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제 은사인 영화 스님의 불유교경 강설집을 한국어로 출판을 마치고, 사람들로부터 그런 불경이 있었다는 것도 몰랐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사실 『사십이장경』이나 『약사경』도 한국에서 널리 읽히고 강설된 경전이 아니기 때문에 영화 스님의 강설집을 빨리 한국에 소개해야하는데 마음이 급합니다. 그리고 책을 한권 번역해서 출판하기까지 시간이 꽤 많이 걸리기 때문에 일단 사십이장경의 한 구절을 여기서 소개해볼까 합니다.
『사십이장경』 중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오직 널리 듣고 많이 보는 것만으로써 도를 사랑하는 이는 도리어 도를 얻기가 어려울 것이요, 뜻을 지켜 진실로 도를 받들면 그 도가 더욱 심히 커지느니라.”
佛言: 博聞愛道, 道必難會, 守志奉道, 其道甚大.
불언: 박문애도, 도필난회, 수지봉도, 기도심대.
이 부분은 부처님의 문사수(聞思修)의 지혜에 대한 내용입니다. 저는 한국에 와서 명상교실을 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납니다. 그런 분들 중에는 당연히 저보다 불교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고 경험이 많은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들 중 대부분은 수행이 더 필요해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부처님도 말씀하신겁니다. “오로지 널리 듣고, 많이 보는 것만으로 도를 사랑한다면 그건 도리어 도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여기서 널리 듣는다(博聞)는 것은 부처님의 제자 중 아난다 같이 박식한 사람이 많이 배우려는 것을 말합니다. 여기서 박(博)이란 지식의 깊이와 폭을 갖추는 것이며, 문(聞)은 배운다는 것을 뜻합니다. 과거에는 책이나 전자제품이 많지 않아서 주로 구두를 통해서 가르쳤습니다.
어떤 분이 명상을 배우러 왔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가까이 가고 싶다고 말합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공을 경험하고 그곳에 도달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우선 결가부좌 자세의 아픔을 견뎌야한다고 말하면 바로 포기해버립니다. 불법에 대한 큰 사랑과 열망만 갖고, 불행히 상에 집착하고 잘못된 곳에 가서 도를 찾기도 합니다. 그러면 법을 만나기란 어렵습니다. 만나더라도 그 깊이와 경이로움을 맛보기 어렵습니다. 음식을 씹고 삼키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말합니다. 도는 “배우고 이해하거나 연구해야 한다”는 우리의 일반적인 믿음과는 달리 증득하거나 깨달아야만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최고의 보상이 될 것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명상을 시작하는 이유가 부처가 되고 큰 깨달음(보리)를 얻기 위해서라고 말합니다. 물론 그 길은 길고 어려운 여정입니다. 여러분이 가다가 힘들다고 낙담하거나 조급해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걸 불교에서는 시험이라고 부릅니다. 수행하지 않고 그냥 있으면 모든게 다 괜찮을겁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진심으로 수행하려고 결심하는 순간 시험이 찾아옵니다. 이는 부처님이 우리에게 믿음과 결의를 가지고 인내하라며 일깨워주는 것입니다. -0
현안(賢安, XianAn) 스님
2012년부터 영화 선사(永化 禪師)를 스승으로 선과 대승법을 수행했으며, 2015년부터 미국에서 명상을 지도했다. 미국 위산사에서 출가 후 스승의 지침에 따라 한국으로 돌아와 현재 분당 보라선원(寶螺禪院)에서 정진 중이다. 국내 저서로 『보물산에 갔다 빈손으로 오다』(어의운하, 2021)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