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적 삶에 대한 자각은 어떤 형태로 이루어지는가?
이는 한마디로 ‘나는 어떠한 세계에 있는 어떠한 존재이며, 그렇기에 나는 어떠한 자세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하는 물음을 진지하게 제기하고 추구하는 데서 출발한다.
근원적으로 보자면 불교의 가르침이나 자연과학의 탐구 내용도 결국 이 물음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지만 그 강조점에서는 차이가 있다.
이 물음은 ‘나는 어떠한 세계에 있는 어떠한 존재인가?’ 하는 앞부분과 ‘나는 어떠한 자세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하는 뒷부분으로 구성되는데, 자연과학이 앞부분의 물음에 강조점을 둔다면 불교는 뒷부분에 강조점을 둔다.
그러나 본래 물음에서 이 두 부분이 ‘그렇기에’라는 접속사로 연결되었듯이, 이 두 부분이 각기 독자적으로만 추구된다면 삶에 대한 진정한 주체적 자세라 할 수 없다.
이상적으로는 이 두 부분이 정합적으로 연결되어 누구에게나 공감이 되고 누구에게도 만족스러운 해답이 주어져야겠지만 현실은 아직 여기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바탕에 깔고, 불교와 과학에서 각각 추구하는 깨달음의 방식과 내용에 어떠한 공통점과 차이가 있는지를 불교의 몇몇 중심 사상을 기준으로 살펴 나가기로 한다.
특히 불가에서 말하는 중도(中道)와 무아(無我)의 개념은 삶에 대한 피상적 이해의 차원을 넘어서 심층적 이해로 들어가게 하는 방편에 해당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먼저 중도와 무아의 개념이 불교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고, 현대 과학에도 이에 해당하는 개념들이 있는지, 있다면 그것이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생각해 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