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남산 약수곡에서 통일신라 시대 불두(佛頭, 불상의 머리)가 발견됐다.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경주시가 추진하고 (재)신라문화유산연구원이 조사 중인 경주 남산 약수곡 석조여래좌상 절터 제4사지에서 통일신라 시대 석불좌상에서 분리된 것으로 보이는 불두가 출토됐다”고 6월 3일 밝혔다.
불두는 석조여래좌상 절터 지역에 방치된 석불좌상을 보수 정비하기 위한 전 단계에서 발견됐다. 석조여래좌상의 원래 위치를 확인하고 주변 정비 과정에서 불두가 출토된 것.
문화재청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때 조선총독부에서 발행한 ‘경주 남산의 불적’에 소개된 석조여래좌상은 본래 위치(미확인)에서 옮겨진 상태로 반듯하게 놓여 있었다. 옆에는 불상의 중대석과 상대석이 불안정한 상태로 노출됐고, 불상의 하대석도 동남쪽 위에 있는 큰 바위 아래에 있었다.
이번에 새롭게 발견된 불두는 불상의 하대석 서쪽 옆의 땅속에 묻혀 있었다. 높이 50cm, 너비 35cm, 둘레 110cm, 목둘레 83cm의 불두는 땅속을 향하고 얼굴은 서쪽을 바라보는 상태였다. 안면 오른쪽 일부와 오른쪽 귀 일부에서는 금박이 관찰됐다. 미간 사이의 백호를 장식했던 둥근 수정은 떨어진 채 불두 인근에서 같이 발견됐다. 이는 통일신라 시대 석조불상의 원형을 고증하는데 중요한 학술연구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불두 주변에서는 소형 청동탑, 소형 탄생불상 등도 함께 출토됐다.
머리가 유실된 석조여래좌상은 통일신라 후기 작품으로, 경주 석굴암 본존불상과 같이 항마촉지인(부처님이 마귀 무리를 항복시키는 수인) 도상을 하고 있다. 통일신라 석불좌상의 대좌(불상을 놓는 대)는 상당수가 팔각형으로 조성됐지만, 이 불상의 대좌는 방형(사각형)으로 조각됐다. 이런 방형 대좌는 최근 경주 이거사지 출토품으로 알려진 청와대 안 녹지원 석불좌상과도 동일한 형식이다.
이번에 발견된 불두는 통일신라 석조불상·마애불상의 개금(改金, 불상 금칠을 다시 함)과 채색 여부에 대한 학술적인 논의 등 추가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경주시는 불두와 석불좌상을 복원하고, 주변도 정비하기로 했다.
한편 (재)신라문화유산연구원은 6월 10일부터 경북 경주시 현곡면 가삼골에 있는 보존처리실에서 일반인에게 출토 유물을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