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대화엄사] 화엄사전통사경원, 단절된 700년의 역사를 잇다-김경호 사경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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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대화엄사] 화엄사전통사경원, 단절된 700년의 역사를 잇다-김경호 사경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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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9.10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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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그린 빛의 세상, 지리산 대화엄사] 화엄을 일구는 사람들 ➊ 김경호 사경장・화엄사전통사경원 원장
 김경호 사경장・화엄사전통사경원 원장

고려 사경의 전통을 이어가다

2020년 6월 화엄사전통사경원이 개원했다. 700년 동안 끊겼던 고려 전통사경의 맥을 잇기 위한 위대한 첫걸음이었다. 

0.1mm 안에 7~8개의 선을 긋는 수행의 결정체, 법사리로 불리는 ‘사경(寫經)’. 화엄사전통사경원 원장으로 초빙된 김경호 사경장은 국가무형유산 제141호로 사경장(寫經匠) 종목 첫 보유자다. 그는 국내뿐 아니라 미국, 중국 등 해외에서도 여러 차례 사경 전시를 열며 한국 전통사경의 우수성을 알려왔다. 2021년에는 국보 화엄사 사사자 삼층석탑 봉안 사경과 중수기를 제작하기도 했다. 

각종 교육 기관에서 사경 관련 강의를 하는 등 50여 년을 사경의 전승을 위해 외길을 걸어온 김경호 사경장에게 화엄사전통사경원 개원의 의미는 남다르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목판 인쇄물(무구정광대다라니경)과 금속활자 인쇄물(직지심체요절)을 보유한 나라예요. 세계 인쇄 문화의 종주국인 한국, 그 바탕에 사경이 있었어요. 『고려사』 기록에는 중국에서 우리나라 사경 전문가(사경승寫經僧) 파견을 요청했다고 나와요. 그만큼 고려 사경의 우수성이 널리 퍼져 있던 거죠. 

고려 말인 1300년대 중반까지는 사경원이 있었어요. 화엄사전통사경원의 개원은 700년 동안 단절된 고려 사경의 전통을 잇는 일이니 참 어마어마한 일이죠.”  

 

오늘날에 맞는 사경으로 

사경은 필사, 변상도(불경 내용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그림) 제작, 표지장엄 등 크게 세 단계로 구성된다. 세부적으로는 ‘금가루 발색’ ‘아교 만들기’ ‘종이의 표면 처리와 마름질’ ‘잇기’ ‘선긋기’ ‘경 필사’ ‘변상도 그리기’ ‘표지 그리기’ ‘금니 표면처리’ 등 10여 가지 공정을 거친다. 

화엄사전통사경원은 2년 과정(기초반, 연구반)으로 경필사(사경수행자) 양성하는 교육기관이다. 김경호 사경장이 직접 지도하는데, 수강생들은 전통사경에 대한 기초 이론 학습과 실기(선긋기, 신장도 그리기, 사경 작품의 제작 등)를 배운다.

“사경을 전문으로 했던 사람들을 ‘경필사’라고 해요. 이곳에서 경필사를 양성해서 사경 전통을 이어나가려고 해요. 더 나아가 과정을 이수한 경필사들이 공양품으로서의 기본을 갖춘 여법한 사경을 제작해서, 의뢰받은 사찰의 복장품으로 모실 수 있도록 하려고 해요.”

 

화엄사는 사경의 꽃인 신라백지묵서화엄경

(국보)을 사경한 경필사를 배출하고, 화엄석경(보물)을 조성한 전통사경 종찰이다. 화엄사전통사경원 원장을 맡은 김경호 사경장은 그런 전통을 계승시키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700년 만에 고려 사경 전통을 답습만 하는 게 아닌, 어떻게든 오늘날에 맞는 사경으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그래야 그 사경이 후대에는 국보·보물이 되고, 후손들이 ‘21세기에 화엄사 사경원에서 그 전통을 계승하고 발전시켰다’라고 인정해줄 거예요.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은 사찰에서 사경 강좌를 개설하고, 스님들도 사경을 배우는 등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화엄사전통사경원
전통사경 강좌

700여 년 전의 명실상부한 사경원의 전통을 잇고, 경필사(사경수행자)를 양성하기 위해 전통사경에 대한 기초 이론 학습과 기초 실기를 연마한다. 

● 교육과정: 기초반(조미영 박사), 연구반(김경호 사경장)
● 모집인원: 상시 모집 
● 문의: 061-783-7610

 

사진. 유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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