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만에 집으로 돌아온 불상들이 있다. 1991년 8월 22일 행방이 묘연해진 이 불상은 2016년 한 개인이 운영하는 사립박물관 수장고에서 발견됐다. 해남 대흥사 목조아미타삼존불상이다. 완주 위봉사 보광명전에 있던 목조관음보살입상과 지장보살입상도 마찬가지였다. 1989년 9월 25일 인적이 드문 새벽, 자취를 감췄다. 그러다 28년 뒤인 2016년 개인의 사립박물관 수장고에서 나타났다. 문경 운암사를 지키던 불상 역시 감쪽같이 사라졌다. 극락전에 봉안돼 있던 아미타불의 협시보살인 목조관음보살상과 목조대세지보살상이 1993년 1월 9일 흔적도 없이 없어졌고, 또 2016년 10월 한 개인의 사립박물관 수장고에서 발견돼 회수됐다. 군위법주사 목조관음보살좌상과 대세지보살좌상, 여수 용문사 목조관음보살좌상도 비슷한 시기에 도난당했다가 같은 사립박물관 수장고에서 되찾을 수 있었다.
불상만 그럴까? 어렵게 제자리 찾은 불화도 많다. <문경 김룡사 사천왕도>를 비롯해 <영동 영국사 영사회상도>, <양주 석천암 지장시왕도>, <영천 은해사 운부암 지장시왕도>, <구례 천은사 영산회상도>, <예천 한천사 지장시왕도>, <안동 용담사 감로도> 등등.
불화는 절도범의 표적이 됐다. 크기가 상당해도 그림 부분만 오려서 접거나 말면 부피를 줄이면 쉽게 이동할 수 있어서다. 외국의 유명 미술품 경매장에서 불화가 높은 가격에 매매된 사례도 불화 절도를 부채질하는 원인이다. 반면 도난 사례가 알려지는 경우는 적다. 사찰에 걸린 불화 대부분이 조선후기 작품인데다가 도난되던 시기에는 문화재로 지정된 사례가 적어서다. 화기를 오리거나 지우고, 고의로 손상하면 원래 불화가 있었던 소장처를 알 수도 없다.
도난당하거나 행방이 묘연해져 잃어버린 성보(聖寶)가 많다. 그나마 2010년대 들어 제자리로 돌아온 성보가 많아졌다. 문화재청, 조계종,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의 공조 덕이다. 시작은 2014년 서울의 한 사립박물관에 은닉된 도난 성보 다수가 미술 경매시장에 나오면서부터다. 여기서 성보 31건 48점이 회수돼 원래 있었던 자리, 사찰로 돌아갔다. 이후 2016년 지난 사건의 피의자가 다른 도난 성보를 은닉했다는 정보가 입수, 조계종과 경찰의 공조로 총 7건 25점의 성보를 압수해 불교중앙박물관에서 보존해왔다.
어렵사리 돌아온 성보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면 어떨까? 그것도 본래 사찰로 돌아가기 전, 즉 환지본처(還至本處) 전에 특별히 한정된 기간에만 공개하는 전시다. 불교중앙박물관이 6월 22일까지 환수된 도난 성보문화재 32건을 ‘환지본처還至本處, 돌아온 성보문화재 특별전’에서 공개한다.
전시는 1부와 2부로 구성됐다. 1부는 ‘도난 성보, 발견에서 환지본처까지’를 주제로 완주 위봉사 목조관음보살입상·지장보살입상, 해남 대흥사 목조아미타삼본불좌상, 문경 운암사 목조관음보살좌상·대세지보살좌상, 장수 팔성사 목조아미타불좌상, 군위 법주사 목조관음보살좌상·대세지보살좌상, 여수 용문사 목조관음보살좌상, <문경 김룡사 사천왕도> 등 성보 7건이 전시됐다. 이 성보들은 전시회 종료 후 원래 봉안됐던 사찰로 돌아간다.
전시회 2부는 성보의 도난과 환수의 다양한 모습을 담았다. 도난 성보 환수 사례를 비롯해 가장 많이 잃어버린 성보인 불화의 스토리를 볼 수 있다. 서울 봉은사 청동은입사향완, 순천 정혜사 목조보살좌상, <영동 영국사 영산회상도>, <양주 석천암 지장시왕도>, <영천 은해사 운부암 지장시왕도>, <예천 한천사 지장시왕도>, <구례 천은사 영산회상도>, <안동 용담사 감로도>를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불교중앙박물관은 “소중한 성보를 지키고 도난 성보를 되찾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라며 “이번 전시는 이런 노력으로 환수되어 사찰로 돌아갈 성보를 공개, 불성의 화현이자 예경 대상인 성보의 본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