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연이 꿈꾼 삼국유사 비슬산] 두꺼비 지킴이 스님의 도심 포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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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연이 꿈꾼 삼국유사 비슬산] 두꺼비 지킴이 스님의 도심 포교
  • 송희원
  • 승인 2023.03.28 1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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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사 경북불교대학 주지 지안 스님
(조계종 미래본부 사무국장)
불광사 경북불교대학 경내에 모셔진 두꺼비 석상을 주지 지안 스님이 쓰다듬고 있다. 

절의 마스코트 ‘두꺼비’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이 지난 3월 초순. 비슬산 자락 도심 사찰인 불광사 경북불교대학 절 마당에 두꺼비들이 나타났다. 몇몇은 혼자고 몇몇은 암컷 등에 수컷 한 마리가 올라탄 자세로 짝지어 이동했다. 인근 욱수산에서 겨우내 동면하고 산란을 위해 망월지로 내려가는 두꺼비들이었다. 

이곳 두꺼비들은 2월 말 사찰 뒤 욱수산에서 내려오기 시작해 망월지에서 산란한다. 5월에는 부화한 두꺼비 새끼들이 산으로 다시 대이동을 시작한다. 두꺼비들은 서식지와 산란지를 오가는 과정에서 몇 번이고 경내를 지나가게 된다. 전국 최대 두꺼비 산란지인 대구 수성구 욱수동 망월지에 자리 잡은 불광사 경북불교대학만이 가진 진풍경이다. 주지 지안 스님이 “우리 절의 마스코트”라며 두꺼비를 향한 애정을 한껏 드러낸다.

“3월경부터 두꺼비가 산에서 내려와서 망월지에 알을 낳아요. 5월 초면 부화한 새끼들이 다시 산으로 가는데, 몇백 마리가 한꺼번에 올라와서 경내가 시커멓게 물들어요. 1층 종무실까지 막 튀어 들어올 정도죠. 중국에서는 두꺼비가 행운과 부를 불러온다고 해요. 우리 절에는 두꺼비 형상이 참 많아요. 인등도 두꺼비 모양이죠.” 

이동 중인 두꺼비를 보호하기 위해 경내 주차장을 폐쇄했다. 두꺼비가 도로로 나가 로드킬 당하지 않도록 수성구청과 협력해 방지 펜스도 설치했다. 혹여나 펜스 밖으로 나간 두꺼비들은 하나씩 일일이 잡아서 안전한 곳에 놓아준다. 조만간 수성구청은 망월지 일대에 생태공원과 교육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행운을 가져다주는 두꺼비이건만, 이렇게 보호받기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았다. 2022년 4월 수성구청이 환경부에 망월지 일대를 생태·경관 보존지역으로 지정 신청하자, 망월지 지주들이 반대하며 저수지의 수문을 열었다. 그로 인해 두꺼비, 올챙이 99%가 집단 폐사했다.

“그 이후로 수성구청에서 개인 사유지였던 땅을 다 매입했어요. 지금은 이곳을 두꺼비 생태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해 수성구청과 환경부가 논의를 진행 중이죠. 그 과정에서 살생하지 말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처럼 생명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두꺼비 지킴이 역할을 확실히 하려고요.” 

‘두꺼비 지킴이’ 지안 스님은 불광사 경북불교대학에서 강의하고, 경주와 서울을 오가며 조계종 미래본부 사무국장 소임도 맡고 있다. 

 

경북불교대학을 종합불교대학으로

‘두꺼비 지킴이’ 지안 스님의 소임은 또 있다. 불광사 경북불교대학에서 강의하고, 경주와 서울을 오가며 조계종 미래본부 사무국장 소임도 맡고 있다. 평일부터 주말까지 도통 쉬는 날이 없다. 

불광사 경북불교대학에서 불교대학은 두꺼비 못지않은 또 하나의 자랑거리다. 불교대학은 체계적인 불교 교육 및 도심 포교를 위해 1996년 개설돼 현재까지 수천 명의 동문을 배출하며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대학 과정 및 대학원 과정은 모두 2년 4학기제로 실시된다. 대학 과정은 주·야간 과정이 있으며, 3개월 동안 기본 교육 수강 후 수계를 받은 뒤 이어서 경전반 과정을 이수하게 된다. 위빠사나 집중수행, 불화교실, 고려전통 사경교실 등 평생교육 과정도 진행한다. 좀 더 많은 사람에게 교육 기회가 닿을 수 있도록 수강료도 월 2만 5,000원으로 책정했다. 20년 전 수강료에서 단 5,000원 인상한 가격이다.

2023년 4월 2일, 불교대학 41기가 개강한다. 대구에 소재한 불교대학만 해도 10여 개. 성세연(본각화) 종무실장과 불교대학 13기 졸업생인 성현주(법성지) 총무에게 불광사 경북불교대학만의 자랑은 무엇인지 물었다. 

“가족적인 분위기죠. 1996년도에는 1기 교육생이 주야간 각각 200명 정도 됐어요. 지금은 구법당이 된 건물 안에서 60명이 듣고, 나머지는 문을 열고 마당과 실개천까지 자리를 깔고 앉아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부처님 말씀을 들었어요. 지금은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서 주야간 합해서 100여 명 정도이지만, 그때 1기 졸업생이 지금까지도 동문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어요.”(성현주 총무)

“1기부터 40기까지 기수별 모임이 모두 있어요. 1기 졸업생인 분들이 20년 넘게 신행·봉사 모임, 부부 모임도 같이하는 걸 보면, 정말 친지보다 더 가까운 끈끈한 사이가 된 것 같아요. 전 기수들은 신입생 모집 때 자발적으로 나서서 전단을 나눠주며 홍보하고 있어요. 요즘은 매체 홍보를 주로 하지만, 저희는 그런 홍보보다 입소문을 내고 직접 발로 뛰죠. 지인 소개로도 많이 오는데, 창원에서 한 시간씩 걸려서 오는 분들도 있어요.”(성세연 종무실장)

주지 지안 스님이 맡은 불교대학 강의 역시 인기가 많다. 스님은 부처님 생애나 불교 기본 교리를 설명할 때 꼭 시청각 자료를 이용한다.  

“딱딱하게 책만 읽기보다, 구글 어스로 부처님이 법화경을 설했던 인도 영축산, 최초의 불교대학인 나란다대학 터를 3D로 보여줘요. 무엇보다 본 교육을 할 때는 가급적 야외로 나가요. 통도사로 가서 가람 배치를 직접 보여주고, 동화사에 가서는 봉황문의 봉황이 도망가지 않게 봉황알 형상을 경내에 놓았다는 얘길 하며 사찰이 풍수하고도 연결됐다는 것을 알려줘요. 실상사 같은 선종 사찰에서는 부처님 보다 깨달은 스님들을 더 중시했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명당에 위치한 부도와 조사전을 보여주는데, 다들 재밌어해요.”

지안 스님은 “장기적으로는 불교대학을 종합대학처럼 만들고 싶다”고 강조한다. 월요일에는 사찰음식, 화요일에는 경전반, 수요일에는 불화반 등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하나의 종합대학이 되길 꿈꾼다.

두꺼비가 차도에 나가지 않도록 방지 펜스를 설치했다. 

 

불자의 마음 모아 세우는 열암곡 마애부처님 

2023년 2월 5일 계묘년 정월 방생에 맞춰 불광사 경북불교대학은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부처님 바로 모시기 기원 법회를 봉행했다. 지안 스님은 신도들과 열암곡 마애부처님을 예경하고 경주 지역 불교성지를 순례하는 것으로 회향했다. 

조계종 제37대 집행부의 핵심 종책 사업을 전담하고 있는 미래본부 사무국장으로 있는 스님은 열암곡 마애부처님 바로 모시기, 명상센터 개원, 미래세대 양성, 지역불교 활성화 사업 등을 함께 추진한다. 미래본부는 올해 1월 11일 ‘천년을 세우다’ 사업 추진 준비위원회를 발족했다. 오는 4월 19일에 공식 출범하며, ‘불교 천년을 세우고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을 지키는’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다.  

“물에 빠진 동전도 국민들의 관심을 많이 받으면 떠올라요. 그렇지 않으면 그냥 밑에 가라앉는 거고요. 열암곡 마애부처님도 똑같아요. 우리 불자들이 관심만 가지면 넘어진 부처님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어요. 그냥 문화재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지만, 불자들 입장에서 넘어진 부처님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는 거잖아요. 4월 28일에는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직접 경주 남산에 오셔서 기도입재 법회를 봉행합니다. 그리고 열암곡 부처님이 세워질 때까지 계속 기도할 예정이에요. 불자들의 마음이 모이면 80톤에 달하는 부처님도 내년이면 일어서지 않으실까요.”  

 

사진. 유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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