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물을 가지고 살면, 해결될 때까지 그 허물에 대해서 생각할 것입니다.
작년을 돌이켜보니 참 바쁜 한 해였습니다. 미국 위산사에서 영화 스님께서 한국에 두 번이나 오셨습니다. 그리고 그때 사람들이 끊임없이 찾아와서 많은 질문을 했습니다. 그렇게 영화 스님이 한국에 계실 때 많은 법문과 행사, 손님들로 바쁩니다. 그리고 스님이 미국으로 돌아가시면, 곧 불칠과 선칠이 시작됩니다. 그러니 우리는 거의 일년내내 대부분의 시간을 법문과 불경 강설을 듣고 배우면서 보냅니다.
사실 영화 스님은 지난 2000년 중반부터 지금까지 많은 대승경을 강설했습니다. 사십이장경, 유교경, 지장경, 약사경, 아미타경, 금강경, 반야심경, 육조단경, 화엄경 등을 강설하였습니다. 미국 도량에서 수행 중인 상욱 스님과 나는 작년부터 영화 스님의 여러 불경 강설집을 한국어로 번역해왔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유교경 강설이 출판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불유교경 강설을 읽고 수행에 도움을 받을 수 있길 간절하게 바랍니다.
오늘 영화 스님의 유교경 강설의 한 부분을 여러분과 공유해볼까 합니다.
“자신의 결점을 감추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고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허물을 가지고 살면, 해결될 때까지 그 허물에 대해서 생각할 것입니다. 사람들은 손해를 보거나 다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결점을 감춥니다. 자신의 약점을 직면할 수 없으므로 그것을 감춥니다. 문제가 저절로 사라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실수를 고치지 않으면 우리는 계속 그런 실수를 할 것이고, 죄업을 짓게 됩니다.”
정말 맞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살면서 부끄러운 일을 많이 합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그런 점들을 직면하기 더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유교경에서 부처님은 제자들에게 “수치심은 능히 악행으로부터 사람을 제어할 수 있는 쇠갈고리에 비유될 수 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즉 우리가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발전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수행하는 사람은 타인의 허물을 볼 시간이 없습니다. 끊임없는 자기 성찰을 해야만, 우리 스스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허물과 실수를 고치지 않고 외면한다면, 우리는 그게 해결될 때까지 끊임없이 그 허물에 대해서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문제들이 우리 맘속에서 계속해서 번뇌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고 싶은가요?
서구적 사고방식이나 요즘 사람들의 생각방식으로는 수치심은 나쁘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처님은 한시도 수치심이 없으면 안된다고 말합니다. 수치심으로 자책하고 우울에 빠지라는 뜻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때 우리에게 눈 밝은 선지식과 좋은 도반이 있으면 도움을 받으며,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볼 수 있습니다. 그들은 여러분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발란스를 맞추며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현안(賢安, XianAn) 스님
2012년부터 영화 선사(永化 禪師)를 스승으로 선과 대승법을 수행했으며, 2015년부터 미국에서 명상을 지도했다. 미국 위산사에서 출가 후 스승의 지침에 따라 한국으로 돌아와 현재 분당 보라선원(寶螺禪院)에서 정진 중이다. 국내 저서로 『보물산에 갔다 빈손으로 오다』(어의운하, 2021)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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