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과 수행 공동체, 실상사] 공동체 ‘산책’ 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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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과 수행 공동체, 실상사] 공동체 ‘산책’ 하실래요?
  • 송지희
  • 승인 2022.12.27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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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를 산책 중인 혜주(좌)와 공연(우). 도량일을 거들고 있다.

실상사에서 공동체적 삶을 일구는 이들을 ‘활동가’라 부른다. 실상사 일을 보기도 하고 한생명, 매장, 공방 등에서 활동한다. 작은학교 선생님도 포함된다. 도시적 삶을 지양하고 ‘단순하고 소박한 농촌의 삶’을 꿈꾸는 이들이다. 

공동체적 삶을 찾아 실상사를 찾는 이들이 있다. 어떤 이는 새로운 문명을 꿈꾸고, 어떤 이는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좇아 실상사를 찾는다. 실상사 공동체를 함께하고자 하는 이들은 처음 1주, 다음에 2주, 3주 머물며 자원봉사로 공동체를 돌아본다. 그 후 짧으면 3개월, 길면 1년이 넘는 ‘산책’ 기간을 갖는다. 스스로는 공동체 삶에 대한 확신을 갖는 시간이며, 공동체에서는 새로운 사람을 맞이할 것인가를 살피는 시간이다. 

실상사 공동체를 ‘산책’하는 두 명, 혜주(55·남) 공연(62·남)이 그런 분들이다. 혜주 씨는 2022년 1월 중순부터, 공연 씨는 9월 말부터 살림살이를 함께했다.

“저는 IMF가 일어난 직후, 1998년부터 ‘신용사회구현 시민연대’라는 시민단체에서 10년 정도 활동했습니다. 그러면서 자본주의가 얼마나 많은 사람의 영혼을 파괴하는지 목격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고민을 했죠. 2008년부터 공동체를 대안으로 여기저기를 살폈습니다. ‘야마기시’, ‘다일공동체’ 등 여러 공동체에서 삶을 살았죠. 제 신앙이 기독교였기에 불교와 인연은 조금 늦었습니다. 늦게 불교를 알게 됐지만, 그러면서 기독교에 대한 이해도 넓어졌습니다. 지인의 추천으로 실상사로 왔습니다.” (혜주)

“저는 불교를 신앙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지만, 불교의 짧은 문구와 문장에 매력을 많이 느꼈습니다. 제 별명이 ‘공연(空然)’이듯, 쓸데없는 곳에 관심이 있었던 듯해요(웃음). 수행과 신행이 함께 있는 삶을 꿈꿨는데 가족, 특히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사는 배우자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죠. 작년 환갑을 핑계로 하려고 했는데, 조금 늦게 발을 디뎠습니다.” (공연)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1개월을 함께했다. 실상사 공동체의 삶이 자신에게 어떠한가를, 그리고 삶에 대한 고민을 물었다.

“지금 도량 관리를 주로 하고, 이리저리 주어진 일을 합니다. 공동체 전의 사회적 삶이 ‘연어가 하나의 물살을 올라가면 또 다른 좁은 협곡이 나타나는 삶’이잖아요? 공동체 삶, 특히 실상사에서 살면서 ‘어떤 일이라도 물 흐르듯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삶’이 돼 갑니다. 제 표현으로는 ‘삶의 초대에 응한다’라고 하는데요, 힘을 빼고 사는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혜주)

“주로 ‘공방’에서 일하지만, 이것저것 합니다. 나이가 많아서 공동체에 민폐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기도 하지만, 다들 배려해주고 챙겨줘요. 무엇보다 본받을 수 있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이 좋습니다. 도법 스님의 잔잔하면서도 강단 있는 모습이 그런 거죠. 여러 사람이 모여 있으니 장단점과 습속이 보이죠. ‘미처 몰랐네. 그대가 나임을’이라는 문구처럼, ‘사회에 있을 때 저렇게 못나고, 비겁하고, 때로는 악랄한 모습이 바로 나였구나’를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어요. 그러면서 나의 성장을 바라보죠.” (공연) 

 

사진. 유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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