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토순례기] 캄보디아 3 앙코르톰
상태바
[불국토순례기] 캄보디아 3 앙코르톰
  • 관리자
  • 승인 2007.11.0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국토 순례기/세계의 불가사의, 캄보디아의 불교유적

크메르 제국의 역사는 위대했다. 10세기를 전후해 1백만 명의 인구가 살았던 앙코르는 유럽의 어느 도시보다도 크고 거대하였으며 그들이 이룬 사원은 이집트의 피라밋보다도 더욱 많은 돌로써 세워졌다.

그러나 그 역사는 짧았다. 4백여 년만에 제국은 무너졌고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지인 앙코르는 정글에 덮인 채 잊혀져 갔다. 그리고 다시 6백여 년이 흘렸다.

크메르의 왕 자야바르만 7세는 1181년부터 20년간의 통치 기간 중 불멸의 업적을 남긴다. 그것이 ‘앙코르톰’이다. ‘위대한 도시’라는 뜻을 갖고 있는 이 도시는 높이 8m, 길이 12㎞의 정방형 성곽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난호까지 소개한 앙코르 왓트에서 북쪽으로 약 3㎞ 거리의 정글 속에 위치한다.

성곽의 바깥쪽은 넓이 100m의 해자로 둘러싸여 있고 다섯 개의 문이 있어 이 성문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된다. 관광객들은 남문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해자를 건너는 거대한 돌다리 좌우 양쪽에는 54명씩 신과 악마로 나뉜 거인상이 도열하고 있다.

그리고 성문 위에는 높이 20m의 관세음보살의 얼굴이 마치 땅 속에서 솟아 오른 듯 이끼에 가득한 채 장엄한 미소로 반긴다. 여기가 관세음보살의 나라‘바이욘(Bayon)’으로 들어가는 입구이다.

바이욘은 앙코르 톰의 입구로부터 1.3㎞쯤 들어가면 성벽의 중앙에 자리한 거대한 사원이다. 비록 앙코르 왓트에는 그 규모가 미치지 못하지만 동서 160m, 남북 140m의 넓이 위에 3층으로 이루어진 석조사원의 돌탑은 무려 54개에 이른다.

수미산을 상징하는 중앙탑의 높이는 45m. 각 탑마다 4면 조각으로 갖가지 표정을 지은 172구의 관세음보살상이 군상을 이룬 채 우뚝하다.

오직 얼굴 조각만으로 이루어진 관세음보살상은 언뜻 우리의 개념으로는 관세음이라고 할 수 없는-두툼한 입술, 콧등의 강한 비탈선-대장부의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분명 이 사원은 대승의 정신에 입각하여 세워진 보살의 세계임은 틀림없다.

이 얼굴을 일러 불가사의한 얼굴이라 한다. 가로 1m 혹은 1.5m, 세로 70쯤의 장방형 돌을 쌓고 4~7m 가량의 두상을 입체로 조각해낸, 그러면서도 부드럽고 혹은 강한, 자비로우면서도 깊은 사색에 잠긴 듯한 신비로운 표정이 꽃다발처럼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그것은 경이였다. 극치를 이루는 상상의 세계였다.
이 관세음의 나라에 첫발을 디딘 후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도 못하고 작열하는 태양 아래 선 채 나는 8백년 전의 장관을 보면서 지열보다 더 뜨거운 숨결을 토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서머셋 모옴은 이곳에 이르러 “가슴을 감동시키는 이 사랑스러움을 더하기 위해 석양의 타는 빛이나 하얗고 화려한 달빛이 필요하다.”고 하였지만 석양이나 달빛보다는 믿음과 인고의 숭엄함을 배경으로함이 이 기적을 이해함에 더욱 옳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수목의 이슬도 말리지 않은 아침 햇살이 부드러운 황금빛으로 비추기 시작하여 시시각각 그 빛과 음영이 달라지는 장관, 그것은 평생 두 번 보기 어려운 관세음보살의 나라만이 갖는 가슴 벅찬 만다라였다. ♡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