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황야를, 끝없는 어둠 속에서 방황했다. 거기에 별안간 큰 햇불을 들고 한 성인이 나타났다. 뜻밖에 밝음을 만난 사람들은 주위를 둘러 본다. 그리고 벌판에는 자기와 같은 수많은 사람들이 또 있는 것을 발견하고 환호성을 지른다. 그리고 모여들어 서로 손을 잡고 기뻐했다,,,,,]
이것은 중생 세계에 부처님이 오신 뜻을 그린 경의 한 토막이다. 부처님은 이렇게 오신 것이다. 무지와 야욕의 끝없는 어둠, 장애, 무엇이 삶의 길인가를 분별할 수 없는 방황, 그칠 줄 모르는 불안은 물결처럼 밀려오고,,,, 이러한 중생 상황 속에 부처님은 법의 횃불로 우리에게 오신 것이다.
불기 2527년, 부처님 오신 날을 또 맞이한다. 우리는 부처님 오신 날의 감격에서 부처님께서 오늘 오신 거룩한 뜻을 다시 헤아려 본다.
부처님은 지헤의 횃불로 오셨다. 일체 막힙 없는 지혜로써 우리에게 오신 것이다. 그리고 부처님은 이웃과 함께 하는 뜨거운 생명을 알게 하심으로 오셨다. 모두가 한 덩어리로 살고 있음을 알려 주셨다. 경에는 [여래는 일대사 인연으로 세간에 나셨으니 중생으로 하여금 불지견{佛知見}을 얻어 청정을 얻게 함이라] 고 하셨다. 부처님이 오심은 불지견의 자각과, 청정의 실현에 있는 것이다.
여기서 부처님은 우리에게 사무친 지혜의 자각을 주셨다. 부처님이 지혜에 비추어진 바로는 모든 중생이 불성의 구현자였다. 원만한 지혜와 덕성과 무한의 창조능력을 원래로 갖추었다. 이 원초적 현실을 우리는 얼마나 신봉하고 있는가 돌이켜 볼 일이다. 또 모든 사람이 그와 같은 절대 존엄가치의 중심이라는 사실을 인정받고 그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얼마나 존중하고 도와 주었던가, 또 자신이 신성과 존엄의 중심자다운 덕성을 지켜 왔던가, 반성이 앞서야겠다.
둘째로, 부처님은 인간존재는 개아{個我]가 아니며, 이웃과 사회와 온 중생이 함께 하는 생명인 것을 알려 주셨다. 그런데도 이와 같은 동일자적 존재성이 몰각된 채 얼마나 많은 이기와 차별과 배타가 우리 주변에 범람하고 있는가, 가족과 이웃과 사회와 겨례가 한몸이라는 동일법성의 자각은 아무리 외쳐도 지나침이 없다. 공동체적 윤리와 자비의 자각과 협동이 참 생명을 사는 방식이며 생명존채의 진실 구조임을 알며 이기주의와 대립주의가 우리 자신과 사회와 역사를 좀먹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위대한 조국의 건설을 향하여 웅혼한 전진을 계속하고 있다. 이것은 국민 개개인의 법성의 자각과 사회 모든 측면에서 동일성, 상호의존성이 추구될 때 비로소 아륾다운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오늘 부처님의 빛나는 자비광명 앞에 합장하고 자신을 돌이켜 본다. 우리 조국의 위대한 발전은 정당이나 단체 차원에서 이루어진다기 보다 온 국민 개개인의 깊은 자각과 뜨거운 서원이 담긴 행동에서 구하여야 하는 것이다. 국민 개개인의 자각된 행동의 물줄기가 사회 구석구석에 이어지고 그 총화가 영예로운 조국, 세계평화를 선도하는 조국으로 결실하는 것이 아닌가. 이 점에서 오늘날 불자의 책임을 다시 생각하는 것이다. 온 세간이 물량추구와 생활안정에 급급하며 내어 닫는 그 속에서 전리에 비추어 인간의 존엄을 지켜 주며, 신성의 소재를 밝혀가고, 역사와 사회에 끊임없이 바른 방향과 중심을 제시하는 자라야 하는 것이다. 사회발전의 향도자라는 말은 허물 좋은 수식어가 아닌 것이다. 불자가 참된 깨달음에 입각하여 진실하게 살고 순수하게 사회에 기어할 때 돌아오는 명예로운 칭호인 것이다.
오늘도 부처님의 횃불은 눈부시게 불타고 있다. 우리모 두 눈을 활짝 뜨자. 충만한 밝은 지혜덕성에 자신을 갖자. 그리고 정토조국 실현을 향한 축북된 길을 온 게례와 함께 힘차게 달려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