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경전하면 많은 사람이 『반야심경』과 『금강경』을 언급한다. 『반야심경』을 몰라도 ‘아제아제 바라아제’를 읊조리는 이들처럼 『금강경』도 “집착하는 마음 없이 그 마음을 내야 한다”는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 한 구절이 유명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널리 유통되고 신봉됐던 대표적인 불교 경전 『금강경』을 어디까지 얼마나 알고 있을까? 고려의 국사 지눌 스님이 불교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 입문서로 추천한 『금강경』을 산스끄리뜨로 알아보는 문이 열린다.
산스끄리뜨로 이해하는 『금강경』
불광미디어 유튜브 채널에서 산스끄리뜨 『금강경』 역해를 총 5번 강의한다. 강사는 봉선사 범어연구소 소장 현진 스님. 봉선사 월운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현진 스님은 중앙승가대 역경학과를 졸업하고 인도 뿌나에서 산스끄리뜨 및 빠알리어를 수학했다. 편역서로 『중국정사조선열국전』. 『치문경훈』, 『산스끄리뜨문법』·『빠알리문법』, 『담마빠다-고려가사·한문·빠알리어로 읽는 게송과 배경담』 등이 있다.
이번 강연은 최근 출간한 『산스끄리뜨 금강경 역해』(불광출판사, 2021)를 중심으로 진행했다. 주제는 ①『금강경』이 뭐예요? ②산스끄리뜨가 뭐예요?(구마라집과 현장 스님의 번역 차이) ③질문왕 수보리는 왜 그렇게 많이 질문했을까? ④어떻게 주(sthātavya, 안정) 하나요? ⑤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 등 5가지다.
강의는 산스끄리뜨 원문과 문장 해석으로 『금강경』을 읽어나가며, 한문본과 다른 혹은 우리가 습관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금강경』에 새로운 관점을 열어 준다.
첫 강의에서 현진 스님은 동투르키스탄(1900), 길기트(1931) 및 바미얀(1990년대)에서 나온 산스끄리뜨본 『금강경』 고대 사본을 먼저 설명한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금강경』 제목부터 해석한다. 『능단금강반야바라밀다경(能斷金剛般若波羅蜜多經)』은 “금강석도 잘라버릴 수 있는 지혜로써 피안으로 건너감에 관한 경전”이라는 뜻이다. 산스끄리뜨 경전 이름은 『vajracchedikā prajñāpāramitā sūtraṁ』이며 뜻은 “금강석도 잘라버릴 수 있는 지혜로써 건너가는 상태에 관한 경전”이라는 의미다. 여기서 현진 스님은 중요한 단어에 주목한다. prajñāpāramitā에서 i다.
현진 스님은 “『반야심경』에서 나오는 ‘아제아제 바라아제’는 ‘가세 가세 우리 모두 피안으로 가세’라는 뜻”이라며 “『금강경』 역시 ‘가다(i)’라는 행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안으로 가는 지혜를 알고 있어야 소용 없다”며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했다. 다시 말해 한문본 번역으로는 ‘건너감’ 명사형으로 종결형이지만, 산스끄리뜨본은 ‘건너가는 상태’이라는 현재진행형으로 해석되면서 『금강경』 이해의 폭과 넓어진다는 것.
금강(金剛, vajra)이 무기?
와즈라(vajra)는 인도 신화에 등장하는 신 인드라의 무기로, 세상 그 어떤 것보다 단단하다. 곤봉 혹은 삼지창으로 묘사하기도 한다. 전설에 따르면 부처님이 인드라에게서 와즈라를 빼앗아 그를 복종시키고 무기의 끝부분을 오므려 평화로운 기물로 만든 게 불교의 금강저라고 한다. 이 대목에서 현진 스님은 와즈라 이야기를 풍부하게 했다.
“인도 신화에서 데와와 아수라는 끊임없는 투쟁을 벌이는데, 아수라 측 선인이 인드라에게 죽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복수심에 불타 인드라를 죽일 수 있는 제사를 지냈고, 불사신인 악룡 브릐뜨라가 탄생해 인드라를 곤경에 빠트렸어요. 그러자 데와 측 선인은 자신을 불태워 남겨진 유골로 강력한 무기를 만들었고, 그 무기가 바로 와즈라에요. 그리스 로마 신화로 넘어가면 제우스의 삼지창, 번개창이 되는 거죠. 그런데 불살생의 불교에서는 뾰족한 창이 될 순 없고, 살생하지 못하게 한 게 우리가 알고 있는 금강저입니다.”
이처럼 현진 스님은 산스끄리뜨로 『금강경』을 다시 읽으면 새로운 사실들이 보인다고 했다. 산스끄리뜨로 『금강경』을 풍부하게 이해하는 시간은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강의는 불광미디어 유튜브 채널(https://www.youtube.com/c/bulkwangc)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