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박타박 지친 걸음으로
미륵전에 들었다
언젠가는 올 것이나 당대에는
결코 오지 않을
미륵을 기다리고 기다리며
한 시대를 건너고 한 생을 건넜을
뭇사람들의 그림자
키 큰 미륵불을 모신 삼층 법당에 어른거린다
그 검은 그림자들 사이에서
오기로 했고 올 것이고 오고야 말
그러나 아직 오지 않은
어쩌면 끝내 오지 않을
너를 기다리는
산사에 봄눈 분분히 흩날린다
기다린다는 것은 비워두는 것이고
비워둔다는 것은 기다린다는 것일진대
담박하게 너른 마당을 홀로 지켜온
늙은 산사나무가 기다리는 이는 누구일까
눈 수북이 쌓인 가지마다
맑은 눈물 똑똑 흘리면서
-‘미륵을 기다리며’ by 시인 곽효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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