스님들이 극복해나가야 할 과제들이다. ‘야단법석’은 이런 인간적 감정 때문에 갈등하는 스님들을 통해 불교적 진리를 설파하지만, 결코 무겁거나 진지하게만 그려내지 않는다. 한편으로 가볍다고 비판받을 수 있겠지만, 불교라는 종교와 문화에 생소한 관객들에게 ‘야단법석’이 취하는 입장은 오히려 현명하다. 불교가 전하는 진리, 부처님의 말씀이 갖는 깊은 의미를 훈계하고 가르치기보다는 음악과 웃음을 통해 자연스럽게 전달하려는 ‘야단법석’의 신나는 소리 축제는 2월 10일까지 계속된다.

야단법석 공연 안내
시간 _ 화․목․금 7시 30분 | 수․토․공휴일 3시, 7시 30분 | 일요일 3시
장소 _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공연장
문의 _ 02) 929-2183, www.yad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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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균민 _ 동국대학교 영화과 대학원 수료, 영화 칼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스포츠서울, The DVD, K-bench, 무비위크 등에 영화칼럼을 기고했으며, 현재 전주국제영화제 해외영화 코디네이터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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