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조건을 바꾼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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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조건을 바꾼다는 것
  • 불광미디어
  • 승인 2025.02.0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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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창 SF 소설을 독파하고 다니던 적이 있었습니다. 다른 장르로 입문한 작가가 실은 SF를 주 종목으로 집필하던 사람이었거든요. 사실 저는 이전까지 SF 장르를 잘 읽지는 않았습니다.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도, 현재로선 구현할 수 없는 기술력에 대한 이야기도 소설치고는 너무 복잡하기만 한 세상이었습니다. 나름대로 상상을 하며 읽고 싶어도 아는 게 있어야 머릿속으로 떠올려 보기라도 하지, 이건 도대체 어디서부터 마음대로 그려야 하나 막막하기까지 했습니다.

불면 꺼질 듯한 관심이 간신히 살아난 때는 방금 말씀드린 작가의 단편집을 읽고 인터뷰를 접한 후였습니다. 단편집 중 하나는 우리 사회에 퍼진 ‘가상의 약’을 주제로 한 이야기였습니다.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개발되었으나, 약이 그 목적과는 다르게 쓰이기 시작하며 벌어지는 사회의 변화를 기록한 소설이었습니다. 읽는 당시에도, 그리고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단편이지요. 그 약이 다양한 분야에 퍼지며 어떠한 결과를 가져 왔는지, 그리하여 개인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큰 변화를 맞이한 다음의 세대가 어떤 모습으로 바뀌었는지 서술되어 있었습니다. 읽으면서도 예상한 범위 이상의 파급력을 몰고 오는 약에 오싹함을 느끼기도 했었습니다.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SF나 판타지 장르란 세계의 조건을 하나씩 바꾸는, 일종의 사고 실험에 가깝다.’라고 표현하기도 했었죠. 그제야 제가 읽고 있던 소설의 기본 토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모든 것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홀로 존재하는 것은 있을 수 없어요. 그리고 이 당연한 사실이 우리의 일상을 돌아가도록 만듭니다. ‘세계의 조건을 하나 바꾸어 본다.’라는 행위는 결국 기존의 세상을 지탱하기 위해 맞물려 돌아가던 요소들을 일부러 비틀어 본다는 뜻이 됩니다. 정교하게 맞춰진 조각 하나를 쏙, 뽑으면 어떻게 될까요? 전체가 영향을 받아 흔들리게 되죠. 동물이든 식물이든, 살아있든 죽어있든, 사람이든 아니든 말입니다.

이제 우리도 간단한 사고 실험을 해 볼까요. 이번 그림책 『만약에 어느 날…』은 엄청나게 복잡한 사고를 필요로 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사고력은 반복해서 시도해 볼수록 그 범위가 더 넓게, 깊게, 자세하게 퍼져 나가는 법입니다. 그러니 그 처음의 시도는 작은 걸음부터, 즉 우리의 일상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좋아요. 상상하는 행위, 생각하는 행위에 익숙해지기 위한 첫 번째 계단을 걸어 봅시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다가 질문이 나오면 페이지를 넘기던 손을 잠시 멈추어 주세요. 우리의 하루를 되짚으며 즉각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변화를 찾는 겁니다. 그러고는 그 변화가 가져올 다른 변화를 이어서 떠올려 보세요. 책의 질문이 모두 끝났다면, 그다음은 아이와 함께 직접 세계의 조건을 바꾸는 놀이를 진행해 보셔도 좋습니다. 상상과 사고의 확장을 즐겨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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