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역자 | 해인사승가대학 | 정가 | 18,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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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 2023-02-08 | 분야 | 종교(불교) |
책정보 |
판형_128*188mm 두께_1.7cm 272쪽 | 4도 | ISBN 979-11-92476-86-5(03220) |
해인사승가대학 학인스님 36명의 솔직담백 출가 이야기
보통 사람은 알 수 없는 집 떠나 사는 즐거움을 맛보다
이렇게 사나 저렇게 사나 삶의 목적은 한 가지다. 행복하게 사는 것. 그런데 당최 이 행복이라는 녀석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살다 보면 인생은 행복보다 불행에 더 가까운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더 많다. ‘사는 게 다 그렇지’ 스스로를 위로하고 적당한 보람을 느끼면서 사는 게 보통의 삶이라면, 평범함을 거부하고 끝끝내 행복의 완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 중 하나가 출가해서 수행하며 살아가는 스님들이다. 이 책은 겉보기에는 단순하게 사는 듯 보이지만 실은 누구보다 진지하게 삶을 고민하고 성찰하는 사람들, 진정한 행복을 찾아 가진 것 다 버리고 집 떠나와 머리 깎고 사는 ‘찐’ 행복 바라기들의 속마음 100% 출가 이야기다.
지은이_ 해인사승가대학
지묘 • 묘담 • 관현 • 공림 • 휴정 • 도해 • 도원 • 만경 • 해초 • 광조 • 해명 • 우원
무위 • 일벽 • 일승 • 견진 • 금어 • 현담 • 진원 • 승목 • 승해 • 성원 • 보성 • 해종
설호 • 법유 • 무착 • 효중 • 일항 • 진산 • 자산 • 승오 • 일천 • 설산 • 월찬 • 자룡
서문_ 책을 펴내며
1부 어쩌다 보니 스님이 되었습니다
꿀맛 같은 부르심이 있었다
은퇴 후에 바란 단 한 가지
진정한 출가의 길
사랑을 잃고 나를 내려놓다
아팠던 건 나를 너무 사랑했기 때문이다
나는 출가를 후회하지 않는다
멈추고 바라보면 알게 되는 것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나요
수수께끼 같은 시간을 넘어
2부 아웅다웅 살면서 배우고 있습니다
미우나 고우나 도반이 최고
참회하는 즐거움
간절했던 기도 연습기
끝내 포기하지 않는 사람
아직 갈 길이 멀다
중물이란 무엇인가
줄다리기 시합이 가져다준 행복
도반스님의 고귀한 선물
졌잘싸, 토론대회를 회상하며
먼지 뽀얀 경판을 손에 들고
음식을 만드는 보람
여기도 사람 사는 곳입니다
어리석은 자여, 잠에 빠지지 말라
나를 설레게 하는 요즘 강원생활
기준은 붓다웨이, 표현은 마이웨이
생애 첫 사찰 순례
3부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은혜 갚음에 대하여
포기할 수 없는 것과 포기해야 할 것
타인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다
진정한 관계란 무엇인가
진짜 여행을 떠나자
나뭇잎의 쓸모처럼
죽음을 명상하라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행복하라
삼보에 귀의하는 공덕
조리와 속리 이야기
밥값 하는 사람이 되자
부록_ 사진으로 보는 해인사승가대학 생활
왜 하필 스님이 되었냐고요?
제대로 행복해지고 싶어서요!
몇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리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소문난 맛집을 찾아다니는 사람들, 다음 날 쓰린 속을 부여잡고 해롱댈 것을 알면서도 코가 삐뚤어질 때까지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들, 더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해 밤잠을 줄여가며 스펙 쌓기와 실적 쌓기에 올인하는 사람들….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만큼 독하게 사는 사람들에게 도대체 왜 그러고 사냐고 묻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돌아올 답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게 좋고 행복하니까요.”
생존에 필수적인 일을 제외하고 인간이 하는 모든 행위의 궁극적인 목표는 딱 하나다. ‘행복 추구’. 스님들, 이 책은 쓴 해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출가해서 머리 깎고 사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다. 배고파서 초코파이 얻어먹으러 법당에 들어간 사람, 20대에 희망퇴직을 당하고 출가를 결심한 사람,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방황하다가 은사를 만나 출가한 사람 등 사연은 저마다 다르지만 하나같이 행복을 찾아 부처님 가르침 귀의했다. 연애도 못 해, 결혼도 못 해, 맛난 음식도 맘껏 못 먹어, 부와 명성도 쌓기 힘든데, 출가해서 사는 게 어째서 행복을 위한 일이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하지만 스님들이 찾는 행복은 보통 사람이 생각하는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사랑, 돈, 명예처럼 수시로 변하는 것들로부터 얻어지는 잠깐의 행복감이 아닌 변치 않는 삶의 본질(진리)을 터득하는 것이야말로 스님들이 바라는 참 행복이다.
“내일 일은 나도 몰라요. 지금 좋으면 된 거죠.” 이런 하루살이 인생 같은 태도로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은 공감하기 힘든 얘기일 수 있다. 하지만 진지하게 자기 삶의 무게를 고민하는 사람, 무언가를 소유함으로써 얻은 찰나의 즐거움 끝에 허무함과 덧없음을 맛본 사람이라면, 누구보다 깊고 오래 삶의 본질을 성찰하는 스님들의 이야기가 마음 깊이 와닿을 것이다.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고?
집 떠나 사는 재미도 있다!
천천히 걷고 먹고 마신다. 항상 말과 행동을 차분하게 하고, 좋든 싫든 감정 기복과 표현이 적다. 사계절 내내 민머리를 하고 칙칙한 색깔의 옷을 입고 검은색 아니면 흰색 고무신을 주로 신는다. 인적이 드문 산중에 살면서 밤 9시가 되면 불 끄고 잔다. 스님에 따라, 생활환경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 스님 생활이 이렇다. 그래서 ‘스님’ 혹은 ‘스님의 삶’ 하면 떠오르는 첫인상은 단연 ‘재미없음’이다. 만약 누군가에게 단 하루만 이렇게 살아보라고 하면 심심하다 못해 좀이 쑤셔서 안절부절못할 것이다.
그런데도 스님들은 즐겁다고 말한다. 즐거움을 넘어 매 순간 삶의 경이로움을 느낀다고 말한다. 과연 이 말을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마 스님을 빼면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 책을 쓴 학인스님들도 그랬다. 출가하기 전까지 부처님, 절, 스님에 대해서 ‘1’도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인연에 따라 출가한 뒤 직접 살아보니 밖에서 살 때보다 훨씬 더 행복하다는 게 공통된 이야기다.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든 자기 만족을 위해서든, 억지로 애쓰고 꾸미고 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사니까 몸도 마음도 편안해지는 것이다.
출가 생활이 마냥 편하고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특히 어엿한 스님으로 거듭나기 위해 새롭게 배우고 익혀야 할 게 많은 학인스님들의 하루는 고단함 그 자체다. 새벽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공부와 수행, 사소한 일 하나까지 규율에 맞게 행동해야 하는 불편함, 거기에 단체생활에서 오는 각종 스트레스까지 더하면 굳이 머리를 밀지 않아도 저절로 머리카락이 빠질 것 같은 게 스님들의 일상이다. 그러니 오해하지 말자. 스님도 사람이고 절도 사람 사는 곳이다. 스님으로 사는 건 생각만큼 느슨한 일이 아니다.
사람 모인 곳은 다 그렇듯 스님들 생활에도 희로애락이 공존한다. 성격과 생각이 서로 달라서, 때로는 다투기도 하고 본의 아니게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다만 세속에서는 다툼과 잘못이 갈라섬의 원인이 되지만 절에서는 오히려 결속과 자기 성장의 토대가 되어준다. 남을 탓하기보다 스스로를 먼저 참회하고, 자신의 모난 곳을 다듬고 깎아서 원만한 사람으로 자라나는 계기로 삼기 때문이다. 순간순간이 수행인 삶, 겉멋이 아닌 속멋을 가꿔나가는 삶, 여기에 스님으로 사는 즐거움의 참뜻이 숨어 있다.
어쩌면 당신의 이야기가 될지도 모를 이야기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하지 않은 출가 이야기
걱정 없이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점심으로 무엇을 먹어야 할지, 내일은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같은 하찮은 고민에서부터 성적, 취업, 결혼, 집 장만 등 현실적인 과제에 이르기까지 현대인의 머릿속은 걱정거리로 가득하다. 다행히 이런 걱정들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아니면 미리 준비하고 대비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진짜 문제는 인생, 죽음, 행복, 존재의 목적 같은 본질적인 것들이다. 이런 의문을 품고 사는 사람들은 쉽게 현실에 안주하지 못한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잘 먹고 잘살아도 속으로는 어딘가 텅 빈 듯한 공허함을 느낀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 책은 작은 실마리를 보여준다.
이 책의 주인공인 스님들은 처음부터 스님이 아니었다. 학교 다니고 회사 다니면서 평범하게 살다가, 어느 순간 전혀 다른 삶의 방식을 좇아서 불교에 귀의했다. 인류 역사상 가장 깊이 존재의 문제를 탐구했고 마침내 진리를 깨달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의지해 내면의 의문을 풀기 위해서다. 출가는 보통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쌓아온 것들을 모조리 버려야 할 만큼 큰 결심이 필요한 일이다. 그래서 스님이 된다는 건 특별한 선택이자 완전히 새로운 삶으로의 나아감이다. 하지만 간절히 답을 구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더없는 기회의 장이자, 누구에게나 활짝 열려 있는 길이다.
살다 보면 내 안에서 본질적인 물음이 샘솟을 때가 있다. 잠깐의 고뇌로 넘겨버리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심각하게 고민할 것이다. 만약 지금 삶이 행복하지 않다고 느껴진다면, 세상에 더 나은 길이 있을 거라고 믿는다면, 이 책에서 희망과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남들이 말하는 대로가 아닌 내가 바라는 대로,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가길 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용돈이 간절했던 나는 급식비로 부족한 용돈을 메우기로 했다. 하지만 굶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한창 혈기 왕성한 나이에 어떻게 배고픔을 참을 수 있으랴. 몇 번은 몰래 급식을 타 먹기도 하고 친구 밥을 얻어먹기도 했지만, 결국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매점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었다. 애써 모은 용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런 나에게 한 줄기 빛처럼 구세주가 등장했다. 바로 초코파이였다! _ 14쪽
스님은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을 돈에 의지하고, 집에 의지하고, 권력에 의지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사람의 일이란 한 치 앞도 알 수 없어서 하루 만에 집을 잃고, 직장을 잃고, 전 재산을 잃어버리기도 하지요. 이때 의지처를 잃어버린 마음은 혼란스러워하며 절망하고 맙니다.” 그 말을 듣고 곧장 이해가 되었다. 왜냐하면 나도 하루 만에 여자친구를 잃어버렸으니까! _ 41쪽
얼마나 지났을까. 필기시험에 합격했다는 안내 문자가 왔다. 악을 쓰고 할 때는 안 되더니 다 내려놓고 출가하려니까 합격이라니, 인생 참 묘하다. 이래서 알 수 없는 게 사람 일이라고 하는가 보다. 어쩌면 내가 마지막 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던 건 집착을 멈춘 상태로 마음을 비웠기 때문인지 모른다. 만약 끝까지 합격에 매달렸다면 좋은 결과가 있었을까? _ 68쪽
몰래 마을버스를 타고 내려가서 속초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시내에 도착해서 영화 한 편 보고, 볼링도 치고, 짜장면도 맛있게 한 그릇 사 먹고, 후식으로 커피까지 마시고 백담사로 복귀했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저녁 공양 시간이 지나갔고 다들 들키지 않았다며 내심 안심하고 있었는데 웬걸, 저녁 정진 시간에 선원장스님이 들어와 오늘 밖에 나갔다 온 사람은 자수하라는 게 아닌가? ‘아차’ 싶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 어쩔 도리가 없었다. _ 93쪽
학인스님들은 체육대회 2~3주 전부터 축구 울력에 돌입했다. 연습이 아니라 울력! 절에서 대중 울력은 ‘죽은 귀신도 나와서 한다’라는 말이 있을 만큼 중요한 일과다. 한 사람도 예외가 있을 수 없다. 더군다나 중차대한 결전을 앞둔 만큼 1학년은 빠짐없이 참여해야 했고 누구보다 열심히 뛰어야 했다. 목표는 두말할 것 없이 우승이었다. (…) 나는 이 한 몸 불사른다는 각오로 발에 땀이 나도록 운동장을 누볐다. 그렇게 한참을 공을 따라다니다가 상대편 선수와 부딪히는 바람에 무릎을 다치고 말았다. _ 127쪽
1학년 때 입승스님이 “시간만 나면 자”라고 조언을 해주신 기억이 난다. 나는 그 말을 충실히 따라 진짜 틈만 나면 잤다. 그 덕에 좀 덜 피곤하게 지낼 수 있었는데, 돌아보면 비록 몸은 고단해도 마음만은 가장 편했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잡념 없이 소임만 열심히 하면 됐으니 말이다. 그때는 학년이 올라가면 좀 나아지겠지 하며 어서 시간이 흐르길 바랐는데, 막상 2학년이 되고 보니 신경 쓸 일이 더 많아졌다. 위에서 누르고 아래서 치고 올라오고…. _ 147쪽
사람이 죽기 전에 마지막까지 살아 있는 감각이 청각이라고 한다. 나는 어머니가 눈 감으시기 전에 이생의 미련이나 인연일랑 다 잊고 편안하게 가시라고 부처님 말씀을 들려 드렸다. 반야심경, 무상게, 천수경, 금강경을 반복해서 염송했다. 새벽쯤 문득 얼굴에 평온이 깃들더니 이내 후우 하고 긴 숨을 내뱉으며 어머니는 눈을 감으셨다. 나는 멈추지 않고 염송을 계속했다. 다 내려놓고 가시라고 마음속으로 기원하면서, 이것이 내가 받은 은혜에 대한 보잘것없는 보답이라고 생각하면서. _ 184쪽
인생은 어디로 흘러갈지 예측하기 어렵다.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다. 내가 해인사승가대학에 와서 처음 공양간에 들어갔는데, 웬 우락부락한 인상의 행자가 한 명 서 있는 걸 보고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아, 행자생활 꼬였네!’ 그런데 시간이 지나서 그 행자와 나는 누구보다 가까운 사형사제가 되어 함께 강원생활을 하고 있다. 재밌지 않은가. _ 228쪽
나무가 멋진 예가 될 수 있다. 나무는 때가 되었다 싶으면 내려놓는다. 잘 무르익은 열매든 아름답게 물든 잎이든 미련 없이 떨군다. 겉모습에 집착하기보다 뿌리를 더 깊이 뻗고 나이테를 늘린다. 사람도 그래야 한다.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여러 가지 경험을 한다. 개중에는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기 마련이다. 어느 것에도 집착하지 말고 차별 없이 받아들이고 다시 내려놓아야 한다. 핵심은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별하지 않고 열린 자세로 경험하는 것이다. _ 25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