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태국을 대표하는 위빠사나 대선사, 아짠 마하 부와가 영국을 초청방문하여(1974년 6월) 설한 법문과 질의 응답들을 수록한 수행법문집, 『The Dhamma Teaching of Acariya Maha Boowa in London』 중, 열두 번째 법회의 질의 응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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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_ 열반(涅槃)의 필수조건이라는 청정(淸淨)과 지혜의 수행과정을 구체적으로 알고 싶습니다.
답 _ 위빠사나 수행으로 도과(道果)에 도달해 열반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지혜가 고도로 원숙해져야 합니다. 지혜는 16단계(혹은 10단계)를 순서대로 거쳐 성숙되는데, 이 과정의 필수조건이 바로 ‘청정’입니다. 청정함은 지혜를 일으키는 통찰력을 함양하기 때문입니다. 청정과 지혜는 상호보완 작용으로 상승효과를 이루는, 깨달음의 길을 함께 가는 최상의 도반(道伴)과도 같습니다.
청정에는 7단계(7청정)*가 있으며, 각 단계는 바로 다음 단계의 받침대가 되어줍니다. 첫 번째 청정은 계(戒), 두 번째 청정은 정(定), 나머지 다섯 단계의 청정은 지혜의 근간이 되며, 1~6번째 청정까지는 세간(世間)의 도(道), 마지막 7번째 청정은 출세간(出世間)의 도로 구분됩니다.
1. 지계의 청정(戒淸淨)
계청정은 계(戒)의 준수를 통한 ‘행위의 정화(淨化)’로, 7청정의 기반이 됩니다. 도덕률인 계를 지키지 않으면 몸과 마음의 본성을 통찰할 수 없으므로 수행이 향상될 수 없습니다.
계는 출가수행자의 계와 재가수행자의 계로 구분되는데, 출가수행자의 계는 4가지로 분류됩니다. 첫째는 계목(戒目)을 단속하는 계로, 비구는 227계를 지켜야 합니다. 둘째는 감각기능을 단속하는 계로, 탐·진·치가 일어나지 않도록 마음챙김(sati)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셋째는 출가수행자 본분에 맞게 생계(生計)의 청정을 준수하는 계, 넷째는 필수품을 정법하게 구하고 사용하는 청정을 지키는 계입니다.
재가수행자는 5계(살생, 도둑질, 사음, 거짓말, 음주를 금하는 계율)나 8계(5계에, 화려한 장식이나 가무, 안락한 침대, 오후 식사를 금하는 3계를 더한 계율)를 지켜야 합니다.
2. 마음의 청정(心淸淨)
지혜를 얻기 위해서는 번뇌가 제거되어야 하므로, 계청정으로 다스려진 마음을 집중시켜 번뇌를 차단하는 삼매(samadhi)를 닦아야 합니다.
삼매는 망상이 일어나는 순간 바로 알아차려 알아차림이 끊어짐 없이 지속됨으로써 5장애(감각적 욕망, 악의, 무기력과 혼침, 들뜸과 불안, 회의적 의심)에서 잠시 벗어나 고요하고 청정해진 마음상태에서의 집중으로, 본삼매와 근접삼매, 찰나삼매로 분류됩니다. 본삼매는 사마타(samatha, 禪定, 止) 수행의 선정에서 사용되는 완전히 몰입된 깊은 삼매로 색계(色界) 선정의 최고 경지인 4선정(四禪定)의 상태이며, 근접삼매는 초선정(初禪定)에서 4선정에 근접해가는 초기삼매의 집중상태로 사마타와 위빠사나 수행에서 모두 사용됩니다. 찰나삼매는 순간적 집중상태로 위빠사나 수행에 활용됩니다. 사마타 수행에서는 근접삼매와 본삼매를, 위빠사나 수행에서는 찰나삼매를 ‘마음의 청정’으로 간주합니다.
사마타 수행이 향상되어 5장애들이 사라지면 곧바로 근접삼매에 이르게 되지만, 아직 ‘선정의 5요소(밀착된 주시, 지속적 고찰, 기쁨, 행복, 心一境性)’들이 일어났다 사라짐을 반복하며 불안정하므로 주시(sati)가 표상(表象, nimitta)에서 5요소들로 옮겨가지 못해 본삼매에는 이르지 못합니다. 표상이 명확해야 5요소를 한데 모아 일념(一念)의 상태에서 집중대상으로 의식하는 본삼매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표상은 명상대상의 영상(映像)으로, 이것을 마음속에 일으키려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 사마타 수행의 핵심입니다. 표상에 일념(一念)으로 집중된 상태가 바로 삼매이기 때문입니다. 표상은 준비단계의 표상, 익힌 표상, 닮은 표상으로 분류됩니다.
‘준비단계의 표상’은 표상을 마음속에 일으키려 노력하는 준비단계 수행의 집중대상이며, ‘익힌 표상’은 눈앞의 대상과 똑같이 마음에 인지된 대상의 복사판입니다. 이 ‘익힌 표상’은 일어났다 사라짐을 반복하므로 잘 보호해 ‘닮은 표상’으로 승화되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 사마타 수행에서 가장 중요한 수련입니다. ‘닮은 표상’은 ‘익힌 표상’과 닮았지만 ‘익힌 표상’에 복사된 본래 대상의 결점들이 제거되어 더욱 청정하고 완전한 형태로 마음에 확고하게 자리 잡은 표상입니다. 이것은 색깔도 형태도 없으며 근접삼매를 얻은 수행자의 인식[想]에서 비롯된 ‘나타남’의 한 형태일 뿐이지만, 이 표상이 일어나면 5장애들이 제압되므로 본삼매를 성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근접삼매에서 ‘닮은 표상’을 일으키기는 매우 어려우므로 일단 이 표상이 일어나면 곧바로 확대시켜 본삼매에 진입해야 하며, 여의치 못하면 표상을 최대한 보호하여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이처럼 표상은 사마타 수행의 ‘키워드(key word)’이지만, 개념(pannatti)의 영역에 속하므로 궁극적 실재(paramattha)는 아닙니다. 따라서 개념인 표상에 몰입된 상태인 삼매로는 삼법인(無常·苦·無我)을 통찰하여 번뇌를 뿌리 뽑을 수 없으므로, 궁극적 실재를 대상으로 삼아서 삼법인의 통찰지혜로 해탈에 이르는 위빠사나 수행으로의 전환이 요구되는 것입니다. 궁극적 실재인 몸(물질)과 마음(정신)의 ‘본성(本性)’은 끊임없이 변화하므로 매순간 집중하여 알아차려야 합니다. 대상도 그 알아차리는 마음도 찰나마다 변해서 집중이 깊게 머물 수 없으므로, 찰나와 찰나를 이어서 매순간 마음을 대상에 고정시키는 ‘찰나삼매’를 사용해 삼법인을 통찰하는 지혜를 일으키는 것입니다. 이 찰나삼매가 ‘순수 위빠사나’의 ‘마음청정’입니다.
순수 위빠사나는, 사마타 수행을 겸하지 않고 ‘계청정’을 지키면서 위빠사나만 닦는 수행입니다. 마음의 ‘하나됨’이 한순간만 지속되는, 매순간의 마음집중인 이 찰나삼매의 수관(隨觀: 지속적 관찰)에 힘이 붙으면, 마음이 정신과 물질의 변화무쌍한 흐름에 자연스레 집중되어 근접삼매에 필적하는 고요와 확고함을 체득하게 됩니다. 때문에 순수 위빠사나에서는 이 찰나삼매를 ‘마음청정’으로 간주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마음청정을 이루지 못하면 통찰지혜도 계발될 수 없으므로 마음청정은 ‘16단계 지혜’의 기초이자, 열반의 필수조건이 됩니다.
-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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譯註: 7청정과 16단계 지혜는 1)지계(持戒)의 청정, 2)마음의 청정, 3)견해의 청정: ①정신과 물질을 구별하는 지혜, 4)의심을 극복하는 청정: ②원인(조건)을 식별하는 지혜, 5)도(道)와 비도(非道)를 아는 청정: ③현상을 바로 아는 지혜 ④생멸(生滅)의 지혜, 6)수행과정의 지(知)와 견(見)에 의한 청정: ⑤소멸(消滅)의 지혜 ⑥두려움에 대한 지혜 ⑦위험에 대한 지혜 ⑧혐오감에 대한 지혜 ⑨해탈을 원하는 지혜 ⑩다시 살펴보는 지혜 ⑪현상에 대한 평등의 지혜 ⑫수순(隨順)의 지혜, 7)지(知)와 견(見)에 의한 청정: ⑬종성(種姓)의 지혜 ⑭도(道)의 지혜 ⑮과(果)의 지혜 �반조(返照)의 지혜를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