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역자 | 보경 | 정가 | 30,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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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 2023-11-30 | 분야 | 종교 |
책정보 |
판형_152*225mm | 두께_2.8cm 504쪽 | 1도 | ISBN 979-11-93454-11-4 (03220) |
최고의 에세이스트 보경 스님이 들려주는 선의 세계,
장대한 선불교의 역사와 사상을 이 한 권에 담았다!
실천 없는 이론은 공허하고 이론 없는 실천은 맹목적이다.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부단한 노력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삶에서 뜻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 불교 수행도 마찬가지다. 지금 내가 하는 수행이 무엇인지, 왜 수행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해 없이는 길을 잃고 헤매기 십상이다. 이 책은 선(禪)의 여정을 떠나려는 이들에게 길을 밝혀주는 책이다. 유구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선불교는 어떻게 태동했는지, 어떠한 사상적·수행적 변천 과정을 겪어 왔는지, 오늘날 한국 선불교의 핵심은 무엇인지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한다.
‘선은 어렵다.’ 선방 스님이나 한국불교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다. 이는 선 수행의 고단함을 비유하는 말이지만, 한편으로 선의 의미가 모호해서 개념이 머리에 쏙 들어오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 책이 이러한 갈증을 채워줄 것이다. 서둘러 자리 잡고 정좌하기 전에, 먼저 이 책을 펼쳐 보라. 정확히 알고 바르게 행하는 것이 가장 빠르게 이르는 방법이다.
보경 스님
송광사가 출가본사다. 선방에서 10년을 살았고 서울 법련사 주지, 보조사상연구원장을 역임했다.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수선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겸임교원으로 강의를 했다. 일생 만 권 독서, 불교의 인문학적 해석을 평생의 일로 삼아 정진하고 있다. 현재 보조사상연구원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송광사 탑전에서 책 보고 글 쓰고 법문하며 지낸다.
지은 책으로 『사는 즐거움』 『이야기 숲을 거닐다』 『행복한 기원』 『인생을 바꾸는 하루 명상』 등의 에세이와 『기도하는 즐거움』 『한 권으로 읽는 법화경』 『슬픔에 더 깊숙이 젖어라』 『원하고 행하니 이루어지더라』 『숫타니파타를 읽는 즐거움』 『선문염송 강설』 『아함경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수선사 연구』 등의 경전류 강설집과 논서가 있다.
특히 2017년, 십수 년간의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산중으로 내려온 해에 우연히 고양이 ‘냥이’를 만났고 그와 함께한 특별한 사계절의 이야기를 에세이(『어느 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 『고양이를 읽는 시간』 『고양이가 주는 행복 기쁘게 유쾌하게』)로 써서 화제를 모았다. 고양이 3연작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 2020년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나눔 도서로 선정되었고, 세 번째 책은 2022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나눔 도서, 2022서울국제도서전 ‘여름 첫 책’에 선정되었다.
서문
Ⅰ 인도사상의 연원
1. 고대인도사상
베다사상과 제의
우파니샤드사상
베다사상과 불교
2. 불교의 발생 배경
Ⅱ 인도불교철학의 전개
1. 경전의 결집
2. 인도철학의 시작과 전개
3. 아비달마철학
『구사론』에 대하여
오온·십이처·십팔계
4. 중관학파
초기교설과 용수의 연기철학
공성과 중도로서의 연기철학
희론적멸과 파사현정
이제설
5. 유가행파
유식무경
제8 아뢰야식
제7 말나식
제6식
심소
유식삼성
유식수행의 5단계
6. 인명론
인명의 정의
인명학의 범위
인식
관계
7. 여래장사상
8. 밀교
Ⅲ 중국의 역사와 사상
1. 역사와 사상사의 의의
2. 중국고대사와 문화
하
상
주(봉건제·정전제·종법제·예악제·사)
춘추전국시대
백가쟁명(유가·묵가·도가·법가)
진
유교(도덕관·심성론·학문)
한 제국의 사상면면과 그 의의(한무제·동중서·참위법·훈고학과 『설문해자』·도교)
Ⅳ 불교사 속의 중국역경사
1. 번역의 개관
번역의 기준과 격의
격의의 난제
역경의 시대
역경사의 이면
2. 중국역경사와 시대별 대표인물
역경의 서막, 안세고와 지루가참
삼국시대의 역경, 지겸과 강승회
양진 시기의 불교사적 특징(축법호·불도징·도안·구마라집·승조와 축도생·담무참)
남북조 시기의 불교(구나발타라·보리류지·진제)
수·당 시기의 불교, 중국화의 완성(현장·실차난타·의정)
오대십국 시기의 불교
송의 격변과 선종의 흥기
요·금 유목민족의 불교
금의 불교
원의 불교
명·청으로 흐르는 불교
Ⅴ 중국불성사
1. 중국불성사의 개관
불성의 정의와 기본전개
위진남북조시대의 현학과 불성론
현학의 개관
2. 불성의 논제
불성에서 법성으로
불성의 유무와 성불의 가능 여부
본래 있는가, 닦아서 갖추는가
천태와 화엄, 성구와 성기로 말하다
즉심즉불
돈오와 점수의 문제
유심정토, 간명함으로 승부를 보다
중국불성론의 전개가 시사하는 것
Ⅵ 중국선종사
1. 선종사의 개관, 선에 대해 말할 때 말하고 싶은 것
2. 선종의 전등과 역사서
선종의 전등
선종의 역사서
3. 여래선의 전개
여래선의 정의
교에 의지하여 깨닫는다, 『능가경』과 자교오종
달마가 서쪽에서 온 까닭은
달마 후대 전승과 능가종의 형성
동산법문, 선문의 초석을 놓다
남종과 북종으로 갈라지는 선
4. 조사선으로 더욱 깊어지는 선
조사선의 선종사적 의의
남종선의 설계자 하택신회
그 이름도 찬란한 조계, 육조 혜능과 『단경』
『단경』으로 보는 혜능의 사상
5. 중국선종의 성립과 조사선의 전개
선은 조계를 근본으로 한다
여릉의 쌀값이 얼마인가, 청원행사와 석두희천 계열의 선
벽돌을 갈면 거울이 되는가, 남악회양과 마조도일
홍주종 문하 선의 종장들
선원청규를 제정하다, 백장회해
차나 한 잔 마시게, 남전과 조주
6. 분등선, 초불월조의 오가칠종
분등선의 의의
위앙종, 방원묵계 체용쌍창
임제종, 기봉준열 오역문뢰
조동종, 면밀회호 묘용친절
운문종, 홍기섬삭 고위험준
법안종, 문성오도 견색명심
7. 양송 시기의 선풍, 문자선에서 무자화두까지
문자선
문자선의 주창자(분양선소·설두중현·원오극근)
8. 간화선과 대혜종고
간화선은 이렇게 한다
활구와 사구
시시제시
의정이 선의 생명이다
승속융회
9. 묵조선, 오직 앉으라는 철학
Ⅶ 한국선불교의 전개
1. 조계산문의 개창
2. 삼문수행과 정혜결사
3. 무자화두 인식
4. 『선문염송』 간행과 간화선 체계정립
• 맺음말
묻거나 들을 곳이 없는 선의 길,
미리 알고 가면 헤맬 일이 없다!
단숨에 읽히는 에세이 선종사(禪宗史)
한국인에게 불교는 친숙한 대상이다. 하지만 한국불교의 요체라고 할 수 있는 선(禪)은 생각보다 친숙한 대상이 아니다. 사람들은 선이라고 하면 단정한 자세로 앉은 스님이 참선하는 모습,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쏭달쏭하기만 한 선문답, 그리고 깨달음을 떠올린다. 그런데 참선이나 선문답이나 깨달음이나 이런 것들은 무엇이고 왜 필요한 것일까? 수행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도 속 시원한 답을 듣기 어렵다. 그저 뭔가 근엄하고 아득하기만 한 어떤 것으로 느껴진다.
이 책은 부드러운 에세이 형식으로 선불교의 역사를 풀어내며 우리를 선의 세계로 안내한다. 인도의 베다와 우파니샤드 사상에서 출발하여 초기불교와 부파불교를 거쳐 중국불교, 한국불교에 이르는 장구한 사유의 파노라마를 생생하고 명료한 한 줄기 선종사로 재구성해 낸다. 언어와 사변으로 설명하기 힘들다는 선이 도도한 흐름의 풍경화 속에서 홀연히 그 모습을 드러낸다.
한 사람의 일생에서 과연 몇 권의 책을 읽을 수 있으며 실참까지 해볼 수 있겠는가. 불교사는 차치하고라도 전문적으로 수행하거나 참선하는 출가자 외에도 참선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선종사를 이해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중략) 만약 책 한 권으로 불교와 선종의 흐름을 파악하는 일이 가능할 수만 있다면 불교와 선종의 공부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좋은 일이기도 하고, 이는 나의 오랜 갈망이기도 하다. - 서문 중에서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선불교를 공부하고 수행하는 사람이 선의 요점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선이란 무엇인가, 그 개념을 명확히 이해하고 출발한다면 쉽지 않은 수행의 여정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일이 적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무엇보다 출가 수행자로서의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입을 열면 그르친다’는 말이 강령처럼 받들어지던 시절, 참선하면서 든 여러 가지 의문을 해소하고자 많은 자료를 살펴보았지만 선명하게 와 닿는 책이 없었던 지난날을 떠올리며 보경 스님은 훗날 선 공부하는 이들에게 길잡이가 되어 주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써 내려갔다.
출가 40년의 수행과 공부를 정리한 책,
사유의 경계를 넘나들며 선에 깊이를 더하다
베스트셀러 고양이 에세이 3연작(『어느 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 『고양이를 읽는 시간』 『고양이가 주는 행복 기쁘게 유쾌하게』)으로 한국불교 최고의 에세이스트라는 찬사와 함께 세간의 주목을 받은 보경 스님. 사실 스님은 누구보다 깊이 선 수행과 불교 공부에 천착해 온 수행자이자 학자이다. 갓 스물이 되던 해에 출가한 이후로 지금까지 40여 년을 선에 매달려 왔다. 선방에서 참선하면서 송광사 800년 산문을 연구하기도 했다.
선에 대한 보경 스님의 탐구가 특별한 것은, 선의 안팎을 넘나들며 주변의 여러 사유를 두루 살폈다는 점이다. 이러한 공부인으로서의 태도가 이 책에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알다시피 선불교는 중국인들이 자신들의 문화와 가치관에 맞게 각색하고 변용한 불교이다. 그러나 이 책은 중국불교만을 다루지 않는다. ‘베다-우파니샤드-아비달마-중관-유식’으로 이어지는 고대인도의 사상사 흐름을 먼저 이야기한다. 이는 중국으로 전래된 불교의 근본이 무엇이며, 중국인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를 알아야 중국불교의 탄생과 변화 과정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토대로 중국의 고대사상과 문화, 유교와 도교, 역경사, 불성사, 선종사까지 폭넓게 아우르고 마침내 한국선불교의 전개를 끝으로 이 책은 마무리된다.
내가 갓 스물에 불문에 들어 제일 먼저 깨달은 것은 시간을 잘 보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공부는 반드시 빛을 발할 때가 있다는 믿음이 이날까지 나를 지탱해 준 힘이 되었다. - 맺음말 중에서
보경 스님은 막 출가한 스무 살 때부터 지금의 모습을 그려 보았다. 60이란 나이, 절집 나이로 40세가 되는 시점에 자신은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지. 그때쯤이면 스스로 공부가 정리되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자신이 공부한 바를 전할 수 있기를 바랐다. 이 책은 보경 스님이 품었던 오랜 염원의 결실이자 지금까지의 공부를 갈무리하는 결정판이다. 만 권 독서와 불교의 인문학적 해석을 평생의 일로 삼아 정진해 온 보경 스님만의 연륜이 녹아 있는 이 책을 벗 삼아 많은 불자가 각자의 수행과 공부를 더욱 예리하게 탁마해 가길 바란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고는 필연적인 것이고 이것이 윤회라는 굴레 속에서 영원히 반복된다면 존재 자체가 괴로움이 된다. 따라서 어떻게 하면 윤회를 멈추고 영원한 해탈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우파니샤드시대에 확립된 이래 인도의 모든 종교와 철학을 특징짓는 요소가 되었다. 결국 해탈의 문제는 인도종교철학의 최고의 가치로 자리 잡게 된다. - 25쪽
불교가 인도전통의 베다사상을 배제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은 이유는 동일한 토양에서 벌어진 일이기에 시간이 달라졌다고 하여 훈습된 사상이 소멸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다만 베다의 전통은 브라흐만과 아트만을 기본골격으로 하여 시설되고 이 주장을 포기하지 않고 견지한다. 하지만 불교는 형이상학적인 문제에 대하여 침묵하고 대신 경험적이고 현상적인 영역을 일체법이라 하여 오온・십이처・십팔계・십이연기 등의 기본교설을 세웠다. 이는 고정된 실체로서가 아니라 인연화합하는 연기적인 관점에서 존재와 우주의 법칙을 설명하는 입장이었다. - 30~31쪽
『반야심경』은 서두에 “관자재보살이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오온이 공한 것을 비추어보고 온갖 괴로움에서 건넜다”라고 시작한다. 오온이 공한 것을 보는 것이 큰 깨달음이다. 우리가 하는 공부나 수행이 결국은 오온이 공한 것임을 알기 위해서다. 나라는 존재가 오온의 화합물이며 그 다섯 요소 하나하나도 다시 여러 요소로 분해되어 설명된다. 오온은 불교초기교설에서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을 설명하는 다섯 가지 기본범주이다 - 60쪽
서양이 개인중심의 의식이라면 중국은 집단의 의식으로 흘러갔다. 집단에게는 질서가 최우선의 가치다. 질서가 없으면 집단은 붕괴하고 만다. 중국사회가 왜 그렇게 질서에 집착하는지 이 과정을 알아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그 질서가 곧 예다. 예를 모르면 중화민족의 정신도 문화도 모르는 거다. 중국인이 그리는 사상사의 모든 그림은 이 예라는 캔버스 위에 그려지는 것이다. - 144~145쪽
불경의 번역 자체가 격의의 과정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언어구조나 문화가 전혀 다른 두 언어의 개념을 일치시키는 해석은 결코 간단한 과정이 아니다. 역경을 알려면 격의를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그 과정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고역 시기에 그런 번역의 틀을 제공한 것은 현학(玄學)이다. 현학은 노자나 장자가 말하는 무를 세계의 근원이자 도의 근본으로 여기는 사상이다. - 240쪽
천태는 중생과 불이 서로 구족함을 말하고 화엄은 여래성기를 말하며 선종은 즉심즉불을 말하는데, 그 근저는 모두 불성설이다. 보통 선종을 중국불교의 산물로 이야기하지만 선종사상은 사실 불성사상이라 말할 수 있다. 중국불성사를 논하려면 남북조에서 발생한 불성의 본유(本有)와 시유(始有)의 쟁론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다. 인(因)으로서 불성을 설명하면 불성은 본유이고 과(果)로서 불성을 설명하면 불성은 시유다. 인은 출발단계에서 이미 불성과 성불이 있다고 전제하는 것이고 시유는 성불이라는 결과를 성취해야만 불성을 나타낼 수 있다는 관점의 차이다. - 311쪽
현학은 무를 중시하는 귀무론에서 유를 숭상하는 숭유론, 유와 무를 지양하여 즉유즉무를 통섭하는 독화론으로 나아갔다. 그 핵심논제는 결국 유・불・도 삼교 공히 유와 무의 문제로 귀결된다. 이 유・무의 굳은 벽을 깨고 나온 인물은 구마라집 문하의 승조다. 그는 중국반야학의 조사이자 격의불교를 종결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현학의 철학적 논의도 그로 인해 마무리되었다. - 320~321쪽
선종은 명심견성 돈오성불을 주창한다. 따라서 성불하기 위해서는 굳이 경서에 의지하지 않고도 참선수행을 통해 단번에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는 사상이 당 중기를 넘어서면서 팽배해졌다. 간명하고 쉬우면 따라하기 좋고, 따라하기 좋으면 오래간다. 그래서 선종은 좌복 하나만 있으면 세상에 부러울 게 없다. 갓 스물에 출가한 나 자신도 그랬다. 인간사 좌복 하나면 그대로 세상의 종말이 온다 해도 여한이 없으리란 마음이었다. - 349쪽
중국선은 인도에서 유래하였지만 인도선과는 다르다. 중국선의 많은 용어와 방법 및 내용은 인도에서 왔지만 모두 중국사회의 역사적 조건과 전통사상문화의 영향 아래에서 새롭게 변화・발전하였다. 선종 역시 인도불교가 중국화된 산물이지만 인도에서 선종과 같은 방식으로는 존재하지 않았다. 중국선은 중국불교와 중국문화의 주요 구성부분으로 자리 잡아 점점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 373쪽
개인적으로 선종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로 방법론이 분명하여 참선의 실체화가 가능한 것에 주목하고 싶다. 즉 화두를 참구하는 것이라는 간화선의 정의는 선을 다음 단계로 끌어갔다는 뜻이다. 한국에서는 현재 선이 간화선이고 간화선이 선으로 인식되고 있다. 명상이나 기도를 한마디로 응축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선은 화두를 보임으로써 생물화를 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화두 자체가 뭘 가능하게 하여 중요한 게 아니라 선에 대해 간명하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한 민족이 존속하려면 신화부터 만들어내듯이 선종의 간화선에서는 화두가 신화고 예술이고 종교인 것이다. - 471쪽
대혜는 사구(死句)를 읽지 말고 활구(活句)로써 간할 것을 제시한다. 이 표현이 대혜의 작어는 아니다. 만당・오대 이래로 남종의 발전 가운데 나타난 사제간의 응대에 대한 분류이다. 학인이 언급한 질문에 대해 정면으로 답하거나 글자 자체로 의미를 파악할 수 있도록 열어놓으면 사구가 된다. 대신 학인의 질문에 정면적인 대답을 피하고 숨겨진 말과 반대되는 답이나 의외의 말로 답하는 것이 활구다. 사실 그 자체로는 별다른 의미가 없는데 뜻을 감춤으로써 의심을 촉발하기 위한 상징적인 대치를 들어 시설하는 것이다. - 47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