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의 명상 주제는 “인간관계”였어요.
요즘 명상반에서 예전보다 열심히 수련하는 청년이 있습니다. 30대 초반의 직장인인데, 이 학생은 운동도 엄청 열심히 하고, 자기 관리를 잘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남자분은 키도 크고, 걷는 모습이나 말하는 모습에서도 자신감이 넘쳐납니다. 예전에도 대화를 해보았는데 아마도 직장에서도 꽤 인정을 받는 편인 듯했습니다. 어느날 평일 저녁에 학생이 선원에서 앉아서 명상하고 있길래 샌드위치를 만들어줬습니다. 뭔가 하고 싶은 이야기도 있는 듯 했습니다.
그가 나에게 말하길,
“스님 오늘은 제가 명상을 하는데, 명상 주제가 인간관계였어요”
그래서 내가 되물었습니다.
“그러면 앉아서 인간관계에 대해서 계속 생각한 거예요?”
“네 맞아요. 결가부좌로 앉아서 그 생각을 좀 해봤어요.”
그래서 더 물어봤습니다.
“어떤 생각을 했는데요?”
그 학생이 답하길,
“친하게 지내고 싶은 사람은 이상하게 가까워지질 못하고, 오히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더 가까워지는데, 왜 그럴까 탐구해봤어요. 그 이유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봤습니다.”
그래서 그 학생에게 바로 말해줬습니다.
“그건 잘못된 방법이에요”
“아! 그래요?”
저는 더 자세히 설명해줬습니다.
“원래 명상은 생각을 멈추기 위해서 하는 것인데, 앉아서 더 많은 생각을 만들고 있었네요.”
학생이 물었습니다.
“그러면 아무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하나요?”
“음... 아무런 생각도 안 하는 것은 본인이 할 수가 없을걸요? 그래서 명상반에서 지침을 준 게 있었는데... 기억하나요? 생각을 멈추려고 한다든지, 생각을 없애려고 노력하면 그것도 좋지 않아요. 애초에 명상 주제로 가르쳐 준 것을 해야 돼요. 전에 명상반에서 알려줬는데, 기억해요?”
“음.. 글쎄요. 뭐였죠? 그런 게 있었나요?”
“염불해보라고 했었는데... 우리는 늘 생각하는데 너무 익숙해서 염불처럼 아주 단순한 걸 가르쳐주면 잘 못하더라고... 어떤 문제에 대해서 우리는 늘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생각으로 답을 얻는데 익숙하죠. 그리고 그런게 식상한 염불보다 더 수준있는 방법이라고 믿을거에요! 근데 사실 그렇지 않아요. 일단 명상하기 전 내가 풀고 싶은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봐요. 예를 들어 왜 내가 원하는 대로 인간관계가 풀리지 않는 걸까라고 일단 생각하는거야. 그리고 결가부좌로 앉아서 명상을 시작하면 그 생각을 하는 대신 그냥 염불만 해. 그러면 갑자기 생각이 멈추게 되어있어요. 그러다가 아하! 하면서 좋은 답이 떠올라. 내 생각하는 마음으로 구한 답은 한계가 있어요. 왜냐하면 늘 같은 자리에서 맴돌고 벗어날 수 없으니까. 명상하려고 앉아서도 똑같이 생각하고 있으면, 더 좋은 답이 나올 수 없지”
저는 명상반에서 학생들에게 결가부좌로 앉아서 단전에 집중해보라고 말해줍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염불이나 짧은 구절을 계속 외워야 한다고 설명해줍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염불이 어렵다고 말합니다. 그건 우리가 끊임없이 많은 생각을 하는데 너무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단순하게 어떤 짧은 단어를 반복적으로 염송하는 것이 더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많은 사람들은 명상하면서 오히려 더 어렵고, 논리적으로 설득력 있는 것을 선호합니다. 명상을 처음 시작할 때 그런 복잡한 것들이 더 멋져보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잘못된 방법으로 명상하면 맘속에서 돌고 도는 많은 생각을 멈추기 어렵습니다.
한번 따라해보세요. 여러분의 종교가 천주교라면 반복적으로 “성모 마리아, 성모 마리아...” 이렇게 조용히 소리 내지 않고 외우는 것도 좋습니다. 불교인이라면 “약사여래, 약사여래,...” 이렇게 외웁니다. 종교가 없다면 “마음은 공하다, 마음은 공하다...” 이렇게 해보세요. 중요한 것은 한 생각에 이어서 또 다른 생각을 계속 이어서 하는 것을 멈추기 위해서 같은 구절이나 이름을 마음속에서 반복적으로 외우는 것입니다. 그러면 삼매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생각이 멈추면 번뜩이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더 현명한 답이 날 찾아옵니다.
현안(賢安, XianAn) 스님
2012년부터 영화 선사(永化 禪師)를 스승으로 선과 대승법을 수행했으며, 2015년부터 미국에서 명상을 지도했다. 미국 위산사에서 출가 후 스승의 지침에 따라 한국으로 돌아와 현재 분당 보라선원(寶螺禪院)에서 정진 중이다. 국내 저서로 『보물산에 갔다 빈손으로 오다』(어의운하, 2021)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