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관음과 진언의 만남, 천수경] 다라니 기도, 그 처음과 끝
상태바
[천수관음과 진언의 만남, 천수경] 다라니 기도, 그 처음과 끝
  • 이미령
  • 승인 2025.02.2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비주大悲呪 - 신묘장구대다라니

다라니를 지닌 어느 부인 이야기

아주 오래전 인도 땅에 명망 있는 바라문 계급의 어떤 부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내 다난자니는 부처님을 향한 도타운 믿음을 지닌 사람이었습니다. 그녀는 언제나 마음속에 부처님을 담고 있었지요. 좋은 일이 생기면 “존귀하고 거룩하고 바르게 깨달으신 부처님께 귀의합니다(나모 땃사 바가와또 아라하또 삼마삼붓닷사)”라고 부처님을 향한 믿음을 표했고, 심지어 재채기하거나 몸이 균형을 잃고 비틀거릴 때도 입에서 그 말이 자동으로 튀어나왔습니다. 그녀의 남편 바라드와자 바라문은 부처님에게 조금도 관심이 없었던 사람이기 때문에 아내의 이 소리가 정말 싫었습니다. 

어느 날 남편이 자신이 존경하는 바라문 사제들을 집으로 초대했습니다. 그리고 미리 아내에게 입단속을 시켰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그 ‘부처님에게 귀의한다’라는 그런 허무맹랑한 소리를 입 밖에 내선 안 되오.”

바라문들이 속속 도착해서 자리를 잡고 앉자 그의 아내는 정성껏 마련한 음식을 들고 나갔습니다. 그런데 어쩌다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더니 그릇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그 순간 “나모 땃사 바가와또 아라하또 삼마삼붓닷사(존귀하고 거룩하고 바르게 깨달으신 부처님께 귀의합니다)”라는 구절이 아내의 입에서 저절로 툭 튀어나오고 말았지요.

바라문 사제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떠나가 버렸습니다. 그 자리와 음식들이 오염됐다는 저주와 경멸의 말을 퍼부으면서 말입니다.

남편 바라드와자 바라문은 이 일을 용서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내를 향해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끓어올랐습니다. 온갖 거친 욕설과 저주가 아내에게 쏟아졌습니다. 그리고 그 분노는 아내의 스승이라는 저 ‘붓다’를 향했고 남편은 결국 부처님을 찾아갔습니다. 부처님은 오히려 담담하게 법문 한 자락을 들려줘서 남편의 마음에 불심을 심어줬지요.

『법구경(담마빠다)』과 『쌍윳타 니까야』에 나오는 이 이야기의 주제는 분노, 성냄입니다. 그런데 저는 또 한 가지를 보고 있습니다. 그건 바라문 아내가 저 한 줄짜리 구절을 늘 마음에 지니며 살았다는 대목입니다. 다라니였던 것이지요.

다라니라는 단어는 불자들에게 익숙하지만 “다라니라는 말은 ‘지닌다’라는 뜻”이라고 설명하면 고개를 갸웃합니다. 지닌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내 손에 움켜쥐고 내 주머니에 담든지 해서 소유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다라니는 입 밖으로 내면 흩어지는 ‘소리’일 뿐이요, 특별한 의미를 담은 ‘문장’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다난자니의 행동을 보면 대번에 설명됩니다. 하도 중얼중얼 읊조리고 또 읊조려서 무엇을 하든 어떤 지경에 처해 있든 입에서 그냥 술술 흘러나오는 것입니다. “나모 땃사 바가와또 아라하또 삼마삼붓닷사(존귀하고 거룩하고 바르게 깨달으신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이 문장을 좀 더 줄이면 “부처님에게 귀의합니다”이지요.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문장을 인도 원어로 읽으니 어쩐지 신비하고 미묘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신비하고 미묘하다는 이 말이 바로 ‘신묘(神妙)’이고, 구절, 문장이란 말이 바로 ‘장구(章句)’입니다. 바로 이 신묘장구가 ‘대다라니’ 즉 위대한 다라니며,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나모 라다나 다라야야 나막알약…’의 천수다라니입니다. 

다난자니 여인이 ‘부처님에게 귀의합니다’라는 짧은 구절을 늘 마음에 담고 살고 입 밖으로 소리를 내듯이 『천수경』에 들어 있는 신묘장구대다라니를 그렇게 하는 것이 천수다라니 기도법입니다. 

 

다라니를 지니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

아시다시피 천수는 천수천안관자재보살, 즉 관세음보살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 천수다라니를 늘 지니고 다니면 그 사람은 관세음보살과 늘 함께하며 언제 어느 때나 그 가피를 입습니다.

“수지신시광명당(受持身是光明幢) 수지심시신통장(受持心是神通藏). 이 다라니 지닌 몸은 광명의 깃발이요, 이 다라니 지닌 마음은 신통의 창고”라는 『천수경』의 구절은 바로 이 다라니를 몸에 받아서 지니면 그 몸이 바로 광명의 깃발이 되고, 마음에 받아 지니면 그 마음이 바로 신통이 가득 담긴 창고가 된다고 합니다. 

광명의 깃발이란 무슨 뜻일까요? 수행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번뇌를 상대로 일생을 걸고 벌이는 전쟁입니다. 전쟁터에 나간 장수는 깃발을 높이 쳐듭니다. 깃발은 아군과 적군을 가리는 표식이고, 군대가 나아갈 방향을 가리키는 도구이며, 이 군대를 이끌고 있는 장수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표지입니다. 깃발이 꺾이면 전쟁에서 졌다는 뜻이요, 깃발을 빼앗으면 상대방을 굴복시켜 전쟁에서 이겼다는 뜻입니다. 천수다라니를 쉬지 않고 외운다는 것은 바로 이렇게 번뇌 무명과의 전쟁터에서 빛나는 지혜의 깃발을 높이 내거는 것과 똑같다는 말입니다. 

신통의 창고라는 말도 흥미롭지요. 신통이란 여느 사람들에게는 절대로 불가능한 기적을 말합니다. 신묘장구대다라니를 늘 마음속에 담고 사는 사람은 이런 신통의 능력이 가득 차 있는 창고와 같아서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는 뜻입니다. 자세를 반듯하게 하고 마음을 고요하게 한 뒤 외우는 “나모 라다나 다라야야 나막알약…”이라는 신묘장구대다라니에는 번뇌라는 적을 무찌르고 세상을 행복하게 해주는 힘이 담겨 있음을 『천수경』은 이렇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신묘장구대다라니의 주제는?

신묘장구대다라니의 문장을 풀이한 책이 여러 권 나와 있어 다라니 문장의 뜻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고 해도 이 다라니가 한 마디로 뭘 말하는 것인지 콕 집어서 파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너무 깊은 뜻이 담겨 있다는 막연한 생각에 그렇게 위축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대답할 수 있습니다. “신묘장구대다라니는 관세음보살님의 다양한 이름을 부르는 것입니다.”

신묘장구대다라니에는 우리에게는 너무나 친숙한 이름인 관세음보살(관자재보살)의 다른 이름들이 가득 담겨 있고, 그 이름을 하나하나씩 부르면서 찬탄하는 것이 그 내용이라 하겠습니다. 그중에서 특히 도드라지는 특색을 지닌 관세음보살의 별명을 몇 가지만 짚어보겠습니다.

 

① 거룩한 관자재보살마하살(알약 바로기제 새바라야 모지사다바야 마하사다바야)

관자재보살은 세상 살아가는 중생의 괴로움에 절규하고 신음하는 소리를 듣고 지그시 살펴보시는 위대한 보리살타입니다.

 

② 커다란 슬픔을 지니신 주(大悲主, 마하가로 니가야)

관세음보살은 차별하지 않는 위대한 슬픔(연민, 공감)을 지니고 있는, 크나큰 능력을 가진 분(主)입니다.

 

③ 일체 공포에서 우리를 지켜주시는 분(살바 바예수 다라나 가라야)

관세음보살은 세상살이에서 중생을 괴롭히는 두려움으로부터 보호해 주시는 분입니다.

 

④ 파란 목을 지니신 자애로운 분(靑頸, 매다리야 니라간타) 

관세음보살은 이 세상에 가득 차 있는 번뇌의 독이 중생을 해칠까 염려해서 스스로 그 독을 들이마신 분입니다. 그러나 그 독을 삼켜버리면 자신마저도 해를 입기 때문에 목 부위까지만 머금고 있어서 독으로 인해 목과 얼굴이 파랗게 변해버린 분입니다.

 

⑤ 돼지 얼굴과 사자 얼굴을 하신 분(바라하 목카싱하 목카야)

이 이름은 특히 인도 신화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비슈누신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멧돼지 모습을 한 비슈누신이 바닷속을 뒤집어 땅을 찾아냈다는 인도의 창조 신화에 연유합니다. 또한 비슈누신은 사자의 모습을 하고 나타나기도 하는데, 용맹무쌍한 사자는 사악한 자들을 굴복시키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관세음보살은 비슈누신의 이와 같은 능력을 고스란히 지닌 존재입니다.

 

⑥ 연꽃을 손에 쥐신 분(蓮華手, 바나마 하따야)

연화수보살은 관세음보살의 다른 이름으로 유명합니다. 인도 아잔타 석굴에는 오른손에 연꽃을 쥐고서 몸을 살짝 기울여 앉아 있는 관세음보살 그림이 있습니다. 굽타시대 예술의 백미로도 꼽힙니다. 연꽃은 성자의 탄생을 상징하고, 또는 진흙탕에서 피어나도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불보살의 본질을 상징합니다. 한편, 인도 신화에서 연꽃은 비슈누신이 늘 지니고 다니는 물건(地物)으로서, 연화수보살 역시 비슈누신의 불교적 변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⑦ 수레바퀴를 지니신 분(자가라 욕다야)

수레바퀴(자가라, cakra)는 세상에 진리를 펼친다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전법하는 것을 전법륜(轉法輪)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수레바퀴 역시 인도의 신 비슈누의 지물입니다. 그 어떤 두려움을 품지 않고 그 어떤 장애물에도 굴하지 않고 바른 가르침을 펼치는 관세음보살님을 의미합니다.

 

⑧ 소라고둥 소리를 들으시는 분(상카 섭나네 모다나야)

곤히 잠든 신이 소라고둥 소리를 듣고 깨어난다는 인도 신화가 있습니다. 비슈누신 이야기이지요. 바로 그 이야기가 관세음보살에게 적용이 되고 있습니다. 

 

⑨ 금강저를 쥐신 위대한 분(마하라 구타다라야)

금강저(金剛杵)란 금강으로 만든 막대기입니다. 적을 물리치는 데에 아주 유용한 무기입니다. 진정한 적이란 번뇌입니다. 관세음보살은 번뇌를 물리치는 최상의 무기인 금강저를 지닌 분입니다.

 

⑩ 호랑이 가죽옷을 입으신 분(먀가라 잘마니바 사나야)

호랑이 가죽은 요가 수행자가 명상 중에 극복해야 할 감각적 쾌락에 대한 욕망이나 갈애를 상징합니다.(전재성, 『천수다라니와 붓다의 가르침』, 177쪽) 인도 신 중에서 시바신이 바로 이런 옷을 입고 요가를 행하는데, 이 시바신 역시 비슈누신과 마찬가지로 관세음보살의 화현이라고 불교에서는 말하고 있습니다. 즉 관세음보살은 요가행자로서 욕망을 잘 다스린 존재라는 뜻이겠지요.

 

신묘장구대다라니에서는 이 밖에도 많은 별칭으로 관세음보살을 부르고 있습니다. 대부분 인도 신화에 등장하는 비슈누신이나 시바신과 겹치기 때문에 관세음보살은 이 같은 인도 신들의 불교적 변용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관세음보살에 대한 문화가 먼저 나타나고 이후에 이것을 힌두교의 신들을 묘사하는 데에 차용했다고 보는 학자도 있습니다.(안넬리제·페터 카일하우어, 『힌두교의 그림언어』, 119쪽) 

관세음보살에게는 이처럼 수많은 이름이 있고, 신묘장구대다라니는 그런 이름을 부르면서 “어서 오셔서 중생을 구제하소서! 법의 수레바퀴를 굴리소서!”라며 찬탄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합니다. 

 

생각하면서 부른다는 것

관세음보살이라는 한 가지 이름만으로 정성을 담아 소리 내 부르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신묘장구대다라니를 자꾸 외는 일은 관세음보살이 어떤 능력을 지니고 계신 분인지를 거듭 되뇌는 일이기도 합니다. 자꾸 되뇌다 보면 이해하게 되고 이해하게 되면 더 깊은 신앙심이 생길 것이고, 그 깊은 신앙심을 의지하면서 세상을 살아가면 어떤 어려움도 능숙하게 헤쳐나갈 수 있습니다. 관세음보살 기도의 단계는 이와 같습니다.

 

① 지극하게 부르기

아무리 스스로의 노력과 수행으로 깨달음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안락한 의지처를 찾게 마련입니다. 그럴 때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부르거나 신묘장구대다라니를 지송(持誦, 경전이나 진언을 지니고 독송함)합니다. 자꾸 소리 내어 외다 보면 관세음보살은 그 소리를 듣고 응답합니다. 『묘법연화경』 제25품 「관세음보살보문품」에서는 “만일 한량없는 백천만억 중생이 여러 가지 고뇌를 받을 때 이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듣고 일심으로 그 이름을 부르면 관세음보살이 곧 그 음성을 듣고 모두 해탈케 한다”라고 말합니다. 

여기에서 ‘해탈’이란 고뇌 즉 괴로운 처지에서 벗어나는 것을 말합니다. 제발 나를 좀 도와달라고 일심으로 간절하게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부르고 또는 그 이름이 다양하게 담긴 신묘장구대다라니를 부르면(感) 관세음보살은 그 음성을 듣고 구원해 주신다는 것(應)이지요. 감(感)과 응(應)이 서로 어우러지는 것(道交)이 관세음보살 기도의 첫 단계입니다.

 

② 관세음보살을 깊이 생각하기

관세음보살을 간절히 불러서 현실적인 어려움에서 벗어났다면 이제는 그 기도가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가야 합니다. 관세음보살에게 어떤 능력이 있어서 세상 사람들에게 이런 도움을 주는지를 생각해야 하는 것이지요. 자꾸 생각하고 이름을 부르고 또 생각하며 이름을 부르면서 관세음보살을 이해해 가다 보면(解) 어느 사이 관세음보살이 자신의 마음속에 들어와 있음(入)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해(解)와 입(入)이 서로 응하는 것(相應)이 관세음보살 기도의 두 번째 단계입니다. 

 

③ 관세음보살 되기

이제 내 마음속에 관세음보살이 들어오면 내가 곧 관세음보살이 됩니다. 그전까지는 관세음보살의 명호를 부르거나 수많은 명호가 담긴 신묘장구대다라니를 외는 중생의 신분이었다면, 이제는 내가 구원자의 자격을 띠고 능히 중생의 부름에 응하여 달려가는 것(應化)이지요.

 

“중생으로 왔다가 중생으로 갈 수는 없다!” 바로 이것이 불교의 모토입니다. 비록 중생으로 이번 생을 시작했더라도 부처로 완성되거나 그렇지 못하다면 보살로서 다음 생을 기꺼이 맞이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관세음보살은 엎드려 비는 우리에게 일단 구원의 손길을 내밀면서도 이렇게도 제안합니다. “언제까지 도와달라고 빌기만 할 건가요?”

신묘장구대다라니를 욀 때도 관세음보살이란 어떤 분인지를 자꾸 생각해야 합니다. 대다라니가 담긴 『천수경』을 외면서도 관음기도가 궁극적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관세음보살님 덕분에 지옥 같은 삶에서 구원을 얻었다면 이제 내가 관세음보살이 되어 지옥 같은 세상에서 절망에 빠져 허우적대는 중생을 향해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아약향지옥(내가 만약 지옥에 가면)”의 단계까지 나아가는 것-이것이 바로 관음기도, 대다라니기도의 종착점입니다.   

 

 이미령
불교 강사이자 경전 이야기꾼. 경전 강의를 진행하면서 불교 칼럼을 꾸준히 써오고 있다. 동국역경원에서 『대당서역기』, 『직지』 등 다수의 번역서를 냈다. 저서로는 『시시한 인생은 없다』, 『붓다 한 말씀』, 『이미령의 명작 산책』, 『숲속 성자들』, 『인생은 읽을수록 우아해진다』 등이 있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