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려지지 않은, 우리 불교 부적의 역사와 의미를 찾는 정각스님의 "불교 부적의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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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지지 않은, 우리 불교 부적의 역사와 의미를 찾는 정각스님의 "불교 부적의 연구"
  • 불광미디어
  • 승인 2024.07.1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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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은 불교의 정법(正法)과 무관하다?”

불교 부적의 원류와 우리 불교 전통 부적의 이해를 돕는 단 하나의 책!

중국 당나라 이래 우리나라에 전래된 불교 부적의 원류와 돈황 자료 및 대장경에 실린 불교 부적, 그리고 고려・조선시대에 통용된 우리 불교 전통 부적에 관한 거대한 여정

일반적으로 ‘부적’은 미신 또는 민간신앙의 산물로 여겨진다. 대부분의 사찰은 물론이거니와 불자 가운데서도 ‘부적은 불교 정법(正法)과 무관한 것’이란 인식도 확산되어 있다. 그런데 현존하는 고려・조선시대 불교 유물 중 불복장 등에서 출토된 다라니에서 다양한 형태의 부적이 실려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럼 이 부적의 정체는 무엇일까?

돈황에서 조선까지, 불교 부적의 역사를 따라가는 다섯 여정

불교 부적의 연구에 있어 저자는 돈황 자료 및 대장경에 실린 부적을 점검하고 한국불교 의식집을 검토하던 중, 기존의 연구에 많은 자료가 누락되어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고려시대 부적과 근현대에 사용된 부적에 관한 연구가 전무함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그러한 점을 보완하여 불교 부적의 연원이 되는 『오명론(五明論)』의 의미와 중국 전래의 고찰에서부터 고려, 조선, 나아가 일제강점기와 근현대에 이르는 광범위한 시공간 속의 불교 부적 연구를 시도한다.

한편 저자는 고려시대 간행 다라니에 실린 부적을 연구하던 중, 고려 때 사용된 부적의 동일한 형태가 돈황 자료에서 발견됨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저자 정각 스님의 연구는 돈황에서부터 고려・조선시대까지 현존하는 불교 부적의 비교 분석을 통해 그 전래 양상에 대해서도 이해하기 용이하도록 구성하고 있다.

이 책의 여정은 첫째, 돈황에서 시작된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오명론』의 의미와 중국 전래에 대한 고찰을 시작으로 돈황 문서 중 부적이 실린 12종의 사본을 분석함으로써 각각의 구성 차이와 사본 간 부적의 형태 및 내용 변화 양상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발걸음은 ‘대장경’을 향한다. 저자는 《대정신수대장경》과 도상부(圖像部) 중 불교 부적이 실린 총 18종의 문헌을 대상으로 각 부적의 내용과 의미를 검토한다. 여기에서 재미있는 것은 『불설북두칠성연명경』에 실린 부적은 도교 부적과의 관련 속에 생성된 것임을 언급한다는 점이다.

세 번째 여정은 우리나라로 향한다.

먼저 고려시대에 간행된 부적을 정리하고 그 변화 과정을 분석하는데, 저자는 고려시대에 사용된 불교 부적은 돈황 사본에 실린 부적에 기인한 것임을 밝히고자 하였다. 한편 조선시대 간행 부적에 관한 연구에 있어서 도교 문헌인 『태상비법진택영부』나 『옥추경』, 『태상노군설익산신부묘경』 등의 도교 부적 유입 양상이 엿보인다는 점이 주목된다. 그리하여 불교 부적이 다양화될 수 있었던 과정에 대해 그려볼 수 있다. 한편 일제강점기 및 근현대에 이르러 불교 부적이 기형화된 형태로 변화된 모습을 진단하기도 한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고려와 조선시대 간행 다라니에 불교 부적과 함께 실린 불인(佛印)과 탑인(塔印) 등 다양한 인(印)의 수용과 전개에 대해 서술하며 이 여정을 마무리한다.

정토 왕생과 성불의 염원을 담은 불교 전통 부적의 의미

이 책은 비록 저자의 연구 결과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학술서이지만, 지금까지 그 존재를 부정해 왔거나 알지 못했던, ‘부적’이라는 또 하나의 불교문화에 관해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 준다.

특히 불교 전통 부적에 담긴 의미에 관한 내용에 이르러, 옛사람들의 염원이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의 염원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발견하게 되면 공부의 기쁨은 배가 된다.

불교 전통 부적에 담긴 의미에 관한 해설에 따르면, 부적이 실린 각각의 문헌에 기록된바, 특정 부적을 지닐 경우 정토(淨土)에 태어나거나 성불(成佛)을 하게 되며, 또는 만겁에 걸친 생사(生死)를 받지 않거나 모든 죄를 능히 멸하게 된다고 한다. 한편 현재의 소망을 성취하거나 행복한 삶, 부유한 삶을 기원하는 부적도 있다.

이 책에 언급된 불교 부적들이 과거에 신비롭고도 기적 같은 결과를 실제로 일으켰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부적이라는 생각지 못했던 매개체를 통해 아주 오랜 과거의 어느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역사의 끈을 발견하는 일은 그 자체로 신비롭고 기적 같은 일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송광사 방장 현봉 스님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의 오래된 부적 문화가 식민시대를 거치며 폄하되고, 서구 문물이 유입되면서 우리의 전통문화를 전근대적인 미신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요즈음은 국내외에서 우리의 미묘한 부적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부적은 단순한 미신이 아니라 우리 조상들의 소박한 염원을 담은 소중한 문화유산임을 제대로 알고, 이 부적 문화를 새롭게 일구어 간다면 한류(韓流)의 흐름에 아름다운 꽃잎을 더하게 될 것이다. _ ‘출판에 부쳐’ 중에서

사찰 근처 불교용품점에서도 노란 용지 위에 붉은 주사로 인쇄된 불교 부적 상품을 더러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을 구입하는 대중의 마음을 속속들이 읽을 순 없지만 그 근저엔 현봉 스님의 말처럼 ‘단순한 미신’이 아닌 ‘소박한 염원’이 있음을 이 책의 여정을 통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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