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선칠(禪七)에 대한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선칠은 우리나라의 안거처럼 집중적으로 수행하는 기간을 말합니다. 영어로는 그런걸 ‘리트릿(Retreat)’이라고도 합니다. 선칠은 선 수행법 중 가장 힘들고 어려운 부분입니다. 우리는 선칠하는 동안 매일 1시간씩 하는 좌선을 총 14회 합니다. 우린 이 기간에 아픔에 대한 궁극적인 지식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 우리 미국 절에 나이가 60대인 남성분이 있었습니다. 그는 지난 4년간 여러 스승을 거치면서 열심히 명상 수행을 해왔습니다. 그가 여러 스승을 거쳐야 했던 이유는 그들이 준 방법으로 수행하다가 생긴 문제에 대해서 분명한 대답을 얻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중 그는 영화 스님의 ‘선 지침서(The Chan Handbook)’를 읽고 책을 따라서 해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는 즉시 문제에 부딪히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우리에게 연락을 해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얻어냈습니다. 그는 그 후 용기를 얻어서 우리가 하는 선칠에 한 달간 참여해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누구든 선칠에 참여하면 피할 수 없는 것이 딱 하나 있습니다. 그건 바로 다리, 발목, 골반 등의 통증입니다. 그는 물론 영화 스님에게 근심과 공포심을 표하기 시작했습니다. 영화 스님은 그에게 바른 지도하에서 수행한다면 걱정할 필요도 없고, 다칠까 봐 무서워할 이유가 없다고 말해줬습니다. 그는 아주 늦은 밤 앉는 시간만 빠지고 거의 온종일 모든 일정을 따라서 앉았습니다. 그렇게 버텨냈습니다. 삼 일째 통증이 너무 심해져서 그는 통증 외에는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그는 결가부좌 자세에서 다리를 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그는 너무나 아픈 정점에 도달했고, 그때 그의 마음이 갑자기 텅 비워졌고, 삼매에 들어갔습니다. 삼매에서 빠져나온 후에도 그 통증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그 후 영화 스님은 그에게 초선에 도달했다고 증명해줬습니다. 그리고 그에게 기분이 어떤지 물었습니다. 그가 답하길 “기분이 너무 좋아서 울어도 될 듯합니다!”. 그가 말하길 평생 그렇게 기분이 좋은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여러분 아셨나요? 아픔 없이는 얻는 것도 없습니다. 그리고 그는 3주 만에 선정이 아예 없는 상태에서 삼선까지 도달했다고 합니다. 여러분이 선열(禪悅, Dhyana bliss: 선정에 들어 느끼는 기쁨)을 경험한 후에는 훨씬 더 쉽게 몸과 마음을 편히 할 수 있고, 이 세상의 감각적 쾌락에 대해서도 훨씬 덜 집착할 수 있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명상은 인내심을 키워줍니다. 늘 뭔가를 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만 있으려면 큰 인내가 요구됩니다. 우리는 외부 자극에 반응하도록 길들여 있습니다. 그래서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 숙련된 명상가들은 그만두고 싶은 유혹에 대한 저항력을 개발합니다. 일어나서 뭔가를 하고 싶을 때 참을 수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선칠 기간에 우리는 인내심을 갖고 견딜 수 없는 것을 견뎌내고, 할 수 없는 것을 해낼 방법을 배웁니다. 많은 어려움과 실패를 겪으면서도 계속해서 선 수행을 해나가면 좋은 점이 있습니다. 우리가 자연스럽게 겸손해지기 때문입니다. 성공이란 반복적으로 실패하면서도 계속해서 시도하면서 달성됩니다.
예전에 언급한 바와 같이 앉는 자세에서 생기는 아픔에 집중하는 것도 한 방편입니다. 그건 명상하면서 늘 고통을 겪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런 통증을 이용한 방편을 쓰지 않고도 명상에서의 진전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고통을 직면하기로 결심한다면 더 빠르고 체계적으로 진전할 수 있습니다. 더욱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자신의 두려움과 이런 고통을 직면하기로 선택한다면 결국엔 공포를 없애버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선에는 “무외시”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선을 통해 두려움을 모르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그러면 여러분은 죽음을 영광으로 여기고 두려워하지 않는 사무라이들처럼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될 것입니다.
현안(賢安, XianAn)
2012년부터 영화 선사(永化 禪師)를 스승으로 선과 대승법을 수행했으며, 2015년부터 미국에서 명상을 지도했다. 미국 위산사에서 출가 후 스승의 지침에 따라 한국으로 돌아와 현재 분당 보라선원(寶螺禪院)에서 정진 중이다. 국내 저서로 『보물산에 갔다 빈손으로 오다』(어의운하, 2021)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