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관람료
2023년 5월 4일부터 사찰에 방문하면 내야 했던 ‘문화재 관람료’가 대부분 폐지됐다. 언론에서도 크게 다뤘고, 조계종과 문화재청은 이를 알리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간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던 문화재 관람료(이하 관람료) 해결의 큰 변곡점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지만, 모든 관람료가 폐지되는 것은 아니다. 2022년 3월 기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101곳 중 82곳이 관람료를 받고 있는데, 앞으로도 이곳을 방문할 때는 관람료를 내야 한다. 경복궁을 방문할 때, 혹은 도산서원을 방문할 때는 관람료를 내야 한다. 또, 사설 박물관에 들어갈 때도 관람료를 낼 수 있다.
이번에 폐지되는 관람료는 국가지정 문화재를 소유 관리하는 사찰의 관람료다. 2022년 3월 기준, 국가지정 문화재를 소유 관리하는 206개의 사찰 중 65개 사찰이 관람료를 받아왔다. (시도지정 문화재 보유 사찰 제외)
그러면 사찰 관람료만 왜 문제가 됐고, 이번에 폐지된 것일까? 그간 경복궁을 방문할 때는 조금 귀찮아도 관람료를 냈다. 그런데 특히, 국립공원이나 도립공원 등 공원 내에 있는 사찰(대부분 유명한 산을 끼고 있다)을 방문할 때는 불평불만이 떠오른다. “산이 좋아서 방문하는 것이지, 사찰에 가는 것은 아니다”라는…
여기에 대해 사찰도 할 말이 많다. 많은 경우 공원 입구에 사찰이 있다. 즉, 산을 오르기 위해서는 사찰을 지나야 한다는 이야기다. 또, ‘공원의 많은 임야가 사찰 소유다’, 혹은 ‘주요 등산로는 사찰 소유다’라는 이유를 설명한다. 조계종 발표에 의하면 가야산국립공원의 37.5%, 내장산국립공원의 26.2%, 오대산국립공원의 17.8%, 계룡산국립공원의 15.4%가 사찰 소유 토지다. 이외에도 설악산, 속리산국립공원에서 사찰 소유 토지가 10%를 넘는다. 그 밖에도 여러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문화유산은 점(點) 단위가 아닌 면(面) 단위로 보아야 한다’는 것. 하나의 석탑은 석탑 자체로 보기보다는 그것을 둘러싼 환경과 연결돼 있다는 이야기. 또 ‘문화유산과 그 주변을 관리하는 비용(그것도 국가 지정이다)은 누가 부담할 건데?’ 같은 질문이다.
관람료와 입장료
조계종과 관람료 사찰의 근거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사람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하는 것이 관람료를 징수하는 매표소 위치다. 매표소 위치가 사찰과 지나치게 떨어져 있어 ‘굳이 이 먼 곳에서 받아야 하나?’, 혹은 ‘이곳은 사찰과 관계없고, 딴 이유가 있는 거 아냐?’라는 질문을 던진다. 대표적인 문제로 떠올랐던 곳이 지리산 천은사다. 소송까지 불사했고, 소송을 제기한 사람들이 최종 승소했다. 그런데, 이 소송은 당사자와 천은사만의 문제이기에 범용적으로 적용되지 않았다. 판결 후 지방자치단체, 국립공원공단과 사찰 간 협의로 폐지되긴 했다.
여기에 대해서도 사찰은 할 말이 많다. 50년 넘는 역사를 되돌아봐야 하는 이유다. 관람료 징수는 1962년 문화재보호법이 제정되면서 시작됐다. 문화재에는 석탑, 건축물, 불상과 같은 유형문화재뿐 아니라 명승, 천연기념물, 사적 등도 포함된다. 사찰뿐 아니라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기관도 관람료를 징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그해 12월 해인사에서 시작됐고 여러 사찰과 기관이 뒤따랐다.
그런데 1967년 국립공원 제도가 도입됐고, 1970년 5월 1일부터 ‘국립공원 입장료’를 징수하기 시작했다. 한 사람이 공원을 방문할 때, ‘문화재 관람료’와 ‘공원 입장료’를 두 차례 내야 하는 상황과 마주친 것이다. 해서 나온 방법이 관람료와 입장료를 합동 징수하는 것이었다. 징수 주체는 공원을 관리하는 공공기관. 당연히 매표소 위치와 비용은 공공기관의 책임. 매표소 위치도 당연히 공원 입구에 설치됐다. 매표소 위치가 정해진 주된 이유다. 그 후 ‘합동 징수’를 폐지하라는 여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예민하지 않은 사람은 관람료와 입장료를 구분치 않았고, 합동 징수가 실시된 후부터는 한 번만 내면 됐다. 시행일로부터 37년 후인 2007년 7월 1일부터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됐다. 예민하지 않은 사람도 ‘입장료가 폐지됐다는데, 관람료는 뭐야?’, ‘매표소가 사찰 입구가 아니라 공원 입구인데?’라는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된 후, ‘관람료’와 ‘매표소의 위치’가 제기된 이유다.
표에서 보듯, 관람료가 먼저 시작됐다. 그리고 국립공원 입장료가 징수되면서 편의상 합동 징수가 실시됐다.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됐으니 ‘관람료도 폐지하라’, 혹은 ‘매표소를 옮겨라’라는 문제에 사찰도 할 말이 많은 것이다. 정부 예산으로 처리했어야 하는 국가지정 문화재의 보존 및 관리를, 지금껏 입장료와 관람료를 통해 해결해 놓고는 ‘시작할 때도 끝낼 때도 일방적으로 진행한다’는 문제를 갖는 것이다.
관람료 폐지
경복궁이나 사설 박물관과 달리 ‘사찰’만 관람료가 문제 되는 공간적, 시간적 이유다. 관람료 문제는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된 2007년 7월부터만 따져도 20년 넘게 곪아진 문제였다. 자발적으로 폐지한 사찰도 있었고, 지자체와 협의 후 폐지한 곳도 있었다. 시민의 여론을 공공기관도 사찰도 당연히 인식하고 있었고, 해결책은 제도적 문제와 예산 문제였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 쟁점으로 부각된 후, ‘국가지정 문화재의 민간 소유자가 문화재 관람료를 감면하는 경우 그 감면분을 국가(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할 수 있는 문화재보호법령을 개정함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사찰에서 받은 관람료를 국가 예산으로 지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결과 2023년 5월 4일부터 관람료를 내지 않고 공원에 출입할 수 있게 됐다.
곪아진 문제를 해결한 방법을 꽤 길게 설명했다. 서두에서 관람료 문제의 큰 변곡점이 지났다고 한 이유다. 남은 문제는 ‘예산 집행의 투명성’이다. 2023년 책정된 예산이 420억 내외이니, 그간 사찰에서 받은 관람료 수입을 추측할 수 있다. 또 하나는 지원금의 성격과 행정이다. 국가 예산은 해마다 책정될 것이고, ‘증감 폭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를 위한 정부나 해당 사찰, 종단의 행정적 문제도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