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 경계에서 한인과 서역인이 공존했던 삶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투루판 지역의 한문자료 - 실크로드 경계의 삶’ 전을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3층 중앙아시아실에서 6월 30일까지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발간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중앙아시아 고문자Ⅰ- 투루판 지역의 한문자료』 보고서에 수록된 조사 성과를 대중에게 특별 공개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6건 19점의 전시품은 1912년에 일본 오타니[大谷] 탐험대의 대원 요시카와 고이치로(1885~1978)가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 북동부의 투루판 지역에서 수집한 것으로, 투루판의 국씨고창국 시기인 6세기 말부터 당 왕조 지배기인 7세기 말에 작성됐다.
특히 아스타나 230호 무덤 출토 시신깔개에 부착된 당나라 관문서가 주목된다(사진1). 국씨고창국 시기부터 당시기까지 투루판의 여러 무덤에서는 시신을 눕히기 위해 관 대신에 갈대 줄기를 엮어 만든 자리(시신깔개)를 사용했다. 2020년 조사에서 시신깔개에 부착된 문서를 분리한 결과, 기존에 알려진 1종류가 아닌 2종류의 문서가 드러났다. 이것과 같은 문서 일부는 현재 중국 신장박물관과 일본 류코쿠대학에도 소장되어 있는데, 오타니 탐험대가 부장품을 거두어 가는 과정에서 뜯겨나간 것이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이 2종류의 문서가 중국이 소장하고 있는 문서 조각과 서로 연결됨을 확인하고 한·중·일 소장 문서의 전체 내용과 시신깔개의 제작과정을 복원했다(사진2).
국립중앙박물관은 이외에도 투루판의 중심지였던 고창고성에서 발견된 ‘강거사(康居士)의 대장경 조성 업적을 새긴 비편’도 최초로 공개한다(사진3). 비문에 따르면 강거사는 강국(현 사마르칸트) 출신의 소그드인 지도자였으나, 7세기 중반에 당나라로 귀순하여 투루판에 터전을 잡고 높은 지위에 올랐던 인물이다. 그는 말년에 공덕을 쌓기 위해 대장경을 필사하는 사업을 벌이고 해당 경전 목록을 새긴 이 비를 세웠다.
이번 조사에서 비에 새겨진 경전 목록 대부분이 동시기에 유통된 『대당내전록』제8권에 수록된 장안 서명사의 대장경 목록과 완벽히 일치하며, 나머지는 『대주간정중경목록』에서 선별한 최신 번역 경전임을 확인했다. 두 목록에 근거해 복원한 비의 앞뒷면에는 당시의 818부 4,039권 이상의 경전명이 새겨져 있었고, 비의 몸돌 높이가 최대 2.8m에 달하는 거대한 비였음을 밝혔다. 이 비는 6~7세기 투루판 지역의 비석 가운데 실물로 현존하는 유일한 예로, 이 비가 가리키는 강거사 대장경의 실제 경전들을 향후 투루판 지역에서 찾아낼 수 있는 기초 자료로서 가치가 매우 높다고 평가받는다.
한편 무덤 주인의 이름과 이력 등을 기록한 벽돌판인 묘전도 전시한다. 당시 사람들은 먼 훗날 무덤이 허물어진 뒤라도 무덤 주인이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도록 묘전을 제작하여 무덤의 널방 입구나 통로에 두었다. 묘전은 다른 문헌에서는 볼 수 없는 국씨고창국의 독자적 연호와 관제 및 동시기 사람들의 생사관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사료이다. 전시에서는 일제강점기 조사에서 누락됐던 일부 조각들을 접합한 것을 비롯한 묘전 6점의 해석문을 볼 수 있다.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사전예약 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