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문화 산책] 포류수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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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문화 산책] 포류수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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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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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문화 산책/새와 나무들의 노래

만물이 소생하는 봄, 입춘과 우수가 얼마 남지 않았다. 본능적으로 날짐승과 꽃나무들은 자연의 변화를 누구보다 먼저 감지한다. 그것도 시샘 없이 공평하게… ….

포류수금문(蒲柳水禽文)의 기원
포류수금문(이하 포류문)이란, 갈대와 버드나무 그리고 물가의 짐승을 표현한 문양을 일컫는다.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원시적인 형태의 나무와 짐승 표현을 확인할 수 있어 이상적인 자연에 대한 생각은 옛사람이나 지금이나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포류문은 고려시대 청동정병이나 청자에 즐겨 시문 하였다. 산수 그리고 나무와 어우러진 물새들의 풍경은 동양의 전통적인 자연관을 반영한 것이다. 불교에서도 이러한 세계를 ‘화엄연화장세계’에서 노래하고 있다.
『대비로차나성불신변가지경(大毘盧遮那成佛神變加持經)』제5권, 「입비밀만다라위품(入秘密漫茶羅位品)」에는 “방우(方隅)에 마니당(摩尼幢)을 세워서 팔공덕수분(八功德水芬)의 향기를 가득 채운다. 무수한 새의 무리와 원앙(鴛鴦), 거위와 고니가 우아한 소리를 내며 여러 연못에서 노닐 때 화려한 갖가지의 나무들이 널리 무성하게 엄호(嚴好)한다.”라고 하여, 포류문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였다.
또한 위의 내용이 밀교계 경전에 속하는 것이기 때문에, 고려불교에 밀교적 요소가 광범위하게 뿌리내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미술 속의 포류수금문
포류문이 조형미술에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고려시대부터다. 고려는 귀족풍의 화려한 미술을 특징으로 하는데 불교 조형미술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정병, 각종 청자를 중심으로 표현된 것은 고려인들이 바라던 이상세계를 부처님께 공양하려는 의도라고 할 수 있다.
사진 1은 부처가 믿음이 없는 가섭 3형제를 교화시키는 내용이다. 산치 탑 동문 기둥 안쪽에 있는 부조로 평화로운 우루벨라(Uruvela) 마을에서 부처가 출현하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중앙에는 부처를 상징하는 산개가 받쳐진 빈 대좌가 있다. 부처는 수많은 기적을 일으켰으며 기적이 일어날 때마다 가섭 형제는 더욱 감화를 받게 되었다. 물가 주위로 물새와 나무가 어울린 단순한 표현은 포류문의 시원적인 형태를 보여준다.
사진 2는 청동제 정병으로, 동체 곳곳에는 강기슭과 언덕, 섬이 보인다. 길게 늘어진 버드나무, 휘날리는 갈대, 떼지어나는 물새, 물 위를 떠다니는 물오리 등이 은입사 되어 있다.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한 아름다운 정경이다. 병의 긴 목에는 구름문양을 새겼고 동체의 어깨와 굽 근처에는 여의두문(如意頭文), 주구에는 초문(草文)을 상감하였다. 주구 뚜껑에는 투조(透彫)하여 음각문을 넣은 은판(銀板)을 씌웠다. 굽도 은으로 돌려서 지금은 파랗게 녹이 슨 몸체와 어울려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청동제의 병에 은상감한 예는 적지 않은 양에 이르며, 이러한 기법은 고려청자에도 통용되고 있다.
요즘의 타일과 같은 사진 3은 두께가 5mm 가량인 사각판 모양 청자로, 완형(完形)으로 남아있는 예는 매우 드문 편이다. 특히 이 유물과 같이 단아하고 문양구성이 뛰어난 예는 찾아 볼 수 없다. 가장자리에는 뇌문(雷文)을 흑상감 하여 장방형의 화면을 구획하고 여기에 갈대와 대나무가 있는 물가의 풍경을 회화풍으로 상감하였다. 물가에는 백로와 같은 물새가 한가롭게 놀고 있는데 새의 표현은 동적인 반면 전체 분위기는 서정적이다. 화면 속은 적막하고 바람 소리만 들리는 듯하다.
사진 4의 청자완은 강진군 용운리 가마에서 출토된 것으로 그릇 내부에 여의두문을 중심으로 버드나무, 물오리를 흑백상감을 이용하여 정감 있게 표현하였다.
저마다 봄을 노래하지만, 실강아지 몸을 감아 돌아누운 버드나무 아래의 정경만 한 것이 있을까. 포류문은 고려인들의 단아한 마음가짐을, 새와 나무가 노래하는 불국토의 정아함을 웅변해 주고 있다. 냇가 버들의 몸놀림이 그리워지는 것은 봄이 멀지만은 않아서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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