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은 보물 ‘구례 화엄사 목조비로자나불삼신불좌상’을 국보로 지정하고, ‘울진 불영사 불연’을 비롯해 ‘완주 송광사 목조석가여래좌상 및 소조십육나한상 일괄‘을 보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국보 ‘구례 화엄사 목조비로자나삼신불좌상’은 국내에 현존하는 불교조각 중 비로자나불-노사나불-석가모니불로 이루어진 ‘삼신불’로 구성된 유일한 작품으로 조선 시대 불교사상과 미술사 연구의 중요한 사례로 평가받아 왔다.
화엄사 대웅전에 봉안된 3구의 좌상은 1635년(인조 13년) 당대 유명한 조각승인 청헌과 응원, 인균을 비롯해 이들의 제자들이 만든 17세기의 대표적인 불교조각이다. 모두 3m가 넘는 초대형 불상이라 보는 이로 하여금 압도적인 느낌을 준다.
특히, 삼신불의 복장유물 등 관련 기록이 최근 발견됐으며, 이 기록을 통해 임진왜란 때 소실된 화엄사를 재건하면서(1630∼1636), 대웅전에 봉안하기 위해 삼신불을 제작한 시기(1634∼1635년)와 과정, 후원자, 참여자들의 실체가 더욱 명확하게 밝혀졌다.
발원문에 따르면 팔도도총섭을 역임한 벽암 각성 스님(1575∼1660)의 주관 아래, 선조(재위 1567∼1608)의 여덟 번째 아들 의창군 이광(1589∼1645) 부부와 선조의 사위이자 조선 중기 활동 서예가인 신익성(1588∼1644) 부부 등 다수의 왕실 인물과 스님 580여 명을 포함한 총 1,320명이 시주자로 참여했다.
삼신불좌상은 화려한 연꽃을 갖춘 대좌와 팔각형 목조대좌에 다리를 서로 꼰 결가부좌 자세로 앉아 있다. 거대한 규모와 더불어 단순하면서도 선이 굵게 처리된 조각솜씨로 인해 중후한 느낌을 더한다. 이 삼신불상은 당시 가장 유명했던 조각승 집단인 청헌파와 응원‧인균파가 참여한 만큼 표현에서도 각 유파의 조각적 특징을 잘 보여준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근엄한 표정의 비로자나불과 석가모니상은 청헌파가 제작한 것으로 판단되는 반면, 부드러운 얼굴에 작은 눈과 두툼한 눈두덩이가 표현된 노사나불상은 응원과 인균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국보 ‘구례 화엄사 목조비로자나삼신불좌상’은 17세기를 대표하는 조각승 청헌, 응원, 인균과 제자들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해 완성한 기념비적인 대작이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이는 불사를 주관한 각성 스님, 의창군 이광 등 왕실의 후원이 합쳐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문화재청은 “목조비로자나삼신불좌상은 17세기 제작된 목조불상 중 크기가 가장 크고, 조각으로 유일하게 비로자나불-노사나불-석가여래불로 표현된 삼신불 도상이라는 점에서 불교조각사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크고 중요할 뿐 아니라 예술‧조형적 수준도 조선 후기 불상 중에서 단연 돋보이므로 국보로 지정해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보물 ‘울진 불영사 불연’은 1670년(현종 11) 화원(畵員)으로 추정되는 광현, 성열, 덕진 등이 참여해 조성한 2기의 불교의례용 가마로서, 지금까지 알려진 약 20기의 조선 후기 불연 중 형태가 가장 온전하게 남아있는 사례다. 불교목공예의 일종인 불연이 보물로 가치를 인정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불연은 불보살상, 사리, 경전, 불패, 영가 등 예배의 대상을 가마에 싣고 의식이 거행되는 장소로 모셔오는 시련의식(侍輦儀式)에서 쓰이는 매우 중요한 의식법구다.
문화재청은 “지금까지 알려진 불연은 모두 17세기 이후에 제작된 것이고, 그 중에서도 제작연대를 알 수 있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며 “반면 ‘울진 불영사 불연’은 2기 모두 1670년이라는 분명한 연대와 학종 스님이 좋은 장인을 만나 불연을 제작하게 된 배경, 제작에 동참한 시주자, 불연의 제작자로 추정되는 스님 등이 일목요연하게 기록되어 있어 조선 후기 불교목공예 연구의 귀중한 자료”라고 밝혔다.
보물 ‘완주 송광사 목조석가여래삼존좌상 및 소조십육나한상 일괄’은 1656년(효종 7년) 만들어진 불상으로, 당시 제작된 나한상 중 수량과 규모면에서 가장 큰 작품이다. 이 일군의 불상은 제작 당시 수조각승 무염의 통솔 아래 조각승들이 1∼4명씩 분담해 제작했다. 참여 조각승들은 무염·승일파, 현진·청헌파, 수연파 등 역량이 뛰어났던 17세기 조각장들을 계승한 인물들이자 당시 불교계를 대표한 각성 스님의 요청에 의한 것이다.
문화재청은 “완주 송광사 불상은 조각과 더불어 개금·개채 작업 등 조각승과 불화승간의 협업 체계를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영역이 다른 화원들이 어떻게 협업관계를 구축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며 “당시 유행한 목조와 소조, 채색 기법을 두루 활용해 화려하며, 나한상의 표정과 몸동작에서 작가의 재치와 개성을 엿볼 수 있어 작품성도 뛰어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