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아래 땅 위 노천의 부처님, 마애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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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아래 땅 위 노천의 부처님, 마애불
  • 최호승
  • 승인 2022.11.0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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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의 미소'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
'백제의 미소'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

신을 믿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불안한 마음을 기대고 행복한 미래를 꿈꾸던 마음을 맡겼다. 그래서 커다란 바위나 고목은 흉을 막고 복을 부르는 마을의 수호신이었다. 그래서 고목 둘레엔 금색을 쳤고 새끼로 감았다. 해서 커다란 바위엔 마음을 새겼다.

하늘 아래 땅 위에, 결정적으로 커다란 바위에 부처님이 있다. 거대한 바위나 절벽, 암벽, 동굴 벽에 부처님을 새겼다. 각박한 현실을 간절히 벗어나고픈, 행복한 내일을 향한 간절한 그리움을 새겼다. 마애불(磨崖佛)이다.

안동 이천동 마애불입상
안동 이천동 마애불입상

| 봄, 제비가 물고 온 부처님
봄의 전령 제비가 물고 온 부처님이 있다. ‘제비원 석불’ 별명을 가진 마애석불, 몸 위에 머리를 올린 특이한 ‘안동 이천동 마애불입상(보물)’이다. 원래 연미사(燕尾寺)가 있었다는 곳에 자리했다. 고구려의 보덕 스님의 제자 중 명덕 스님이 바위에 불상을 새겨 모시고 연구사(燕口寺)라고 이름 붙인 게 시초다. 훗날 불상을 덮은 지붕이 제비와 비슷하다고 해서 연자루(燕子樓)라 했고, 스님이 머무는 요사채가 제비의 꼬리에 해당한다며 연미사(燕尾寺)라고 했다. ‘제비원 석불’은 확연한 봄기운을 머금은 4월의 순례지로 제격이다.

남하리사 절터엔 근처 암벽 3면에 조각된 5구의 불보살상은 따뜻한 기운 감도는 3월의 설렘을 닮았다. ‘증평 남하리사지 마애불상군(충청북도 유형문화재)’가 봄꽃 두르면, 봄날의 쓸쓸함은 설렘이 된다. 완연한 봄날의 5월은 지역 전체가 불국토라 불리는 경주가 어울린다. 경주 남산의 여러 계곡 중 하나인 윤을곡(潤乙谷)에는 ㄱ자형 바위벽에 새긴 부처님이 있다. ‘경주 남산 윤을곡 마애불좌상(경상북도 유형문화재)’에서 봄날의 들뜬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 준다.

문경 봉암사 마애미륵여래좌상
문경 봉암사 마애미륵여래좌상

| 여름, 시원한 계곡에 자리한 부처님
충남 서산 운산면 가야산 계곡을 따라 들어가면 아름다운 미소를 만날 수 있다. 층암절벽에 거대한 여래입상을 중심으로 오른쪽엔 보살입상, 왼쪽엔 반가사유상이 새겨졌다. 나라의 보물 ‘백제의 미소’라 불리는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국보)’이다. 7월의 뜨거운 볕을 피해 그늘진 나무데크 계단을 올라 만나는 이 마애불의 미소는 시원하다.

문경 봉암사 곁을 흐르는 계곡에도 마애불이 있다. 1663년(현종 4)에 새겨진 마애불 ‘문경 봉암사 마애미륵여래좌상(보물)’은 봉암사 옥석대(혹은 백운대)에 자리했다. 17세기 스님 환적당 의천 스님이 주도해 조성한 마애불이다. 1년에 단 한 차례, 부처님오신날에만 산문을 여는 문경 봉암사의 일주문을 지나 계곡의 시원한 물줄기 따라 8월의 더위를 식히면서 오르면 친견할 수 있다. 6월의 초여름엔 노적봉의 거대한 바위에 조각한 높이 4.5m의 마애불 ‘남원 호성암지 마애불좌상(전라북도 문화재자료)’이 눈을 시원하게 한다. 자연암벽에 조각됐지만, 원형이 잘 보전돼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이 마애불에서 가슴 앞으로 모은 두 손이 받쳐 든 꽃송이와 양쪽 팔꿈치 옆에 활짝 핀 꽃송이를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경주 남산 불곡 감실 마애여래좌상
경주 남산 불곡 감실 마애여래좌상

| 가을, 석양을 머금은 부처님
단풍 찾아 깊은 산속에 발을 들이면 불현듯 나투는 부처님도 있다. 경주 남산 동쪽 기슭의 부처 골짜기의 한 바위에는 깊이가 1m에 이르는 석굴을 파고 만든 여래좌상이 있다. ‘경주 남산 불곡 감실 마애여래좌상(보물)’은 동그란 얼굴에 부은 듯한 눈과 깊게 파인 입가에 번지는 내면의 미소가 아름답다. 경주 남산에 남은 신라 시대 석불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마애불의 미소는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탐내볼 만하다.

북한산 기슭의 삼천사지 입구에 자리한 병풍바위엔 얕은 홈을 파고 조각한 높이 3m에 이르는 여래입상 ‘북한산 삼천사 마애불입상(보물)’이 있다. 고려 초기의 대표적인 마애불로 꼽히는데, 어깨 좌우에 있는 큰 사각형 구멍이 신비롭다. 문경 대승사 뒤쪽 윤필암과 묘적암 사이의 큰 바위에도 높이 6m, 폭 3.7m의 ‘문경 대승사 마애여래좌상(경상북도 유형문화재)’이 있다. 미륵암이 있었다는 곳에 자리한 마애불이며, 머리 위에 연꽃무늬를 한 뿔처럼 생긴 게 독특하다. 삼천사 마애불과 대승사 마애불은 9월과 11월에 지는 가을 석양을 머금을 때 친견해야 아름답다.

영암 월출산 마애여래좌상
영암 월출산 마애여래좌상

| 겨울, 인고의 세월만큼 커다란 부처님
한겨울 추위를 버텨야 할 인고의 시간만큼 커다란 부처님은 영암과 파주, 괴산에 있다. ‘제2의 경주 남산’이라고까지 불리는 영암 월출산의 구정봉 서북쪽 암벽에 부처님이 새겨졌다. 암벽을 깊게 파서 불상이 앉을 자리를 만들고, 그 안에 높이 8.6m의 마애불 ‘영암 월출산 마애여래좌상(국보)’이 앉았다. 오른쪽 무릎 옆엔 부처님을 향해 예배하는 동자상도 조각됐다.

거대한 천연 암벽에 2구의 불상이 우람하게 새겨진 ‘파주 용미리 마애불입상(보물)’은 머리 위 돌갓으로 토속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둥근 갓은 쓴 쪽은 남성, 모난 갓을 쓴 쪽은 여성이라고 하는데, 부부라고도 한다. 자식이 없던 고려 선종이 장지산 아래 나란히 서 있는 큰 바위 둘에 불상을 새기고 절 짓고 불공을 드린 후 득남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월출산과 용미리처럼 커다란 마애불은 괴산에도 있다. 높이가 12m에 이르는 큰 암석을 판 ‘괴산 원풍리 마애이불병좌상(보물)’이다. 국내에서는 아주 드물게 두 불상을 나란히 배치한 마애불이다.

달력은 사이즈별로 대(1부 1만 원/100부 이상 1부 2,500원), 중(1부 8,000원/100부 이상 1부 2,300원), 미니(1부 5,000원/100부 이상 1,500원), 탁상용(1부 1만 5,000원/100부 이상 6,000원)으로 주문을 할 수 있다. 신청은 불광미디어 웹사이트에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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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근 2022-11-10 21:35:33
감사합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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