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토순례기] 무스탕 1 마지막 남은 은둔의 불국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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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토순례기] 무스탕 1 마지막 남은 은둔의 불국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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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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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토 순례기/무스탕1

무스탕(Mustang)은 티베트 불교의 주요 종파인 뵌포, 닝마파, 사캬파, 카큐파, 겔룩파 중 사캬파에 속하는 지역이다. 티베트 불교에서 곰파(사원)는 종교의식을 행하는 장소로 한정 지을 수 없는 곳이다. 이곳 무스탕에도 마을마다 사캬파의 곰파가 하나씩은 있다. 곰파는 마을 공동체의 대·소사를 의논하고, 마을의 땅을 소유하고 소작을 주는 활동도 한다.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방식을 따라 첫아들을 제외한 아들 한 명을 승려로 보내는 일 또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네팔 정부의 지원 아래 세워진 초등학교가 마을마다 들어서기 시작했는데, 이곳에선 영어와 네팔어만을 가르친다. 티베트어는 정규 과목에서 빠져있다. 반면, 곰파에서는 아직도 티베트어를 가르치고 사용한다. (어쩜 네팔에게 점령당한 땅에서 조상의 언어를 교육받는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는 일. 겉보기엔 네팔에서 임명한 무스탕 왕이 다스리는 ‘네팔 자치령’ 같아 보이지만, 기실 이곳은 티베트 불교 지도자들의 영향력이 훨씬 큰 땅이다. 그런 이유로 무스탕의 깊은 곳으로 갈수록 네팔 국왕의 영향력은 더욱 약해진다. 무스탕왕의 영향력도 마찬가지다.) 집집마다 법당이 있으므로 모든 집은 가족들만을 위한 작은 곰파나 다름이 없다. 아직도 무스탕은 마을마다 종교와 씨족사회의 결속력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곳이다.

아는 이 없는 불법의 나라

원래의 명칭은 ‘로(LO)’ 왕국이다. 하지만 로 왕국의 수도이자 요새 도시인‘로만탕(LO MANTHANG)’이 서양에 알려지는 과정에서 ‘무스탕(MUSTANG)’으로 와전되며 알려지게 된다. 그 후 ‘로’ 왕국 대신 ‘무스탕’이라는 명칭이 굳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로 왕국(MUSTANG왕국)을 ‘티베트의 눈 안에 있는 엄지’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그것은 지형적으로 티베트 쪽 땅으로 엄지손가락 마냥 파고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무스탕은 동쪽에 있는 ‘로’와 ‘돌포’ 지역부터, 서쪽의 ‘라타크’지역까지 펼쳐진 거대한 영역이다. (티베트에서는 남쪽 왕의 땅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 스웨덴의 탐험가 스벡 하이딘의 말) 로는 티베트와의 싸움에서 네팔을 지원하며, ‘왕족 계급’과 그들의 권리를 확인받는다. 오늘날에도 네팔의 왕에 의해 ‘무스탕 왕’이라는 자격이 있다.

1950년 이전까지는 매우 적은 수의 여행자들만이 네팔에 도달할 수 있었고, 티베트 또한 금지된 땅이었던 시기이므로 무스탕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채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네팔 정부는 무스탕 왕국의 수도인 ‘로만탕(LO MANTHANG)’으로의 여행을 허가하지 않았다. 1960년 이후, 무스탕에는 중국의 잔인한 티베트 침략에 맞서 대항하던 ‘감파’ 게릴라가 티베트로부터 넘어와 작전 기지를 마련하였다. 1991년까지 무스탕은 외부 세계와 완전히 차단되었다. 1991년 네팔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며, 극소수의 사람에게만 여행 허가가 떨어졌다. 그 후에도 우여 곡절을 겪은 후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

아련한 벽과 태양을 먹은 룽다

히말라야 산맥을 통과해 좀솜 공항에 푸드득거리며 내려앉은 쌍발기. 해발 2720미터의 공항 활주로엔 찢어질 듯한 자외선만이 내리 쪼이고 있었다. 통조림에서 빠져 나오는 기분으로 기내를 빠져나온다.

활주로를 굽어보고 있는 닐기리. 난생 처음 보는 히말라야의 설산이 눈 앞에 솟아 있는 광경에 어쩔 줄 몰라 하며, 숨을 들이 쉰다. 가슴이 터지기 직전까지…. 카투만두에서부터 동행한 가이드와 함께 호객꾼들을 뒤로 한 채, 공항을 벗어난다. 걸어서 까끄베니로 향한다.

오후가 되어서야 까그베니에 도착할 수 있었다. 롯지(숙소)에 짐을 풀고 나와서 마을 끝으로 가본다. 무스탕 출입 허가가 없으면 이곳 까그베니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한다. 골목 끝 모서리, ‘어퍼 무스탕(Upper Mustang)’으로 가는 체크 포인트 사무실에서 네팔의 군인들이 서슬 퍼런 눈으로 이방인을 지켜보고 있다. 로드사인에는 ‘스탑(stop)’이라는 글씨가 선명하다.

아련한 벽을 바라보고 서있는 ‘룽다’ 옆에 서서 아지랑이 마냥, 잡히지 않는 벽을 본다. 직각으로 버티고 서 있는 거대한 벽을 바라보는 동안 가슴에서 서서히 일어나기 시작하는 소용돌이가 느껴진다. 가슴 속 깊이 숨겨두었던 바람이 불고 있다. 다른 이에게는 들키지 않으려 애쓰며 간직했던 녀석인데, 아무래도 이번 여정에선 밖으로 나오려 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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