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명상 안내자인 김연정, 환희지, 서홍도 언젠가 이 질문에 봉착했다. 물음을 안고 계속해서 공부하고 수련하니 그들에게 조금씩 변화가 찾아왔다. 이 좋은 걸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셋은 자연스럽게 명상 안내자의 길로 들어섰다.
사진. 유동영
2020 서울국제불교박람회 기간 중 열리는 서울릴랙스위크가 지난 11월 5일부터 15일까지 온·오프라인으로 서울 도심 곳곳에서 펼쳐졌다.
올해 서울릴랙스위크는 ‘마인드풀 웰니스(MIDNFUL WELLNESS), 마음챙김으로 건강하게 행복하기’를 주제로 ‘명상’, ‘숙소’, ‘채식’, ‘공방’, ‘공간’ 등 5가지 키워드에 맞춰 진행됐다. 서울 내 명상센터, 한옥스테이, 채식 레스토랑 등 93개의 공간이 참여해 몸과 마음의 쉼을 선사하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특히 ‘명상’은 명상 입문자부터 고수까지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심리상담, 요가, 싱잉볼명상, 예술치유명상 등 다채로운 수업들로 구성됐다. 그중에서도 이완과 움직임 명상을 안내하는 김연정 ‘이움연구소’ 소장과 만다라 무의식 명상을 진행하는 ‘환희지 명상’의 환희지 대표, 싱잉볼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사운드배스 서울’의 서홍 강사를 만나 서울릴랙스위크 참가 소감과 함께 명상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김연정(이하 김)
“‘어떻게 하면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이완할 수 있을까’를 화두로 현재 사마타와 위빠사나를 수행하고 있어요. 기업교육 연구소인 ‘이움’과 명상 커뮤니티 ‘숨터’로 사람들을 만나며 명상도 나누고요.”
환희지(이하 환)
“제 법명을 딴 ‘환희지 명상’이란 공간을 운영하고 있어요. 불교 철학을 기반으로 한 마음공부와 만다라 드로잉, 심리상담도 진행하고요. 주로 일상에서 마주치는 삶의 사건들을 통해 지혜의 힘을 길러내는 수업을 해요.”
서홍(이하 서)
“현재 ‘사운드배스 서울’이라는 팀으로 활동하면서 소리명상을 안내해요. 싱잉볼을 포함한 여러 가지 악기를 사용해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작업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올해 서울릴랙스위크는 코로나19로 인해 일부 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전환해 운영했다. ‘싱잉볼 마음테라피 명상’(서홍)은 오프라인, ‘이움 명상입문’(김연정)과 ‘만다라 명상’(환희지)은 온라인으로 열렸다.
: 서울릴랙스위크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했나?
김 “몸과 마음의 이완을 돕는 ‘이움 명상입문’ 과정을 진행했어요. 명상을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 신체 움직임을 통해 이완하는 방법과 현재를 자각해 마음의 힘을 기르는 방법들을 소개했어요.”
환 “만다라 작업을 통해 무의식을 통찰하는 ‘만다라 명상’을 안내했어요. 선을 긋는 일에 집중하면 저절로 몰입 상태가 일어나요. 그 과정에서 풀리지 않은 감정적, 경험적, 습관적 마음의 고리를 만나게 되죠. 그 익숙한 마음의 습관을 관찰하고 반응하는 것을 멈추는 훈련을 했어요.”
서 “그림 치유를 하는 선생님 한 분과 함께 ‘싱잉볼 마음 테라피 명상’ 프로그램을 열었어요. 먼저 싱잉볼로 몸과 마음을 이완한 뒤 다양한 색채를 활용해 무의식에 있는 감정을 표출해요. 이후엔 표현한 색채에 맞춰 아로마 오일을 발라요. 다시 싱잉볼 소리로 쌓여있는 감정을 흘려보내며 마무리 명상하는 프로그램이에요.”
: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김 “온라인에서도 참가자분들이 모두 잘 따라와 주셨어요. 좋다는 피드백도 많이 줬고요. 다만 지도하는 저에 대한 고민이 남았죠. 온라인 수업은 한 화면으로 진행돼서 참여자분들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아요. 그래서 참가자 개개인의 느낌을 자칫 놓치기 쉬워요. 온라인 안내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필요한 것 같아요.”
환 “온라인 수업이라 어색하게 느낄 수도 있는데, 참가자분들이 금방 잘 적응했어요. 각자의 통찰을 가지고 돌아간 것도 뜻깊었고요. 다만 만다라 명상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다 보니 그림을 같이 느끼고 공명하는 부분이 약간 미흡하게 느껴졌어요. 앞으로는 이 부분을 좀 더 보강해야겠더라고요.”
서 “서울릴랙스위크에서는 오프라인이었지만 이전에 온라인으로 수업해본 경험이 있어요. 싱잉볼은 소리로 전달되다 보니까 송출 장비에 따라서 온라인 진행에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래도 공간 제약 없이 전국에서 많은 분이 참여할 수 있는 건 온라인의 큰 장점인 것 같아요.”
: 명상은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김 “결혼하고 아이가 잘 안 생겨서 시험관 시술을 준비했어요. 스포츠 에어로빅 선수와 필라테스 트레이너로 활동해서 몸 건강은 자신 있었는데, 거듭된 실패로 몸과 마음이 많이 닫혔죠. 그 과정에서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됐고 마음공부까지 관심이 이어지게 됐어요.”
환 “10, 20대 때 계속된 실패로 우울증을 오래 앓았어요. 우연히 찾은 사찰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도중에 조건 없는 행복의 순간이 찾아왔어요. 늦가을 산중에 불던 바람, 풍경소리, 숲 냄새 등 모든 것들이 행복하게 느껴졌죠. 오랜 우울로 불행이 익숙했기에 그런 더없는 행복이 낯설기도 했고요. 그때부터 ‘나는 누구인가?’, ‘행복한 삶은 무엇일까?’와 같은 의문을 가지고 불교 공부와 명상수행을 시작했어요.”
서 “저도 비슷해요. 어릴 때부터 고민이 많고 늘 외로웠어요. 제 의지와 상관없이 몇 번의 죽음을 맞닥뜨리기도 했고요. 그때부터 ‘사람은 왜 살까?’, ‘죽음은 뭘까?’와 같은 고민을 많이 했어요. 막연히 마음공부와 명상이 답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무작정 명상모임과 명상센터를 찾아다녔고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
: 지도하면서 명상에 대한 사람들의 오해도 많이 마주쳤을 것 같다.
서 “앉아서 하는 명상은 고요하고 평온한 순간이 찾아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돼요. 싱잉볼은 단시간에 그게 가능해서 입문자에게 도움이 많이 돼요. 다만 싱잉볼을 처음 접하는 분들은 종교적인 악기라고 오해하고 거부 반응을 보이기도 하세요.”
환 “‘종교색을 뺀 명상’이라는 말 자체가 이미 종교에 걸려있다고 생각해요. 불교 공부를 하면서 붓다는 정말 위대한 심리치료사라는 걸 매번 느껴요. 그래서 명상을 안내할 때 불교의 마음공부 이야기를 많이 해요. 불교는 ‘믿는’ 종교가 아니라 ‘하는’ 철학이에요. 경험과 기억에 기반해 사는 게 아니라 순간순간 선택을 내리며 삶의 변화를 주체적으로 이끌어가는 철학이죠. 일단 시작해서 삶의 변화를 느끼고 나면 ‘너무 종교색채가 강해서 싫다’는 처음의 거부 반응은 자연스럽게 풀리게 되어있어요.”
김 “‘명상은 어렵다’, ‘명상은 나랑 안 맞다’, ‘명상은 멍때리는 거다’, ‘명상은 현실 도피다’ 등 오해는 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막연하게 갖는 편견에 불과해요. 명상은 윤회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 지금까지 습관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육체적, 정신적인 윤회의 고리를 명상으로 하나씩 끊어낼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일단 직접 해보라고 권해드려요.”
환 “맞아요. 그게 답이에요. 아무리 말로 해봐도 직접 경험하는 것만 못해요.”
: 수많은 명상법이 있다. 자기한테 맞는 명상은 어떻게 찾아가나?
환 “우선 자신을 아는 게 중요해요. 어떤 트라우마가 있는지, 어떤 부분에서 반응 버튼이 눌러지는지를 알면 자신에게 맞는 것을 잘 찾아갈 수 있어요. 그다음 다양한 명상법을 접해보는 거예요. 그중에서 해봤을 때 가장 즐거워지는 걸로 선택하면 돼요.”
서 “완벽하게 시작하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시도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었으면 해요. 명상한다고 처음부터 곧바로 행복해지는 건 아니에요. 괴롭고 고통스러운 시간도 많죠. 단 자신에게 충분한 시간과 공간을 준다면 어떤 명상법이든 변화는 꼭 일어나요. 일단 주변에서 인연이 닿는 것부터 해보는 게 좋아요. 앱이 됐든 요가원에서 하는 간단한 명상이 됐든요.”
: 명상 수행자이자 안내자로서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김 “오감을 깨울 수 있는 명상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나눠서 사람들의 건강한 의식성장을 돕고 싶어요. 그래서 친절과 연민이 넘치는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어요.”
서 “요즘 생각지도 못한 분야의 기업들에서 명상 수업 요청이 종종 들어와요. ‘우리나라가 정말 많이 힘들구나’라는 걸 다시금 느꼈죠. 이런 상황 속에서 저 자신을 어떤 방식으로든 온전히 사용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명상을 시작하는 분들께 작은 용기가 되고자 그동안 써왔던 명상일기를 모아서 책으로 낼 계획이에요.”
환 “법연을 많이 짓고 가는 것을 제 삶의 소명으로 생각해요. 조만간 사찰들과 연계해서 ‘명상 리트릿(retreat, 바쁜 일상에서 한 걸음 물러나 내면을 수련하는 일)’ 프로그램을 진행해보려고요. 젊은 층과 외국인을 대상으로 불교 명상을 적극적으로 알려 나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