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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5년 전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 히말라야의 산간마을 맥레오드간지에 달라이라마의 인터뷰를 위해 방문했다가 길을 잘못 들어 골목길을 헤매던 중 한 ‘한국인 스님’과 마주쳤는데, 그가 바로 중암이었다. 처음엔 “한국인이 아니다”며 사람과 만나는 것을 극구 꺼리던 은둔수행자를 붙잡고 따라가 꼬박 하루 동안 그의 처절한 수행기를 들었다. (중략) 중암은 지금 네팔에 있는 한 티베트 사원에서 수행 중이다.”
- 조현 기자(<한겨레신문> 2016년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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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출판사의 편집자로 10년 정도 일하고 있지만, 편집을 할 때마다 ‘난감한’ 분야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티베트불교’에 대한 원고입니다. 편집을 하려면 원고의 내용을 저자만큼은 못해도 그 다음 갈 정도로는 이해해야 하는데, 대승불교와 초기불교(남방불교)만 접하다 보니 티베트불교는 익숙치 못하기 때문입니다. 참고할 수 있는 자료도 부족해서 매번 아쉬움을 느끼는데, 아마 티베트불교를 공부하는 분들 대부분이 그런 마음을 느껴보셨을 겁니다.
그런 분들이 공부하다가 한 번쯤 접해보는 저자가 있습니다. 바로 중암 선혜 스님입니다. 30여 년간 인도와 네팔에 티베트불교를 배우고, 현재는 네팔의 양라쉬에 머물며 수행과 티베트어 경론 번역에 매진하고 계신 분입니다. 한국에 오시는 일도 없어서 저 역시도 직접 뵙는 일 없이 메일로만 소통하고 있지요.
중암 스님과의 인연은 『개정 완역 티베트 사자의 서』(2020년)로 시작되었습니다. 유일한 우리말 완역본인데 절판된 것이 아까워 복간을 하기 위해 연락드렸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졌지요. 이후로 보리도차제 사상의 근원이 되는 아띠쌰의 『보리도등론』에 대한 역해서(2022년)와 아띠쌰 본인의 주석서 『보리도등론난처석』의 번역서(2023년)까지, 스님이 출간한 책들에는 ‘최초이자 유일한 우리말 번역서’라는 설명이 붙습니다. 특히 『보리도등론난처석』의 경우에는 제1회 여시관 불교번역상 대상 수상이라는 기쁜 소식을 전해주기도 했지요.
이번에 출간된 『밀교의 성불 원리』 역시 ‘최초이자 유일한 우리말 번역서’입니다. 밀교의 수행법과 그 원리에 대해 요점만을 가려 모은 『시이꾸쑴기남샥랍쌜된메(因位三身行相明燈論)』를 꼼꼼히 옮기고 방대한 티베트 대장경에서 관련된 논과 소를 찾아 인용하여 상세하게 그 내용에 대해 풀었습니다. 2015년 발행되었다가 절판되어 정가의 열몇 배에 달하는 금액에 거래되었던 책을 판형과 글자를 키워 새롭게 편집하고, 보완한 것이지요. 중암 스님의 수행과 원력이 만들어낸 이 책은 티베트불교 수행법을 이해하는 든든한 기반을 다져줄 뿐만 아니라 한 생의 충실한 수행으로도 성불할 수 있다는 희망의 빛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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