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pentance
대승불교의 수행은 수행에 진심일수록 과거에 지은 업의 장애[업장(業障)]가 출현해 우리의 길을 막으려 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 때문에 대승불교에서는 소승에서보다 참회의 중요성을 더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길 참회하지 않으면 업장은 마치 수면이 계속 올라오는 것처럼 결국 우리를 물속에 잠식시키듯 죽일 것이라 하셨습니다.
영화 스님의 도량인 미국 위산사와 금림사, 국내 청주 보산사와 분당의 보라선원에서는 주기적으로 대비참(大悲懺, Great Compassion Repentance)이란 참회법을 합니다. 미국에서부터 지금까지 수년간 참선반을 운영하면서 일시적으로 수행의 진도가 정체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습니다. 결가부좌를 수련하고, 최선을 다해 봉사하고, 법문을 듣는데도 어느 순간부터 특별한 이유 없이 정체하는 것이지요. 또 이런 분들도 있습니다. 나이가 많아 다리가 불편하거나 생각의 혼란이 강하게 일어나 절에 올려다가 자꾸 못 오게 되는 사람, 불안이나 우울의 감정이 강해서 참선하고 싶지만, 자꾸 수행을 포기하려는 사람. 이렇게 우리의 수행을 가로막는 장애는 다양한 양상으로 찾아옵니다.
‘대비참’ 참회법이란
천수천안대비참법(千手千眼大悲懺法)의 줄인 말이자 관세음보살의 불법인 대비참은 중간에 한국 불자들이 좋아하는 대비주(신묘장구대다라니)를 염송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많이 외우는 천수경의 내용과 일치하는 부분도 상당히 많죠. 대비참에 참여한 후 감응을 얻었다고 말하는 분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진지하게 수행에 임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참회는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어떤 업의 장애든 이를 푸는 데 최상의 방법은 참회입니다. 우리는 업장과 싸워서 이길 수 없습니다. 아직 그걸 제압할 힘이 없기 때문입니다. 업장과 싸우려고 하면 할수록 업보는 악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업보(業報, Karmic retribution)는 절대로 멈추지 않습니다. 그걸 아셔야 합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출가 전 이러한 종교적 의식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수년간 참선교실을 운영하면서 그동안 제가 참으로 교만하고 어리석었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좀 더 겸손한 마음으로 영화 스님의 참회, 정토, 왕생 등의 법문을 들으면서 그동안 저의 시야가 너무 좁았었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왜냐하면 실제로 참회법을 통해 정체됐던 학생들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참선반에 온 수많은 학생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영화 스님이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이제 조금씩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참회란 우리가 알고 있던 실수이든, 기억하지 못하거나 알아차리지 못한 실수든, 이런 실수에 대해 후회하고 참회하면서 진심을 보여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진심으로 참회하길 원할 때, 무언가를 행함으로써 진심을 보여야 참회가 되는 것입니다.
또한 어떤 특정한 사건에 대해서 참회하셔야 합니다. 사건마다 그리고 그때마다 참회하셔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각 특정 죄업도 하나하나 소제(掃除), 즉 제거될 수 있습니다. 그냥 여러 죄업을 모두 뭉뚱그려 다 함께 참회한다고 모든 게 다 지워지지 않습니다. 부분적으로만 지워질 뿐입니다. 그러므로 죄를 짓고, 그 특정 사건에 대해 기억하고, 그걸 참회할 수 있다면 그게 최상의 방법입니다.
하지만 몰라서 실수하거나, 자각하지 못한 채 죄를 짓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는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을 겁니다. 나이가 들거나 기억력이 나빠서 죄를 짓고도 바로 잊을 버릴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전반적인 업장에 대해 참회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여러 번 참회를 계속해서 반복하는 겁니다. 그러면 결국 훗날 죄가 조금씩 조금씩 더 제거될 수 있습니다.
제가 상주하는 분당 보라선원에서도 매주 금요일 천수천안대비참법, 즉 대비참을 합니다. 대비참 책자의 내용을 잘 살펴보면, 여러 전생에 걸쳐서 지었던 과거의 죄업도 참회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윤회의 바퀴를 돌고 돌면서 죄업을 지어왔습니다. 그러나 불교를 알지 못했기에 그 당시 참회해야 하며, 참회하는 게 좋다는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과거 죄업을 참회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됐습니다. 즉 현생에서 짓고 있는 죄업뿐 아니라 여러 생에 걸쳐 지어온 과거의 죄업도 참회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이뿐이겠습니까, 우리는 일체중생을 대신해 참회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모님을 대신해서, 숙부, 조부모를 대신해 참회할 수 있습니다.
대승불교에는 여러 다양한 참회법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자비도량참법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떤 염불을 해야 하는지, 몇 번 해야 하는지, 어떤 참회법을 하는 게 제일 좋은지 등 이런 것들을 주로 묻습니다. 사실 여러분이 어떤 참회법을 선택해서 하는가 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그걸 어떻게 실행하는가입니다. 예를 들어 참회할 때는 진심이어야 하고, 하는 동안 집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참회의 목적은 업보를 제거하고 복을 짓는 것입니다. 두 가지의 과정이죠. 그러니 여러분이 어떤 특정 참회법과 인연이 있다면 어떤 참회법이든 하실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어떤 참회법을 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하는지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영화 스님께서는 대승 참회법을 권장하시는데,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대승 참회법은 전체적인 범위의 죄업을 제거할 수 있다고 합니다. 불경에서 말하길 우리가 스스로 죄업에 대한 자각이 있으면, 그것이 지혜를 열도록 도와줄 것이라 했습니다. 그래서 대비참을 하는 동안 우리는 다양한 죄업을 염송합니다. 그러니 ‘난 절대로 그런 거 안 했어.’, ‘나는 절대로 내 어미를 죽이지는 않아’, ‘나는 착한 사람이니 별로 큰 문제는 없어’라고 말하지 마십시오. 전생에 그렇게 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걸 기억할 수 없지만 우리 모두 세세생생 다양한 악업을 지었습니다. 모두 윤회의 바퀴를 돌고 돌면서, 누구도 그게 언제 시작됐는지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런 이유로 셀 수 없이 많은 죄업을 지었을 겁니다. 거기엔 부처님도 예외는 아닙니다. 부처님조차도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 아들, 조카를 죽인 적이 있습니다. 그 조카는 훗날 데바다라가 됐습니다. 그래서 데바다라는 부처님을 죽이려 했습니다. 이렇듯 부처님조차도 업보를 겪어야만 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대비참과 같은 참회법 수행을 권하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화두법으로 꽤 잘 알려진 중국의 허운 선사나 영화 스님의 스승님이신 선화 상인도 ‘일만불참회’를 강력히 권장하셨습니다. 예부터 수많은 사람은 이러한 참법이 아주 좋은 감응을 준다는 것을 봐왔습니다. 그러니 대승의 참회법을 해 보십시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어떤 참법을 하는지보다도 참회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가셔서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든 참회 법회의 대중이 다 같은 게 아닙니다. 만일 우리가 보살님들과 함께 참회할 수 있다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참법을 집에서 하는 것보다 이런 대중과 함께 하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집에서 편하게 참회하겠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여러분의 진심을 보이십시오. 어떤 도량에서 운 좋게 대중 속 보살 한 분이 계셔서 함께 참회할 수 있다면, 여러분은 스무 번의 생 동안 계속 참회하는 것만큼 많은 죄업을 제거하고, 큰 복을 지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누구와 함께 참회하는지가 매우 중요합니다.(*여기서 보살은 여성 불자님들이 아닌 크게 깨달음을 얻은 성자를 뜻합니다.)
진심으로 참회할 수 있다면 업보가 제거될 수 있습니다. 참회는 그렇게 효과적입니다. 그런 이유로 보살님(깨달은 성자)과 함께하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와는 달리 보살님들은 진심으로 참회할 수 있습니다. 우린 진심으로 참회한다고 말하지만 참회법을 하는 동안 마음속에 집안 문제, 맛있는 음식, 돈 문제 등 많은 생각이 끊임없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진심으로 참회를 해내는 것이 어렵고, 아무리 매주, 매달, 수년 동안 참회를 해도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 것입니다. 따라서 좋은 도량을 찾아서 불보살들과 함께 참회할 수 있다면 그게 최상입니다. 그들은 참회에 매우 능숙하며, 진심으로 참회할 수 있습니다. 보살들은 참회해서 모든 죄업을 제거할 수 있고, 그때 우리의 죄업도 함께 제거될 수 있습니다. 그땐 심지어 참회문의 어려운 한자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따라서 낭송만 하더라도 죄업이 지워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좋은 도량을 고르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참고자료: 영화 선사의 영어 법문(2017년 5월 28일) https://youtu.be/y0-g2DSfD_o
*덧붙이는 말: 수행과 불교 공부에서 생긴 질문이나 문제가 있으시면 댓글로 올려주세요. 대답해드릴 수 있는 질문이라면 다음 글에서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현안(賢安, XianAn) 스님
미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영화 선사(永化 禪師, Master YongHua)를 만나 참선을 처음 접한 후 수행 정진해왔으며, 2015년부터는 종교, 인종, 나이 등에 상관없이 누구나 참여하고 배울 수 있는 ‘공원에서의 참선(Chan Meditation in the Park)’이라는 모임을 영화 선사의 지도하에 캘리포니아 남부지역 중심으로 이끌었다. 그와 동시에 미국 전역과 전 세계를 다니며 많은 이에게 참선 수행법을 소개해왔다. 영화 선사의 한국 방문 시 동행하면서 스승의 은혜에 보답하고 불법을 더 깊게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일어나 사업을 모두 정리하고 미국 위산사(潙山寺, Wei Mountain Temple)에서 영화 선사를 은사로 출가했다.
스승의 뜻에 따라 한국으로 돌아와 보산사(寶山寺, Jeweled Mountain Temple)에서 정진하다가, 현재 분당 보라선원(寶螺禪院, Jeweled Conch Seon Center)의 개원을 도우며, 참선(챤 메디테이션)을 지도하며 수행 정진 중이다. 불광미디어 홈페이지 연재를 비롯해 미주현대불교, 브런치 등에서 활발히 집필하며, 청주 BBS불교방송 라디오 ‘불교산책’에서도 활동 중이다. 국내 저서로 『보물산에 갔다 빈손으로 오다』(2021, 어의운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