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안의 문화이야기]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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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의 문화이야기]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제주도
  • 노승대
  • 승인 2022.02.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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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제주도가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화산섬이면서 360여 개의 기생화산인 오름들이 있고 화산폭발 때 용암들이 뚫고 나간 석굴들이 곳곳에 있다. 1950m의 한라산은 지금은 쉬고 있지만 백두산 천지처럼 물을 담고 있어 백록담이라 부른다.

바닷속에서 화산폭발로 생긴 화산은 대개 완만한 경사의 섬이 되지만 바닷물의 침식으로 원형의 성벽처럼 이루어진 곳도 있다. 바로 성산(城山)일출봉이다. 원래 섬이었지만 모래톱이 쌓여 육지로 이어졌고, 성벽과 같아 성산이라 했으나 동쪽 바다에 있어 일출을 보는 것이 장관이어서 일출봉이라는 이름도 생겨났다.

제주도에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곳은 바로 이 세 군데로 성산일출봉, 거문오름 용암동굴계, 800m 이상 천연보호구역이다. 거문오름이 화산활동 할 때 흘러내린 용암이 뚫어 놓은 굴이 바로 만장굴, 사굴, 당처물동굴, 용천동굴이며 중간에 굴 상부가 무너져 서로 연결이 끊어졌기에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라 부른다.

제주도는 육지와 다르다. 기후도 다르고 풍속도 다르고 농사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고 신앙도 달랐다. 다르기 때문에 관광자원이 됐고 일 년에 1500만 명이 찾아오는 관광지가 됐다. 코로나로 잠시 주춤하지만 또 언제 외국 관광객이 밀려올지 모른다. 너무 난개발이 되면 제주도는 오히려 죽을 수도 있다. 이제는 좀 쉬어가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뒤늦게 후회하면 너무 늦은 때다.

 

저지오름 둘레길은 여전히 한가하다. 오르막이 없어 산책코스로는 제격이다. 조금 심심하다 싶으면 위로 올라가 분화구 둘레길을 돌면 된다. 전망도 좋다.

 

저지오름 서쪽 주차장에서 내리면 바로 앞이 저지리 공동묘지다.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전통 묘지로 직사각형 돌담이 둘러싸고 있다. 동물들 접근방지용이다.

 

묘지의 비석들도 제각각이다. 조선시대 통정대부 묘가 있는가 하면 훈장(訓長) 묘도 있다. 작은 자연석 현무암 묘비에는 “김창0”라 쓰여있다.

 

제주도 서쪽 한경해안로는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다. 바닷속 풍력발전기를 배경으로 제주도 전통 복장의 할배가 “너희들은 누구냐”고 웃으며 묻는다.

 

바람에 흔들리는 제주 수선화. 추사 김정희는 옥의 받침대에 금빛 술잔이라 해서 금잔옥대(金盞玉臺)라 높여 불렀건만 제주도에 오니 그냥 잡풀이었다.

 

용수리 방사탑(防邪塔). 마을의 허한 곳을 보완해 해상안전, 전염병, 화재예방은 물론 모든 액운을 물리치기 위해 동네 사람이 합심해 함께 쌓았다.

 

수월봉에서 바라본 차귀도(遮歸島)는 고려 때 중국인 풍수사 호종단이 제주의 지맥과 수맥을 끊고 돌아가는 것을 한라산신이 노해 죽게 했다는 전설이 있다.

 

노을해안로는 저녁노을이 유명한 길이지만 바람과 구름 때문에 그 풍경을 볼 수 없었다. 그래도 곳곳에 절경의 해안이 있어 다시 오고 싶은 곳이다.

 

신도리 해안가의 하멜일행 난파희생자 위령비. 64명 일행 중 36명이 생존했고 그중 16명이 돌아갔다. 그는 보상금을 받기 위해 『하멜 보고서』를 썼다.

 

제주에는 항상 물이 흐르는 계곡이 없다. 구멍이 숭숭 뚫린 현무암이라 빗물이 모두 바위틈새로 스며들기 때문이다. 안덕계곡 초입의 거대한 용설란.

 

안덕계곡은 언제나 물이 흐르는 곳이다. 이 물도 땅속으로 스몄던 빗물이 아래쪽에서 스며 나와 계곡을 이룬 곳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구실잣밤나무, 참식나무, 후박나무, 동백나무 등 300여 종의 식물이 자라는 원시림 바위 절벽 아래로는 땅속으로 스며들었던 빗물이 샘물이 되어 솟아난다.

 

바위그늘집터는 500~900년 사이에 제주 정착민이 살던 곳이다. 육지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형태로 날이 따뜻하고 물이 가까운 이점이 있다.

 

안덕계곡 보도의 연자방아. 지역 주민들은 항시 물이 흐르는 계곡 가에서 소나 말이 끄는 방아를 이용했을 것이다. 역시 유물은 제자리에 있어야 한다.

 

연자방아를 이용하기 위해 주민들은 절벽 사이로 난 좁은 비탈길을 수도 없이 오르내렸을 것이다. 추사 김정희도 이곳 절경을 보기 위해 찾아왔었다.

 

외롭게 홀로 서 있어 외돌개, 또는 고립암(孤立岩)으로 부른다. 고기잡이 나간 할아버지를 기다리다 바위가 된 할머니의 전설이 있어 ‘할망바위’라고도 한다.

 

외돌개 해안 절벽에서 바라본 문섬. 화산폭발 때 분출한 용암이 점성이 강해 널리 흐르지 못하고 분화구 주변에서 돔 모양으로 굳어진 모습이다.

 

현무암이 요새처럼 둘러쳐진 황우지해안은 천연풀장이다. 황우지는 무지개의 제주 말인 황고지에서 왔다고도 하고 소가 강을 건너는 모습에서 왔다고 한다.

 

큰 풀장 바다 쪽으로는 바닷물이 출입하면서 자연스레 물이 순환되어 항상 맑고 깨끗하다. 비췻빛에 취해 저절로 탄성을 쏟아낸다. 아름다운 제주 바다다.

 

황우지에서 주차장 쪽으로 올라오다 만나는 오른쪽 절벽 아래에는 맑은 샘물이 솟아난다. 따뜻한 겨울 날씨에 애기수련도 아직 싱싱하다. 역시 서귀포다.

 

사진. 노승대

(필자의 카카오스토리에도 실린 글입니다.)

 

노승대
‘우리 문화’에 대한 열정으로 조자용 에밀레박물관장에게 사사하며, 18년간 공부했다. 인사동 문화학교장(2000~2007)을 지냈고, 졸업생 모임 ‘인사동을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인사모)’, 문화답사모임 ‘바라밀 문화기행(1993년 설립)’과 전국 문화답사를 다닌다. 『바위로 배우는 우리 문화』, 『사찰에는 도깨비도 살고 삼신할미도 산다』(2020년 올해의 불서 대상)를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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