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붓다 빅 퀘스천 ‘무상(無常), 변화의 파도 위에서 균형 잡는 법’이 행사 5주년을 맞아 온라인에서 무료로 진행됐다. 7월 3일 오후 2시 개최된 붓다 빅 퀘스천은 ‘디지털 경제’, ‘인공지능 & 로봇 시대’, ‘불안과 행복’을 키워드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성큼 앞당겨진 변화의 시대에 삶의 방향을 함께 모색해보는 자리로 마련됐다.
1교시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의 ‘경제 대전환-앞으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2교시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의 ‘가치의 전환-폐기된 미래와 새로운 미래’, 3교시 김태형 심리연구소함께 소장의 ‘불안과 무기력을 이겨내는 공존의 상상력’ 순으로 진행됐다. 이날 강연은 불광미디어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시 볼 수 있다.
| ‘새로운’ 능력, ‘새로운’ 사회계약
첫 번째로 최배근 건국대 교수가 연사로 나서 ‘경제 대전환-앞으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를 주제로 강의를 이끌었다.
최배근 교수는 IT, 인터넷 혁명에 따른 ‘디지털 생태계’의 등장으로 지금 우리는 거대한 변화의 시대, 즉 대전환기에 들어섰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20세기 제조업 시대의 상징이었던 제너럴 일렉트릭(GE)의 몰락과 21세기 구글·애플·아마존 등 플랫폼 기업의 급부상을 예로 들며 기업은 과거보다 훨씬 적은 노동력으로 더 높은 생산력을 보인다고 강조했다.
“최근 애플의 기업(주식) 가치는 2조 1,000여억 달러(약 2,379조 3,000억 원)입니다. 세계 경제 규모 10위권인 우리나라가 1조 6천억 달러(약 1,812조 8,000억 원) 정도에요. 플랫폼 기업인 구글, 애플이 등장하면서 과거 제조업 시대는 없었던, 한 나라의 경제 규모를 넘어서는 기업들이 등장한 거죠.”
플랫폼 기업의 등장으로 과거보다 기업 가치는 수십 배 이상 증가했지만, 고용 규모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20세기 산업경제 생태계에서 생산의 3대 요소가 노동·자본·토지였다면, 지금은 ‘데이터’와 ‘아이디어’라는 무형의 자원을 연결해서 가치를 창출하는 ‘플랫폼 사업 모델’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최배근 교수는 이러한 변화의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고방식과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1세기는 4C, 즉 창의력(Creativity) 다르게 생각하기(Critical thinking), 소통력(Communication), 협력(Cooperation)이 중요합니다. 즉, 더 이상 암기식 경쟁 교육이 아닌 창의력을 발휘해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21세기 르네상스형, 멀티플레이어 인재들이 필요한 거죠.”
이와 함께 최 교수는 정부와 시민 간에 필요한 3가지의 새로운 ‘사회계약’을 제시했다. 첫째,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시도를 해서 다음 세대가 살아갈 세상이 더 나아지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누구에게나 기회와 자유를 보장하는 국가. 둘째, 새로운 시도를 해서 실패하더라도 툭툭 털고 일어설 수 있는 안전망을 제공하는 국가. 셋째, 성공한 이들이 벌어들인 몫을 운이 나빠 실패한 이들에게 기꺼이 나누도록 설득하는 국가.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 사람 중 성공한 이는 사회에 다시 나누도록 하고, 실패한 이에게는 최소한의 안전망을 제공해 주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학자들은 곧 성장률 제로 사회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따라서 새로운 변화를 만들지 못하면, 우리 사회는 지속 불가능하게 됩니다. 여러분은 아무것도 못 하고 주저앉는 것을 선택할 건가요? 아니면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내는 데 앞장설 건가요?”
| “새로운 미래는 갑자기 닥치지 않는다”
두 번째로 ‘가치의 전환-폐기된 미래와 새로운 미래’를 주제로 트렌드 분석가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의 강연이 이어졌다.
김용섭 소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안전’과 ‘비대면’이 키워드로 등장하면서 ‘로봇’과 ‘이커머스(Electronic Commerce)’ 시장이 주요 산업으로 주목받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생활·공공·방역 등 서비스 로봇이 사람 간의 접촉을 대신 해주고 있다며 팬데믹이 로봇 도입 시기를 한층 더 가속했다고 진단했다.
“팬데믹은 산업구조에 놀라운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비대면 사회에 발맞춘 로봇, 이커머스 산업 진화에 따라, 이제 변화에 저항하는 일자리는 계속해서 사라질 것입니다. 특히나 팬데믹이 변화를 가속하는 이때, 당장은 사라지는 산업들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사람들일지라도 이런 변화에 민감하게 생각하고 대응해야 합니다.”
김용섭 소장은 대응 전략으로 ‘프로페셔널 스튜던트(Professional Student)’, 즉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계속해서 공부하는 사람이 되길 제안했다.
“산업 진화의 속도를 따라잡으려면 우리 역시 계속해서 공부하고 진화해야 합니다. 새로운 미래는 힌트를 주며 다가오지 절대로 갑자기 닥치지 않습니다. 다만 평소 대응하지 않고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 갑작스럽게 느낄 뿐입니다. 여러분들이 그 변화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로봇 시대에 앞으로 어떻게 성장하고, 살아남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 ‘가짜 쫓는 한국 사회’에서 추구해야 할 행복이란?
마지막 연사로 김태형 심리연구소함께 소장이 나서 ‘불안과 무기력을 이겨내는 공존의 상상력’을 주제로 강연했다.
김태형 소장은 현대인의 불안을 2가지로 분류했다. 하나는 ‘생존불안’으로 먹고사는 데에서 오는 불안이고, 다른 하나는 ‘존중불안’으로 타인과의 관계로부터 오는 불안이다.
김태형 소장은 한국 사회는 흔히 ‘돈’이 있으면 불안을 방어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지적했다. 돈에 대한 과도한 욕망과 집착으로 돈 중심적 사고를 하게 됐고, 그 결과 ‘가짜 자존감’, ‘가짜 행복’을 쫓는 한국 사회가 됐다고 설명했다. 또 이는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한국 사회 전체의 문제라고도 지적했다.
“‘자존감’은 자신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평가에 기초해 스스로를 존중하는 마음을 가리킵니다. 한국 사회는 사람의 가치를 ‘사회적 기여도’가 아닌 ‘돈’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절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존감의 하락을 경험합니다. 그로 인해 가짜 자존감을 쫓게 만들죠.”
김태형 소장은 한국 사람들의 자존감이 낮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며, 사람의 가치를 ‘사회적 기여도’로 평가하면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공장 노동자든, 학자든, 농민이든 누구든지 사회에 기여하는 활동을 하면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이어서 “행복은 인간적인 삶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생활에서 느끼는 보람과 만족”이라며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쾌’가 아닌 ‘만족’을 좇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쾌는 욕망의 즉각적인 충족이기에 짧고 순간적이다. 하지만 만족은 의지력을 동반한 목적실현과 관련 있기에 목적을 실현해 나가는 삶 과정 자체가 행복할 수 있다. 따라서 ‘정말’ 행복해지려면, 삶의 목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 그 목적에는 ‘보람’, 즉 공동체와 사회에 기여하는 활동에서 느끼는 감정과 관련된 삶의 목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서고금 종교를 막론하고, 이상사회로 꼽는 사회는 단순히 풍요로운 사회가 아닌, ‘화목’한 사회입니다. 화목한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사회제도의 3가지 원칙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첫째, 생존을 개인에게 떠맡기는 게 아닌, 국가(공동체)가 해결하고 책임지는 사회여야 합니다. 둘째, 국가가 모두에게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는 생존불안을 해결해 줘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존중불안을 해결할 수 있도록 평등한 사회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