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국제 불교 영화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영화 축제가 펼쳐진다. 8월 26일부터 30일까지 총 5일간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열리는 '2021세계일화국제불교영화제(One World One Flower International Buddhist Film Festival, 이하 OIBFF)'에서다.

사단법인 날마다 좋은날이 주관하고 동국대가 주최하는 OIBFF는 불교를 소재로 하거나 불교사상이 담긴 15개국 62편의 영화를 비경쟁으로 초청해 선보이는 국내 최초 불교영화제다. 영화제 개막작은 티베트 불교의 스승이자 세계적 영화감독인 키엔체 노르부 감독의 <더 컵(THE CUP)>, 폐막작은 천막 동안거를 시작하는 아홉 명의 스님의 극한 수행기를 담아낸 윤성준 감독의 <아홉 스님>이다.

영화제 출품 총괄 김선아 프로그래머는 “10개국 이상, 모든 영화에 영어나 한국 자막을 제공하는 국제영화제 기준에 맞춘 국제불교영화제는 한국에서 이번이 처음”이라며 “미국, 유럽, 싱가폴 등 국제불교영화제를 열고 있는 기획자와 영화인들이 주목하는 영화제”라고 강조했다.

영화제 집행위원장 차승재 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는 “개신교, 천주교 등 이미 여러 종교에서 영화제를 개최하는 것과 달리, 불교는 서구권을 제외하고 정기적으로 열리는 영화제가 거의 없었다”며 “종단에서 미디어 포교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기 때문에, 포교와 전법을 주목적으로 하는 불교영화제를 의기투합해서 개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OIBFF 예산은 일반적인 국제영화제 예산의 10분의 1 수준이지만 동국대 교수진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영상대학원 학생들이 자원봉사를 하는 등 ‘최저 예산의 최대 영화제’로 알차게 준비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불교, 삶과 인간, 보편적 진리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담은 사색적인 62편의 작품들은 ‘세계일화’라는 영화제 타이틀에 맞춰 꽃 이름으로 지어진 총 5개의 섹션에 각각 나뉘어 상영된다.

‘연꽃(LOTUS)’ 섹션에는 붓다의 가르침을 전파하는 데 평생을 바친 불교의 스승들에 대한 작품을 모았다. 1,000일간 김포 무문관에서 수행한 스님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박대원 감독의 2018년작 <무문관>, 무소유의 삶을 실천했던 법정 스님의 일생이 담긴 임성구 감독의 다큐멘터리 <법정스님의 의자>, 미국의 공영방송 PBS에서 제작한 장편 다큐멘터리로 고타마 붓다의 생애를 돌아보고, 그의 사상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조명하는 데이비드 그루빈 감독의 <붓다(The Buddha)>, 틱낫한 스님과 명상 지도 스님들의 수행공동체를 기록한 다큐멘터리로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틱낫한 스님의 일기장을 낭송하는 마크 프란시스·맥스 푸그 감독의 <나에게 가는 길(Walk with me)> 등 8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라일락(LILAC)’ 섹션에는 사찰에서 수행하는 스님을 소재로 한 19편의 작품을 담았다. <사이에서>, <노무현입니다> 등 다큐멘터리 흥행작을 다수 만든 이창재 감독의 경북 영천 백흥암 비구니들의 사연을 기록한 <길 위에서>, 2000년대 개봉해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았던 박철관·육상효 감독의 <달마야 놀자>·<달마야 서울가자> 시리즈, 천주교 보육원에 살던 남매가 입양을 피해 사찰로 도망쳐 머물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박철수 감독의 1990년작 <오세암> 등의 영화들이 선정됐다.

‘동백꽃(CARMELIA)’ 섹션에는 불교와의 연관성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하며 선업을 쌓아가는 일반 대중에 대한 작품 14편을 선정했다. 키엔체 노르부 감독의 <나그네와 마술사(Travellers&Magicians)>를 비롯해 <밥정>(박혜령, 2018), <시바, 인생을 던져>(이성규, 2013), <카일라스 가는 길>(정형민, 2018), <컴 앤 씨>(노타폰 분프라콥, 2019), <파필리오 부다>(자얀 체리안, 2013) 등을 상영한다.

‘수선화(DAFFODIL)’ 섹션에서는 현대 첨단 기술 사회에서 인간을 진정 인간답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주변환경과 조화롭게 공존하는 방법을 묻는 작품 2편을 선보인다. ‘윤회’라는 주제 아래 세계 5대륙, 25개 국가를 5년간 여행하며 70㎜ 필름으로 장엄한 자연과 거대한 산업화의 현장 등을 대사 없이 오직 시적 영상과 음악만으로 구성한 영화 <삼사라(Samsara)>(론 프릭, 2011)와 카메라, 무기, 경찰, 그리고 정의가 함께 한 역사를 탐구하는 다큐멘터리 <모든 곳에, 가득한 빛(All Light, Everywhere)>(테오 안소니, 2021)가 있다.

마지막 ‘미얀마 특별전(FOCUS ON MYANMAR)’ 섹션은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미얀마군이 무참히 학살하는 과정에서 희생된 미얀마 시민들에 대한 헌정이다. 이 섹션에서는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미얀마인들의 삶을 담은 영화 단편 4편과 <골든 킹덤(Golden Kingdom)>(브라이언 퍼킨스, 2015>, <나의 부처님은 펑크(My Buddha is Punk)>(안드레아스 하트만, 2015), <버마 군인(Burma Soldier)>(닉 던롭 외 2인, 2010)을 상영한다.

주윤식 날마다 좋은날 이사장(조계종 중앙신도회장)은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많이 참가 못 하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국내에서 개최하는 제1회 국제불교영화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영화제에 많은 관심과 참여 그리고 응원을 보내주시면, 이걸 기회로 불자들의 자긍심을 만들고 포교에도 적극적으로 이바지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