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의 국교는 대승불교의 일파인 ‘가규파’중의 ‘두룩크파’이다. 이것이 전래된 이래 11세기동안 불교는 부탄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국민생활의 전부를 지배한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티벳에서 박해를 받고 쫒겨 온 여러 종파와 많은 대립관계에 있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티벳에서의 최초의 대이동은 배교의 지배자 ‘란 달마’시대 즉 836년부터 842년까지라고 말할 수 있다. 북에서 들어온 민족집단이나 종교집단이 중앙부촌락에 정착하게 되고 이 초기 이주자들의 자손이 현재 부탄인의 태반을 점한다. 14세기경에는 종교계에서 중요한 지위를 점하는 가계(家系)가 차례로 나타나게 되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니만파’의 성인 ‘도루 제린파(1346~1405년)’와 ‘페마, 린파(1450~1521년)’의 가계이다.
‘폐마, 린파’의 전통은 완전히 현대까지 계승되어 그의 고향인 ‘부무탄’ 지방에서는 여러 곳에 성지가 만들어졌다. 현재의 왕가도 여기서 나온 가계로서 왕가 선조 대대의 집은 ‘부무탄’ 북동부의 ‘구루도’ 지방에 있는 ‘도웅 가루’라는 곳에 남아있다.
파로에서 팀부로 가는 길은 협곡의 계곡을 따라서 계속 꼬불거리며 진행된다.
계곡의 물은 티없이 맑고 햇살은 따갑다. 도중 파로강과 팀부강이 만나는 삼각지점인 추좀(Chhuzom)이라는 곳에는 초소가 있고 바로 삼각지점인 곳에 불탑이 세 개가 서있다. 전혀 다른 양식의 탑들이다. 맨 왼쪽은 네팔 양식의 탑이고 중앙의 것은 부탄 양식의 탑이고 우측 것은 티벳의 양식이다. 3개의 탑이 나란히 있는 것을 보고 종교분쟁이 일고 있는 인도나 파키스탄과 비교할 때, 세 나라의 각기 다른 종교 관습의 융합은 부탄의 불교가 얼마나 너그러운 것인가를 짐작하게 한다.
팀부강을 따라서 진행하는 동안 왼쪽 강 건너 깎아지는 절벽을 배경으로 타쵸강 사원(Tachogang temple)이 예쁘게 자리잡고 있다. 경관이 일품인 곳이다. 팀부로 가까워질수록 차량이 많아지고, 파로 계곡과 같이 넓지는 않지만 완만한 경사면에 이 나라의 수도답게 많은 건물들이 중심부에 집중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곳의 장날은 Babji Bazaar(즉 야채 시장이라는 뜻) 우리 나라와는 다르게 토요일과 일요일 2일간 열린다. 과일, 곡물, 일용품, 토산품, 기념품 등을 파는데 이곳에서 거래하는 모든 사람들은 황색인종이지만, 네팔, 인도, 티벳인들의 마치 인종시장 같은 느낌이 든다. 얼굴 모습과 복장이 모두 각각이다. 시장의 형식은 우리 나라 농촌의 장처럼 여러 개의 블록으로 구분하여 지붕을 씌우고, 무릎 높이의 턱을 높여 그곳에 앉아 물건을 진열하여 팔기 때문에 질서가 있어 보인다. 팀부계곡을 내려 가보는 언덕 위에는 쵸푸덴의 불탑과 그 불탑주위에는 다루쵸(경문기)가 수없이 펄럭인다.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평지에는 거대한 죵( Dzong)이 보인다. 최근에 건축된 부탄 최대의 죵이다. 죵은 모두 세대에서 세대로 계승되어 온 일정한 형식에 따라서 건축된다. 설계도나 못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게 특색이다.
1962년부터 1970년에 걸쳐 축성한 팀부의 ‘타시쵸종(Tashichho Dzong)'이 부탄정부에 의하여 개축되었을 때에도 이 전통은 충실히 지켜졌다고 한다. 그러나 각각의 죵은 전통적인 양식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주위의 지형에 잘 조화되도록 조금씩 변화를 갖는다. 타시쵸죵의 내부공간도 엄청난 규모였고 건물의 높이도 대단했다. 나무와 토벽만으로 10층건물 높이로 건축하면서 벽에 금간 곳이 한 곳도 없는 이 나라의 건축공법은 칭찬할 만하다.
이 사원에는 수많은 승려들이 수도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필자를 일본인으로 알았으나 한국인이라 했더니 반기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며 촬영 포즈를 취해준다. 필자가 투숙한 모티탕 호텔의 뒷산에는 이 나라의 야생동물을 여러 가지 사육하여 신기한 이 동물들을 촬영할 수 있었다
팀부계곡에는 많은 사찰이 있다. 중심부에 있는 메모리얼 쵸덴(Memorial Choten)은 탑 형식의 건물로 나선형으로 빙빙 돌며 오르는 계단 벽에는 온통 만다라가 그려져 있고 중앙의 공간에는 높게 불상이 삼층 높이로 자리잡고 그 불상의 주변에는 수없이 많은 잡귀와 작은 불상들이 조각되어 있다. 이 사원 밖에서는 이 사원을 빙빙 돌며 기도 드리는 신도가 많았다.
작은 사원인 질루카사원(Zilukha Nunnery)은 규모는 작았지만 지붕에 장식된 장식물 중에 티벳의 태양숭배 모습을 모방한 조각이 있는 것을 보면 라마교의 계승으로 여겨진다.
팀부 시내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유명사찰은 심토카죵(Simtokha Dzong)이다. 상록수에 둘러 쌓인 작은 언덕 꼭대기에 자리잡고 있었다. 이 사원의 벽에 그려진 만다라는 유명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