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역자 | 김정호, 서광, 전현수 지음 | 정가 | 14,8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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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 2020-10-15 | 분야 | 불교 |
책정보 |
판형 137×202mm|두께 20mm|240쪽|ISBN 978-89-7479-863-5 (03220) |
현대인을 가장 힘들게 하는 세 가지 감정, 분노 ․ 자존감 ․ 우울
감정의 작동 원리를 알면 괴로움은 바로 사라진다!
직지인심(直指人心), 사람의 마음을 곧바로 가리킨다는 뜻이다. 즉 눈을 밖으로 돌리지 말고 자기 마음을 곧바로 잡을 것, 제대로 바라보고 파악하라는 불교의 가르침이다. 대부분의 현대인은 작건 크건 마음의 병 하나쯤 갖고 있다. 크게 3가지, ‘분노·자존감·우울감’에서 비롯한다. 불교의 목적은 인간의 고통을 없애는 데 있다. 그 시작은 ‘있는 그대로 똑바로 보라’는 것, 이를 위해 수많은 경전과 논서들이 마음(감정)의 작동 원리를 세세히 밝히고 있다. 불교의 이러한 가르침은 오늘날 과학적 연구와 더불어 심리학, 정신치료 분야에서 활발하게 응용되고 있다. 이 책은 2016년 시작되어 12회에 이르고 있는 <붓다 빅 퀘스천> 강연 중 역대 가장 인기 있었던 ‘부처님의 감정수업’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심리학계에서 불교를 접목한 연구로 주목받는 심리학자 김정호 교수, 서광 스님, 정신과 전문의 전현수 박사가 각각 ‘분노’, ‘자존감’, ‘우울’을 주제로 감정의 작동 원리와 감정 다루는 법을 제시했다. 당시 강연에서 못다 한 이야기와 몇 년 사이 더욱 깊어진 세 강사의 연구 성과가 풍부하게 더해졌다. 불교심리학의 핵심을 모은 이 책은 일회적인 위로와 힐링, 치유가 아닌 마음의 고통을 없애기 위한 확실하고 분명한 해결책을 담고 있다.
김정호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덕성여자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한국건강심리학회 산하 마음챙김-긍정심리연구회 회장, 서울심리지원동북센터장으로 있다. 한국심리학회장과 대한스트레스학회 이사장, 한국건강심리학회장,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을 역임했으며, 한국심리학회 학술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스트레스의 이해와 관리』(김정호․김선주 공저), 『조금 더 행복해지기』, 『스트레스는 나의 스승이다』, 『마음챙김 명상 멘토링』, 『나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즐거움』, 『스무 살의 명상책』, 『생각 바꾸기』, 『마음챙김 명상 매뉴얼』, 『일상의 마음챙김 + 긍정심리』, 『마음챙김 긍정심리 훈련(MPPT) 워크북』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받아들임』(김정호․김선주 공역), 『긍정심리학』(김정호․김선주 공역), 『행복심리학』(김정호 등 공역) 등이 있다. [* 블로그 : 마음챙김 긍정심리 훈련(MPPT) blog.naver.com/peace_2011]
서광
대학과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이후 미국에서 종교심리학 석사와 자아초월심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사)한국명상심리상담연구원 원장으로 불교심리학과 명상심리상담, 자아초월심리치료 관련 강의와 워크숍 및 집단프로그램 등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Mindful Self-Compassion> 명상 프로그램을 한국에 도입하여 MSC 지도자 양성에 힘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 『나를 치유하는 마음 여행』, 『치유하는 불교 읽기』, 『마음아 행복하여라』(공저) 등이 있고, 함께 옮긴 책으로 『오늘부터 나에게 친절하기로 했다』, 『러브 유어셀프』, 『나를 사랑하기로 했습니다』 등이 있다.
전현수
부산대학교 의대를 졸업하고 순천향대학병원에서 신경정신과 수련을 받고 전문의가 되었다. 이후 한양대학교 의대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전현수정신건강의학과의원>을 운영 중이며, 대한명상의학회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얀마와 한국에서 수 개월간 집중명상을 하면서 몸과 마음의 작동 원리를 관찰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불교정신치료의 체계를 정립했다. 주요 저서로 『전현수 박사의 불교정신치료 강의』, 『정신과 의사의 체험으로 보는 사마타와 위빠사나』, 『정신과 의사가 들려주는 생각 사용 설명서』, 『정신과 의사가 붓다에게 배운 마음 치료 이야기』가 있고, 옮긴 책으로 『붓다의 심리학』이 있다. 2018년 『정신과 의사의 체험으로 보는 사마타와 위빠사나』가 미국 위즈덤 출판사에서 『Samatha, Jhana, Vipassana』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으며, 『전현수박사의 불교정신치료 강의』가 세계적 학술서적 출판사인 Springer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제1강
분노는 나의 스승이다
- MPPT로 분노 다스리기
분노를 양산하는 사회
분노의 경험과 표현
분노 관리의 필요성
구성주의: 경험은 나와 환경이 함께 만드는 것
동기상태이론: 동기가 없으면 고통도 즐거움도 없다
정보처리용량제한성: 나의 판단은 공정하기 어렵다
마음사회이론: 내 마음은 사회다
상의(上醫)
마음기술의 개요
명상: 마음 쉬기
마음챙김: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긍정심리: 마음 쓰기
행복은 자기성장의 동기에서 출발한다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
제2강
당신의 자존감은 안녕한가요
- 상처 입은 자존감을 위한 불교심리학
자존감이란 무엇인가
왜 우리는 사랑에 목말라할까
자존감이 태도를 결정한다
자존감은 어떻게 생겨날까
개인적 자존감과 집단적 자존감
불안의 시대, 남은 것은 자존심뿐
생각이 바뀌면 자존감도 변한다
자존감은 우월감이나 열등감이 아니다
사랑하려면 고통과 접촉하라
내면의 고통과 접촉하는 길
왜 나는 나를 사랑하는 게 힘들까
음미하고 감사하고 감사하라
나를 잊을수록 세상과 더 친해진다
인간적인 마음 상태에 머물기
치유는 믿음에서 시작된다
완전한 사랑을 위하여
제3강
마음을 알면 우울이 보인다
- 초기불교로 마음 분석하기
우울한 감정이 일어나는 이유
불교는 감정을 어떻게 바라볼까
내 몸은 내 것이 아니다
정신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감정을 통제할 수 없다
정확하게 보아야 답이 보인다
우울은 성냄의 마음이다
불교정신치료의 세 가지 원리
우울한 사람은 두 개의 삶을 산다
내 마음은 내 것이 아니다
우울에서 벗어나는 법
김정호 ․ 서광 스님 ․ 전현수의 불교심리학 명강의
끝날 줄 모르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모두가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요즘, 마음 병을 앓는 사람이 늘고 있다. 코로나블루(우울), 코로나레드(분노), 코로나블랙(좌절) 등의 신조어가 생겨날 만큼 오늘날 우리 마음 상태는 위태롭다.
불교의 가르침 가운데 팔정도(八正道)라는 게 있다. 삶의 괴로움을 여의고, 깨달음에 이르는 여덟 가지 방법이다. 그중 첫 번째가 정견(正見)이다. 곧 바르게 보는 것을 말한다. 불교심리학에서는 이 ‘정견’을 심리치료의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 분노, 자존감, 우울을 비롯해 어떤 마음의 병이든 그것을 정확하게 직시하는 것에서부터 치유가 시작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살다 보면 아플 일은 수없이 많고, 그때마다 우리는 마음에 상처를 입는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상처 입은 마음을 치료할 수 있는 힘이 있다. 현실에서 도망치거나, 눈앞에 닥친 상황을 외면하거나, 아픔에 무감각해지는 대신 건강하고 성숙한 태도로 다친 마음을 돌볼 수 있다. 그렇게 우리는 덜 아플 수 있다. 아프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 이 책 《부처님의 감정수업》은 그런 길을 안내한다. 불교와 심리학의 전문가가 말하는, 내 안의 부정적인 감정을 대하는 건강하고 바른 태도에 관한 강의다.
화
내가 아니다, 그 사람이 아니다
첫 번째 시간은 덕성여자대학교 심리학과 김정호 교수가 ‘분노’를 주제로 분노를 다스리는 법을 알려준다. 불교와 긍정심리학을 토대로 사람들의 마음 문제를 연구해 온 김정호 교수는 줄곧 ‘분노는 나의 스승’이라고 말해 왔다. 이 책에서 역시 분노를 잘 관리해서 인생의 스승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하는데, 과연 이 말에 담긴 뜻은 무엇일까?
그 전에 먼저 분노에 대해 살펴보자. 보통 우리는 분노가 바깥 환경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여긴다. 누군가에 의해, 혹은 어떤 상황 때문에 화가 난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화를 비롯한 모든 감정은 분명 바깥 조건에 영향을 받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내면에 영향을 받는다. 오히려 후자가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게 불교심리학의 관점이다. 김정호 교수 역시 이 점을 강조한다. 화는 내면의 욕구(욕구 좌절)에 의해서 발생하며, 따라서 욕구를 잘 다스리는 것이 화를 다스리는 첫걸음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우리의 욕구가 좌절되었을 때 화를 느낀다. 비근한 예로, 내가 먹던 아이스크림을 누가 빼앗아 가면 화가 난다. 문제는 살면서 이런 상황이 시시때때로 벌어진다는 데 있다. 혼자 사는 삶이 아니기에 매번 우리는 누군가와 부딪힐 수밖에 없고, 수시로 욕구 좌절을 경험한다. 만약 그런 순간마다 화를 낸다면, 우리는 제대로 된 인간관계를 맺을 수 없고 일상생활이 힘들어질 것이다. 그렇다고 일어난 화를 가만히 두면 마음이 골병을 앓는다. 이 화를 어떻게 해야 할까?
김정호 교수가 제안하는 바르게 화를 다루는 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자신의 화가 정당한 것인지 곰곰이 살펴보는 것이다. 즉 내 욕구가, 그것이 좌절되었을 때 화를 낼 만큼 중요한 욕구인지 스스로 점검해 보는 것이다. 종종 우리는 실컷 화를 내놓고 나중에 후회할 때가 있다. 당시는 내가 손해를 봤다는 생각에 화를 냈지만, 돌아보니 그렇게 화낼 일이 아니었음을 깨닫고 자책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화가 나는 순간 잠시 떨어져서 화를,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화를 바르게 다루는 또 다른 방법은 분노를 적절하고 표현하는 것이다. 마땅한 분노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언제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돌아오는 결과가 180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태도를 몸에 익히려면 꾸준한 마음 훈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김정호 교수는 명상이나 마음챙김, 긍정심리 행동(웰빙행동하기, 웰빙문장 쓰기, 감사-자비 수행)으로 평소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연습을 해볼 것을 권한다. 이 훈련들은 화뿐만이 아니라 우울이나 불안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생겼을 때, 우리 마음에 여유 공간을 마련해 준다. 그 공간에 머물면서 우리는 우리 내면을 차분히 들여다볼 수 있고, 이를 통해 자동적인 반응에서 벗어나 화의 원인과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다.
분노가 인생의 스승이라고 말하는 것은, 이렇듯 분노를 잘 관리함으로써 스스로에게 해가 행동(후회, 자책)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내 감정을 바르게 살피는 습관을 통해 타인의 감정도 바르게 볼 줄 아는 안목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내 감정이 내 뜻대로만 되지 않는 것처럼, 한순간의 감정 표현이 나의 전부가 아닌 것처럼, 상대 역시 그럴 수 있음을 배우는 것이다.
자존감은
나를 향한 사랑의 크기만큼 자란다
두 번째 시간은 (사)한국명상심리상담연구원장 서광 스님이 ‘자존감’을 주제로 불교심리학에서 바라본 자존감의 진짜 정체와 상처 입은 자존감을 회복하는 법을 알려준다. 오랫동안 불교와 심리학의 접점을 모색하며 한국적 불교심리학의 기틀을 다져 온 서광 스님은 ‘만약 부처님이라면 자존감에 대해 어떻게 설명했을까?’라는 관점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스님은 현대인이 자존감 하락으로 고통받는 이유를 그럴 수밖에 없는 사회적 환경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자본주의 시대, 끊임없는 비교와 경쟁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은 늘 외부로부터 인정과 존중을 갈구한다. 소위 남보다 더 나은 내가 되어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싶어 한다. 하지만 상대적인 평가우위로부터 얻어지는 인정과 존중, 사랑은 오래가지 않는다. 언제나 내가 남들보다 잘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 어느 때보다 풍족한 삶을 살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자존감이 한없이 낮아지기만 하는 이유다.
이런 시대에 어떻게 자존감을 높일 수 있을까? 남들보다 뒤처졌다는 생각에, 실패했다는 생각에 상처 입은 자존감을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 서광 스님이 말하는 떨어진 자존감을 회복하는 길은 ‘진짜 자존감’이 무엇인지 아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자존감이란 자아존중감(自我尊重感)의 줄임말로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느낌이나 감정을 뜻한다. 단어의 정의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자존감은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어떤 것이 아니다. 상대적인 평가로 인해 높아지거나 낮아지는 성질의 것은 더더욱 아니다. 많은 사람이 이 자존심과 자존감을 혼동하고 있다. 상대적인 우위, 외부의 평가로부터 영향을 받는 것은 자존심(우월감, 열등감)이지 자존감이 아니다. 이런 오해에서 벗어나는 순간 자존감을 회복하는 길이 열린다. 그리고 그 길은 의외로 간단하다. 단지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과 태도를 바꾸기만 하면 된다. 왜냐하면 자존감은 스스로에 대한 주관적인 정서이기 때문이다.
스스로에 대한 태도를 바꾸라고 해서 마냥 자신을 높이 평가하고 자아도취에 빠지라는 말은 아니다. 정확히 보라는 뜻이다. 불교심리학에서는 자존감이 높은 사람일수록 뭔가를 보태거나 빼지 않고,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인지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말한다. 말하자면 인간은 누구도 완벽하지 않으며, 장단점을 동시에 지니고 있음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보통 우리는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거나 수용하지 않고 부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자신의 부족함을 드러내기가 부끄럽고, 남들이 알아챌까 봐 걱정하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인정받고 사랑받기 어려운 상대는 바로 자기 자신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기가 힘들어서 자꾸만 바깥에서 그것을 갈구한다. 하지만 진정한 자존감은 바깥이 아닌 내 안에서 생겨난다. 우리가 스스로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어떻게 스스로를 인정하고 사랑할 수 있을까?
서광 스님은 스스로를 사랑하려면 자기 존재 자체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불교적으로 말하면, 내 안에 불성(佛性)이 내재함을 믿는 것이다. 비록 아직은 내 모습이 부처로 보이지 않더라도 말이다. 그리고 내 안에서 고통을 일으키는 마음들과 대면하고 그들에게 연민심을 가져야 한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나’, 부족한 ‘나’도 모두 나의 일부임을 받아들이고 사랑으로 그들을 감싸 안아야 한다.
우울은
해로운 마음이 쌓인 결과이다
마지막 시간은 정신과 전문의 전현수 박사가 초기불교와 불교정신치료의 관점에서 ‘우울’을 분석한다. 구체적으로 부처님이 깨달은 법(法)을 체계적으로 설명한 기록인 아비담마(Abhidhamma)에 근거해 인간의 마음과 정신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으며, 어떤 작용을 하는지 살펴본다. 이를 통해 우울을 비롯한 감정의 실체와 부정적인 감정을 대하는 바람직한 태도를 알려준다.
기본적으로 불교에서는 존재하는 모든 것이 실체가 없다고 말한다. 무엇이든 조건에 의해 생겨나고 사라지며, 영원히 그대로인 것은 없다는 것이다. 몸과 마음 역시 마찬가지다. 내 몸과 마음을 구성하는 물질들은 매 순간 일어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우리는 그러한 변화를 통제할 수 없기에 내 몸과 마음을 ‘내 것’이라고 부를 수 없다. 내 것이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내 뜻대로 그것들을 조작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마음대로 외모를 바꾸고 원하는 상태로 기분을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 즉 내 몸과 마음이 내 것이 아님을 정확히 인식하고 그것들을 바라봐야 삶이 괴로움으로부터 멀어진다. 몸과 마음이 내 것이라고 굳게 믿고, 통제할 수 없는 것을 기어코 내 뜻대로 움직이려고 할 때, 그 헛된 수고만큼 우리는 아파진다.
이러한 불교의 관점은 감정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기분 좋은 감정이든 부정적인 감정이든,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항상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그것이 생겨난 원인에 의한 결과이다. 전현수 박사는 우울의 경우, 해로운 마음에 쌓이면서 발생한 안 좋은 결과라고 말한다. 우리에게는 여러 가지 마음과 마음의 기능을 하는 마음부수라는 게 있다. 마음은 크게 보면 유익한 마음(탐욕 없음, 성냄 없음, 어리석음 없음, 현명한 주의)과 해로운 마음(탐욕, 성냄, 어리석음, 어리석은 주의)이 있는데, 우울은 해로운 마음 중에서 성냄의 마음이 만들어 낸 결과라는 것이다. 긴 시간 축적된 성냄의 마음에 따른 과보로 정신적인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우울을 비롯한 감정 문제에 대해 불교가 들려주는 답은 역시나 정견(正見)이다. 기쁘거나 슬플 때, 우리는 내가 스스로 기뻐하고 슬퍼했다고 여기지만 그것은 감정에 대한 바른 견해가 아니다. 감정은 조건에 따른 결과임을, 감정 역시 인과의 법칙에 따라 생겨나고 사라짐을 알아야 한다. 정확하게 보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이를 바탕으로 문제에 대한 올바른 처방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일어난 결과를 바꿀 수는 없다. 대신 그것이 어떤 원인으로 발생했는지를 이해하고 받아들인 후에 다시는 그런 결과가 오지 않도록 조건을 바꿀 수 있다. 불교의 가르침과 정신치료를 접목한 불교정신치료 역시 이 두 가지를 핵심 원리로 삼는다.
감정에 대한 바른 시각을 세우면 그것을 극복하는 법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지금 나를 힘들게 하는 상황을 만든 행위, 그것과 정반대의 삶을 살면 된다. 해로운 마음 탓에 우울이 생겼다면, 유익한 마음을 많이 만들면 되는 것이다. 유익한 마음을 계발하는 방법은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다. 해로운 마음은 주로 과거나 미래에 마음이 가 있을 때, 생각이 많을 때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루종일 소리 나지 않게 행동하기, 명상 등을 통해 매일의 삶에서 현재에 집중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다.
강의를 마치며, 전현수 박사는 우울로 고통받는 사람을 위해 주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조언한다.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보고, 그 곁에 함께 있어 줄 것. 이것만으로도 우울한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우울한 사람은 세상에서 자기 혼자뿐이라는 생각에 젖은, 더없이 외로운 사람이기 때문이다.
* 불광미디어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제2회 붓다 빅 퀘스천 ‘부처님의 감정수업’ 영상을 무료로 시청할 수 있다. 유튜브 검색창에서 ‘불광미디어’ 검색.
자신이 바라는 것이 좌절되면 그것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기 위해 강한 화의 에너지가 발생합니다. 그런데 개인주의가 강한 현대사회에서는 모든 결과의 원인을 개인에게 귀인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그 화가 자기 자신에게 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좌절된 결과를 가져온 자신의 무능을 비난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렇게 되면 우울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산업화된 사회일수록 우울한 사람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이 우연이 아닙니다. _ 14~15쪽
밴더빌트(Vanderbilt) 대학의 윌리암 레드포드(Williams Redford) 교수는 『Anger Kills』라는 책에서 분노가 우리를 죽일 수도 있음을 보여 줍니다. 대학을 다닐 때 측정한 분노 지수가 높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50대가 됐을 때 사망할 확률이 4~7배 높다고 합니다. 분노가 죽음까지 몰고 갈 수 있다는 것이지요. 분노를 조절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분노는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해를 입힙니다. _ 20쪽
욕구가 없으면 스트레스도 없습니다. 불교적 용어로 표현하면, 욕구가 없으면 고(苦)도 없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스트레스나 고통을 경험하고 싶지 않다면 욕구를 없애면 됩니다. 그런데 하나의 딜레마가 있습니다. 욕구를 없애게 되면 여러분은 웰빙도 잃어 버리게 됩니다. _ 31~32쪽
우울할 때는 우울과 관련된 기억이 잘 떠오릅니다. 그러면 더욱 우울해지고, 결과적으로 우울한 기억이 더 잘 떠오르면서 우울이 더욱 심해질 수 있습니다. (…) 기분이 좋은 경우에도 마찬가지의 기제에 의해 더 기분이 좋아지게 됩니다. 이것은 정보처리용량제한성 속에서 맥락에 맞는 정보 처리를 위해 진화적으로 발전한 기억의 기제이지만,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_ 35~36쪽
내 안에는 여러 ‘나’들이 살고 있습니다. 많은 ‘나’들이 수고하여 내 몸의 건강 돌봄, 공부, 업무, 여러 역할 등을 해내고 있습니다. 마땅히 나에게 감사하는 자기감사가 필요합니다. 한 차례 공부나 업무를 하고 잠시 쉴 때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 속으로, 혹은 아무도 없다면 소리 내서 스스로에게 감사를 표시합니다. 자기 이름을 부르면서 해도 좋습니다. “oo야, 수고했어! 애썼어! 덕분이야! 고마워!” 습관처럼 해보기 바랍니다. 반드시 듣는 ‘나’가 있습니다. _ 69쪽
역설적이게도 누군가 나를 화나게 했기 때문에 화를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겁니다. 한편으로는 화가 나겠지만 화가 나는 바로 그 순간이 화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니겠습니까? 평화로울 때는 누구나 너그럽습니다. 화날 때, 바늘 하나 꽂을 수 없을 만큼 마음이 겨자씨처럼 좁아졌을 때, 그때야말로 화를 다스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_ 79쪽
자존감과 관련해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일까요? 그건 바로 나는 진심으로 ‘나’를 사랑하고 존중하고 싶은데, 그것이 마음대로 잘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귀한 존재가 ‘나’라는 사실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모두 자존감이 매우 높아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자신을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긴다고 믿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그건 의식 수준에서의 착각일 뿐 우리의 무의식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_ 98쪽
지위를 이용한 갑질이나 우월감, 권위 의식과 같은 심리적 요인들은 알고 보면 모두 낮은 자존감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의 무의식 깊은 곳에는 자신에 대한 비천한 생각, 스스로를 존중하고 사랑하지 못하는 열등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타자를 무시하고 업신여김으로써 자신의 우월감과 힘을 과시하고, 이를 통해서 자신이 잘났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불합리한 생각이 그들 내면에 자리하고 있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진정한 자존감은 능력이나 소유 등을 근거로 한 상대적인 비교에서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_ 108쪽
자아초월 심리학자로 유명한 프랜시스 보건(Frances Vaughan)은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오랫동안 다양한 문화와 전통을 가진 이주민을 포함해서 수많은 사람을 상담했습니다. 그는 폭넓은 상담 경험을 통해서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대부분 사람이 겪는 고통은,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데 그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데서 비롯된다는 것입니다. _ 125쪽
연기의 관점에서 보면 자존감이 높다든지 낮다고 하는 생각 자체가 무의미합니다. 자존감이 높고 낮다는 개념 자체가 어리석고 미혹한 탓에 생겨난 것입니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남과 비교해서 자존감이 높다거나 낮다고 느끼는 것 자체가 자신과 상대를 이원적이고 분리된 존재로 보는 어리석음과 교만입니다. 진정한 자존감은 연기적 존재로서 자기의 실체를 깨닫는 것이며, 자존감의 높고 낮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입니다. _ 138쪽
진정한 자존감은 비교나 경쟁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보시하고 봉사하는 삶을 통해서 얻어집니다. 쉽게 말해서 내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필요한 존재라고 느낄 때, 스스로에 대해서 긍정적이고 좋은 느낌을 갖게 됩니다. 또 자기 가치와 자긍심을 갖게 됩니다. 한마디로 진정한 자존감이 생겨나는 것이지요. 쉬운 예로,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 중에서 어려운 사람을 위해 봉사하고 그런 단체를 꾸준하게 돕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서 더 건강하고 편안하게 살지 않던가요? _ 152쪽
우울이란 신체적·정신적으로 에너지가 저하된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분이 우울해지면 의욕이 사라지고 모든 것이 부정적으로 보입니다. 그러면서 식욕이 떨어지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식욕이 올라가기도 하고, 잠이 오지 않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잠이 많이 오기도 합니다. 무력감에 빠져 잘 움직이지 않습니다. 생각도 잘 나지 않고, 계속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자신의 무가치성에 대해 골몰하게 됩니다. 정신의학적으로 우울이라고 말하려면 이러한 증상이 2주는 지속되어야 합니다. _ 180쪽
몸을 이루는 물질은 순간순간 일어났다가 사라집니다. 이렇게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것을 우리는 통제할 수 없습니다. 몸은 변하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으므로 내 것이 아닙니다. 또 반드시 이런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으므로 몸은 괴로운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이대로 유지되었으면 하는 것은 사라지고, 질병처럼 오지 않았으면 하는 것은 오기 때문입니다. _ 190쪽
보통 우리는 슬프거나 화가 날 때 스스로 그렇게 느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슬픈 조건이 있기 때문에 슬픈 것입니다. 기쁨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기뻐했다고, 기쁜 감정을 의도적으로 느꼈다고 말하면 정확히 나의 느낌과 감정을 아는 게 아닙니다. 그런 조건이 마련되었기에 일어난 것입니다. 감정은 결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_ 205쪽
어떤 조건이 되면 어떤 상태가 됩니다. 우울도 결국 결과입니다. 우울은 우울이 있게 되는 원인에 의한 결과입니다. 우리는 원인에 의해 일어나는 결과를 통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에 적절한 방식으로 반응을 할 수는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결과를 바꾸려고 하지 말고, 그 결과에 대한 올바른 반응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_ 218쪽
살다 보면 제아무리 마음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쓰려고 노력해도 잘 안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약을 써야 합니다. 약을 사용할 때 중요한 점은 약에 의존하지 않는 것입니다. 올바른 행동을 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는 의도로 약을 먹어야 합니다. 아까도 얘기했듯이 우리가 어떤 상태에 빠지게 되면 다 그렇게 될 만한 이유가 있어서입니다. 그것이 변해야 지금 상태를 벗어나고 다시는 그 상황에 빠지지 않는 근본적인 치료가 이뤄집니다. _ 22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