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거슬러 향이 배는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머무실 때, 다문제일 아난존자가 부처님께 문안드리며 여쭙는다. “이 세상에서 바람을 거슬러서도 풍기고, 바람을 따라서도 풍기는 향이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그러한 묘한 향이 세 가지가 있다. 계를 잘 지키어 공덕을 쌓아 남의 마음에 공경심을 일으키게 하는 계향(戒香)과 다른 이의 말을 향기를 맡듯이 귀담아 들어주는 들음의 향인 문향(聞香)과 나눔의 향인 시향(施香)이 그것이다. 이 세 가지 향은 바람을 거슬러서나 바람을 따라서나 풍기는 것이니, 어떤 향으로도 비교할 수 없다.”
『아함경』에 나오는 내용으로 불가에서는 이 세 가지 향을 묘향(妙香)이라 한다. 불교와 도교를 넘나들며 『정본능엄경』을 쓴 전설의 개운 조사가 수행터로 삼았다고 하는 황금지붕 묘향대, 반야봉 동쪽 아래 1,500m 지점에 자리한다. 성삼재 주차장을 출발해 노고단 고개를 거쳐 네 시간 이상을 걸어야 닿을 수 있는 암자다. 지금은 위빠사나 수행을 하는 화엄사 호림 스님이 17년째 살고 있다.
터는 예나 지금이나 같죠. 암자는 70년대 중반에 지었는데, 화엄사 큰스님 말년에 여기 계실라고 지은 것 같드라고요. 토굴이 너무 커요. 방 한 칸하고 부엌만 있으면 되잖아요. 이렇게 커 가지고 도인이 안 나오는 거 같애. 이 터만 좀 아담허니 작았으먼 도인이 나왔을 거야 아마. 내 생각에는 그래요. 이 건물 짓기 전 행자 때, 세 칸짜리 집일 때 처음 왔었죠. 옛날에는 행자님들이 많으니까는 스님들 정진만 하믄 먹을 거다 뭐다 다 갖다 드렸죠. 그때만 해도 중들이 많으니까는. 이런 데 살기가 더 편해요. 그때만 해도 여기 살 생각이다 뭐다 있었겄어요. 지리산 다니면서 “아! 여그에 묘향대가 있다” 그렇게만 생각허고 다녔지.
처음엔 뭔 책인지도 모르고 봤는디 내가 본 거이 거의가 소승 쪽 책이라. 소승 책이라고 알아서 본 거는 아니고. 부처님 말씀이라고 허기 보다는 싯다르타 말이지 뭐. 인간 안에서 그대로 사람이 할 수 있는 거를 거짓말 없이 표현해 놓은 것이드라고. 그러니까 이제 믿음이 가드라고요. 집중력 없으니깐 집중력 기를라고 첨에는 촛불관, 딱 앉아서 눈을 한 번도 안 깜박이고 1시간 동안 앉아 있는 거요. 근디 그거 집중력 기를라고 쪼끔만 하면 금방 길러져요. 하루에 1시간씩 해 가지고 일주일만 해보면 돼요. 처음에는 7초에서 15초 가거든요. 점점 더 시간이 길어져요. 나름대로 하면은 한 번 뭐 15분만 가게 되면 괜찮아요.
이름이 일광이요. 리트리버 털 짧은 종잔디, 털이 긴 것들은 눈병도 걸리고 맨날 바리깡도 해주고 그리야서 성가신 게 나온 것이라대요. 본 지 얼마 안 되야도 지한테 말도 시키고 먹을 거도 주고 허믄 빨리 따르대요.
우리 스님들 법문하면 ‘간절하게, 간절하게’ 말씀하시잖아요. 어떻게 해야 간절함이 나와? 죽음 앞에 서 봐야 하는 것이지. 내가 죽어 불먼 있잖아 새로운 세상이 나와 불어. 내가 15일 동안 용맹정진하는 데 3년 걸렸어요. 3년. 앉어 있다고 용맹정진이라고? 개 똥 싸는 소리도 아녀. 아니지. 내 스스로 자신하게끔 진짜 30초도 20초도 졸아불먼 다시 시작. 여여한 마음이 없으먼 다시 시작. 마음이 항상 한 것이 용맹정진이라. 80일 단식 두 번, 50일 단식은 허벌나게 많이 해불고. 45일 넘으면 도인이여. 생수만 먹지 뭐. 다른 거 먹으먼 디져불어. 4주 넘어가면 내가 가지고 있는 기운이 다 없어져. 한 개도 없어져. 3주 이상 가면 몸이 0.5도 4주 지나면 1도 떨어져부러. 여름이면 27.5도까지. 맑아져 하나가 되기 위해서 단식을 하지.
5, 6년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살았는디. 15분이면 선정에 들어서는 갠지스강도 보이고 우주 법계가 다 보여. 이통도 되대요. 귀로 듣는 거. 여기서 한 150m, 200m 되는 디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든가. 저어 주 능선에서 얘기하는 소리가 줄줄줄 들릴 때가 있드라고. 선정에 들어가서 봤든 거 그걸 다 알아차려야 하는데 그게 안 되잖아요. 눈으로 봤을 뿐이지 그것이 뭔지를 몰라. 다른 사람들은 망상 번뇌 때문에 못 살겠다는디 나는 인자 솔직히 말해서 번뇌 없이 몇 년 동안 있어분께는 이 세상이 재미가 한 개도 없어. 맛난 것도 먹어보고 기와 올리는 망상도 좀 피고 해야 되는디. 번뇌 망상이 일어나는 지금도 좋아요. 허허.
수행은 옛날처럼 못혀도 도량석만은 할라고 허죠. 한 30분 해요. 물 나게 해주는 용왕님께도 삼배허고 또 저 앞에서 사방 도량신들께 삼배씩허고 그러죠.
글·사진. 유동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