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역자 | 이중표 역해 | 정가 | 39,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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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 2020-04-20 | 분야 | 불교 |
책정보 |
888쪽|판형 152×225mm|책등 두께 48mm ISBN 978-89-7479-794-2 04220 ISBN 978-89-7479-668-6 04220 (세트) |
불교 수행의 목적, 열반!
그 길로 인도하는 『맛지마 니까야』의
정수를 가려 뽑고 풀이하다
지난 30년간 우리말 불경 번역에 매진해온
이 시대 석학 이중표 명예교수의
두 번째 ‘정선(精選) 니까야 시리즈’ 출간
한국 불교학계를 대표하는 이중표 명예교수(전남대 철학과)의 『니까야』 번역 시리즈, 그 두 번째 『정선 맛지마 니까야』가 출간됐다. 1권 『정선 디가 니까야』에 이어 출간된 이 책은 불교 수행의 목표인 열반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그곳에 이르는 중도(中道) 수행법을 세밀하게 제시한다.
초기경전이라고도 부르는 『니까야』는 빨리어로 기록된 방대한 분량의 경집(經集)으로, 크게 ‘디가’ · ‘맛지마’ · ‘상윳따’ · ‘앙굿따라’ · ‘쿳다까’의 5부(部)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맛지마’란 ‘가운데, 중간’을 의미하는 말로, 『맛지마 니까야』는 중간 길이의 경을 모았다는 뜻이다. 총 152편의 경이 수록되어 있는데, 『정선 맛지마 니까야』는 그중 불교 수행의 중핵(中核)이 담긴 70편의 경을 가려 뽑아 한 권으로 묶었다.
30여 년 동안 우리말 불경 번역에 매진해온 석학 이중표 명예교수는 방대한 『맛지마 니까야』를 한 권으로 엮기 위해 반복되는 문장은 과감하게 생략하되, 내용의 훼손이 없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다. 또한, 각 경의 서두에 해제를 붙여 내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불교에서 수행은 곧 깨달음에 이르기 위해 실천해야 할 과정이다. 이 책은 그 과정의 정수로 일컬어지는 ‘37조도품(助道品)’의 개별 해설은 물론, 불교 선정(禪定) 수행법의 핵심인 ‘9차제정(九次第定)’을 포함해 열반으로 가기 위해 제시한 붓다의 모든 가르침을 담았다. 따라서 『정선 맛지마 니까야』는 불교가 추구하는 열반은 무엇이며, 그곳으로 향하는 길을 명징(明澄)하게 보여주는 최고의 수행 경전 모음집의 결정판이라고 말해도 손색이 없다.
이 책을 통해 열반을 성취하는 세밀하고 놀라운 ‘프로세스’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이중표 (전남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
전남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한 뒤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불교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전남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정년 후 동 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로 위촉됐다. 호남불교문화연구소 소장, 범한철학회 회장, 불교학연구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불교 신행 단체인 ‘붓다나라’를 설립하여 포교와 교육에 힘쓰고 있다.
저서로는 『정선 디가 니까야』, 『붓다의 철학』, 『니까야로 읽는 반야심경』, 『불교란 무엇인가』 외 여러 책이 있으며, 역서로 『붓다의 연기법과 인공지능』 등이 있다.
머리말
해제
1 근본법문(根本法門) 경 (1 Mūlapariyāya-sutta)
2 일체의 번뇌[漏] 경 (2 Sabbāsava-sutta)
3 원한다면 경 (6 Ākaṅkheyya-sutta)
4 옷의 비유 경 (7 Vatthūpama-sutta)
5 버리는 삶 경 (8 Sallekha-sutta)
6 정견(正見) 경 (9 Sammādiṭṭhi-sutta)
7 사자후(獅子吼) 작은 경 (11 Cūḷasīhanāda-sutta)
8 괴로움 덩어리[苦蘊] 큰 경 (13 Mahādukkhakkhandha-sutta)
9 괴로움 덩어리[苦蘊] 작은 경 (14 Cūḷadukkhakkhandha-sutta)
10 황무지 경 (16 Cetokhila-sutta)
11 꿀 덩어리 경 (18 Madhupiṇḑika-sutta)
12 사유의 바탕 경 (20 Vitakkasanthāna-sutta)
13 톱의 비유 경 (21 Kakacūpama-sutta)
14 독사의 비유 경 (22 Alagaddūpama-sutta)
15 거룩한 소원(所願) 경 (26 Ariyapariyesanā-sutta)
16 코끼리 발자국의 비유 큰 경 (28 Mahāhatthipadopama-sutta)
17 고씽가에서 설하신 작은 경 (31 Cūḷagosiṅga-sutta)
18 소 치는 사람의 비유 큰 경 (33 Mahāgopālaka-sutta)
19 쌋짜까에게 설하신 작은 경 (35 Cūḷasaccaka-sutta)
20 쌋짜까에게 설하신 큰 경 (36 Mahāsaccaka-sutta)
21 갈애[愛]의 소멸 큰 경 (38 Mahātaṇhāsaṅkhaya-sutta)
22 앗싸뿌라에서 설하신 큰 경 (39 Mahā-assapura-sutta)
23 앗싸뿌라에서 설하신 작은 경 (40 Cūḷa-assapura-sutta)
24 쌀라 사람들에게 설하신 경 (41 Sāleyyaka-sutta)
25 교리문답 큰 경 (43 Mahāvedalla-sutta)
26 교리문답 작은 경 (44 Cūḷavedalla-sutta)
27 과보(果報)를 받는 법(法) 큰 경 (46 Mahādhammasamādāna-sutta)
28 꼬쌈비에서 설하신 경 (48 Kosambiya-sutta)
29 지와까에게 설하신 경 (55 Jīvaka-sutta)
30 우빨리에게 설하신 경 (56 Upāli-sutta)
31 많은 느낌 경 (59 Bahuvedaniya-sutta)
32 라훌라에게 설하신 큰 경 (62 Mahā-Rāhulovāda-sutta)
33 말룽꺄에게 설하신 작은 경 (63 Cūḷa-Māluṅkya-sutta)
34 말룽꺄에게 설하신 큰 경 (64 Mahā-Māluṅkya-sutta)
35 나라까빠나에서 설하신 경 (68 Naḷakapāna-sutta)
36 끼따기리에서 설하신 경 (70 Kīṭāgiri-sutta)
37 악기왓차곳따에게 설하신 경 (72 Aggivacchagotta-sutta)
38 디가나카에게 설하신 경 (74 Dīghanakha-sutta)
39 마간디야에게 설하신 경 (75 Māgandiya-sutta)
40 싸꿀우다인에게 설하신 큰 경 (77 Mahāsakuludāyi-sutta)
41 싸마나만디까에게 설하신 경 (78 Samaṇamaṇḑikā-sutta)
42 웨카낫싸에게 설하신 경 (80 Vekhanassa-sutta)
43 랏타빨라에게 설하신 경 (82 Raṭṭhapāla-sutta)
44 마두라에서 설하신 경 (84 Madhurā-sutta)
45 보디 왕자에게 설하신 경 (85 Bodhirājakumāra-sutta)
46 앙굴리말라에게 설하신 경 (86 Aṅgulimāla-sutta)
47 가르침의 탑(塔) 경 (89 Dhammacetiya-sutta)
48 짱끼에게 설하신 경 (95 Caṅkī-sutta)
49 데와다하에서 설하신 경 (101 Devadaha-sutta)
50 부동(不動)의 경지에 유익한 경 (106 Āṇañjasappāya-sutta)
51 가나까 목갈라나에게 설하신 경 (107 Gaṇākamoggallāna-sutta)
52 고빠까 목갈라나에게 설하신 경 (108 Gopakamoggallāna-sutta)
53 보름날에 설하신 큰 경 (109 Mahāpuṇṇama-sutta)
54 차제(次第) 경 (111 Anupada-sutta)
55 여섯 가지 검증(檢證) 경 (112 Chabbisodhana-sutta)
56 많은 계(界) 경 (115 Bahudhātuka-sutta)
57 40개의 큰 법문 경 (117 Mahācattārīsaka-sutta)
58 들숨날숨[出入息] 주의집중 경 (118 Ānāpānasati-sutta)
59 몸[身] 주의집중 경 (119 Kāyagatā-sutta)
60 공성(空性)을 설하신 작은 경 (121 Cūḷasuññata-sutta)
61 행복에 전념하는 사람 경 (131 Bhaddekaratta-sutta)
62 업(業)을 분별하신 작은 경 (135 Cūḷakammavibhaṅga-sutta)
63 개요(槪要)를 분별하신 경 (138 Uddesavibhaṅga-sutta)
64 무쟁(無諍)을 분별하신 경 (139 Araṇavibhaṅga-sutta)
65 계(界)를 분별하신 경 (140 Dhātuvibhaṅga-sutta)
66 찬나에게 설하신 경 (144 Channovāda-sutta)
67 뿐나에게 설하신 경 (145 Puṇṇovāda-sutta)
68 육육(六六) 경 (148 Chachaka-sutta)
69 6입처(六入處)에 속하는 큰 경 (149 Mahāsaḷāyatanika-sutta)
70 지각수행(知覺修行) 경 (152 Indriyabhāvā-sutta)
열반은 어떻게 성취하는가
불교 수행법의 정수를 담은 결정판!
『맛지마 니까야』는 중간 길이의 경을 모은 것으로, 총 152편의 경이 수록되어 있으며, 이를 제1편 근본패엽, 제2편 중간패엽, 제3편 최종패엽의 총 3편으로 나누어 구성되어 있다. 제1편과 2편은 각 50편의 경이 들어있고, 제3편은 52편으로 되어 있다. 이 책 『정선 맛지마 니까야』는 이 가운데 70편의 경을 가려 뽑았으며, 편과 장의 구분 없이 순서대로 배열하여 해제와 각주를 달아 내용의 이해를 돕는다.
『맛지마 니까야』의 핵심은 수행에 있다. 『니까야』의 첫 번째인 『디가 니까야』가 외도(外道) 사상을 비판하고, 모순 대립하는 개념적 사유의 틀을 벗어나 불교의 철학적 입장을 설명한 경집이라면, 두 번째 『맛지마 니까야』는 열반으로 인도하는 수행법을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담은 경집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 이중표 명예교수는 이 책에서 『맛지마 니까야』를 파악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경은 「근본법문(根本法門) 경」에 있다고 말한다. 이 경에서 붓다는 자신의 모든 가르침의 근본이 되는 법문을 이야기하겠다고 선언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깨닫지 못한 범부 중생과 깨달음을 성취한 각자(覺者)의 인식 상태를 분별심과 통찰지(通察智)로 구분하여 설명한다. 즉 중생은 모든 것을 분별하고, 추측하여 받아들이는데, 이 과정에서 끊임없이 번뇌가 일어나게 되지만, 수행을 통해 분별심이 사라진 사람들은 통찰지가 생겨 ‘체험을 통해 있는 그대로 아는 마음의 상태’에 머무르기 때문에 번뇌가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를 ‘체험적 지혜[勝智]’라고 표현한다.
「근본법문(根本法門) 경」의 이러한 선언을 시작으로 『맛지마 니까야』는 ‘집요하게’ 인간의 인식 문제를 물고 늘어진다. 중생의 분별심이 불교 수행을 거치면서 통찰지로 변해가는 과정을 너무나도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수록했다. 4념처(四念處) ‧ 4정근(四正勤) ‧ 4여의족(四如意足) ‧ 5근(五根) ‧ 5력(五力) ‧ 7각지(七覺支) ‧ 8정도(八正道)로 불리는 불교 핵심 수행법과 열반에 이르게 하는 선정 수행법인 ‘9차제정’을 통해 인식의 대전환을 이룰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과정은 결코 어렵거나 신비한 것이 아님을 강조해 말한다. 붓다가 말하는 선정은 깊은 삼매에 들어가 신비로운 체험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각활동을 할 때 나타나는 고락의 감정을 벗어난 평정한 마음 상태를 뜻한다. 평정한 마음을 떠나 신비한 삼매와 체험을 바란다면 올바른 불교 수행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이처럼 『맛지마 니까야』는 철저한 실천 수행법을 우리에게 제시하며 누구나 노력하면 열반을 성취할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저자의 매끄러운 번역과 자세한 해제가 읽는 이로 하여금 경 전체를 꿰뚫는 통찰력을 키우도록 돕는다. 지금까지 막연히 어렵다고만 느낀 불교 수행법을 이해하고, 실천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입문서이자 더없는 책이다.
불교 수행은 신비 체험이 아니다
평정한 마음을 떠나서는 열반도 없다
불교 수행의 목적은 열반이다. 그렇다면 열반이란 무엇이며, 열반을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이 『맛지마 니까야』의 첫 번째 경인 「근본법문(根本法門) 경」에 담겨있다. 제목처럼 ‘붓다가 설한 모든 가르침의 근본’이 이 경의 주제이다.
보통 사람이든, 깨달은 사람이든 인식의 대상은 다르지 않다. 다만 그 대상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맛지마 니까야』 「근본법문(根本法門) 경」에서는 이를 ‘개념적으로 인식하는 마음’과 ‘체험적으로 인식하는 지혜’로 나누어 설명한다. 전자가 범부의 사유 방법이고, 후자가 깨달은 자의 사유 방법이다. 현대어로 풀이하면 개념적으로 인식하는 마음은 인간의 이성적 사유를 말하고, 체험적으로 인식하는 지혜는 분별하지 않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직접 인식하는 것이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이성적 사고가 불교의 시각에서는 번뇌를 일으키는 마음 상태이며, 극복의 대상인 것이다. 이성적 사유는 끊임없이 나누어 분별하고 좋고 나쁨을 가리도록 강요한다. 여기에는 필연적으로 주관이 개입할 수밖에 없고, 이 주관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 보통 사람이 ‘잘 숙고해서 내린 결정’이라는 생각은 착각에 불과하다는 것이 불교적 시각이다.
그런데 이러한 이성적 사유를 하는 보통 사람들이 열반에 이르는 과정을 바라볼 때 문제가 생긴다. 여전히 주관적으로 분별하여 대상을 바라보는 범부는 계속해서 깨달음의 세계를 오해하거나 신비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붓다는 열반의 세계는 그러한 것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붓다는 불교 수행의 핵심을 이렇게 설명한다. 여섯 가지 지각활동, 즉 6근(六根)의 활동이 ‘나’라고 하는 ‘자아’를 키우고, 여기서 발생하는 분별심이 번뇌를 낳는다. 그렇게 ‘분별하는 마음[識], 접촉[觸], 느낌[受] 등’을 취함으로써 5취온(五取蘊)이라는 망상 덩어리가 커간다. 불교 수행은 이 망상 덩어리를 지각하고 이해하여 소멸시키는 데 있다. 오히려 신비 체험이나 깊은 삼매에 빠지는 등의 일은 지양해야 하며, 끊임없이 지혜의 눈으로 자신의 마음을 통찰하는 노력이야말로 불교 수행의 요지인 것이다. 따라서 항상 깨어있음을 중시한다.
『맛지마 니까야』는 이러한 흐름을 「근본법문(根本法門) 경」, 「6입처(六入處)에 속하는 큰 경」, 「지각수행(知覺修行) 경」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불교 수행의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맛지마 니까야』의 어디에도 깊은 삼매 속에서 문득 깨달음을 얻는다는 이야기는 없다. 오히려 삼매에서 얻은 것을 모두 버리고, 지각활동을 있는 그대로 통찰함으로써 깨달음을 얻게 된다고 강조한다. 또한, 눈으로 볼 수 있고, 귀로 들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불교 수행을 할 수 있다고 가르친다.
이와 같은 수행을 못 할 사람이 있을 리 없다. 붓다가 말하는 선정은 깊은 삼매가 아니라 지각활동을 할 때 나타나는 고락의 감정에서 벗어난 평정한 마음이다. 이 평정한 마음을 떠나 신비한 삼매와 체험을 바란다면, 그것은 바른 불교 수행의 자세가 아니다.
『맛지마 니까야』는 일관되게 이러한 가르침을 말하는 경이다. 이 핵심을 꽉 쥐고 내용을 따라가면 어느새 불교 수행법이 관념의 대상이 아닌 체험의 대상으로 다가와 있음을 느낄 수 있다.
152개의 경을 50개씩 셋으로 나누어 ‘근본’, ‘중간’, ‘최종’이라는 제목의 3편으로 편성하고, 남은 2개의 경은 제3편에 넣어서 제3편은 52개의 경을 수록하게 된 것이다. 각 편은 5개의 장(章)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장은 10개의 경을 담고 있으며, 제3편 마지막 장은 12개의 경으로 되어있다.
이 책 『정선 맛지마 니까야』는 이 가운데 70개의 경을 가려 뽑았으며, 편과 장의 구분 없이 순서대로 배열하고, 각 경의 서두에 ‘해제’를 붙여서 이해에 도움을 주었다. 선정된 경은 중복되는 내용을 생략하여 번역하였으며, 이전의 경에 나오는 동일한 내용은 간략하게 줄이고, 각
주를 통해 그 경을 참고하도록 하였다. 이렇게 함으로써 분량을 줄였지만 내용은 빠짐이 없게 하였다. _5쪽
불교에서 수행이란 있는 그대로 아는 것이다. 8정도는 있는 그대로 보며 살아가는 것이고, 이러한 삶 속에서 수행이 완성된다는 것이 「6입처(六入處)에 속하는 큰 경」의 요지이다.
첫 번째 경인 「근본법문(根本法門) 경」에서 모든 가르침의 근본이라고 선언한 ‘abhijānāti’는 이렇게 「6입처(六入處)에 속하는 큰 경」에서 전모(全貌)가 드러나며, 마지막 경인 「지각수행(知覺修行) 경」에서 6근(六根)을 수호(守護)하는 지각수행(知覺修行)으로 귀결된다. 이와 같이 불교의 모든 수행은 ‘abhijānāti’의 과정이며, 『맛지마 니까야』는 이러한 수행의 과정을 체계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_22쪽
근본법문(Mūlapariyāya)이라는 이름의 이 경을 『맛지마 니까야』의 편집자가 첫 경으로 선정한 것은 『맛지마 니까야』의 편집 의도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생각된다. 부처님께서는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쳤는가? 『맛지마 니까야』의 편집자는 이 경을 서두에 배치함으로써 이 물음
에 대한 답을 이야기하고 있다. _23쪽
불교의 무아는 ‘나’의 존재를 개념적으로 부정하는 형이상학적인 이론이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서 고통을 일으키고 있는, 우리가 ‘나’의 존재로 취하고 있는 ‘5취온’이라는 망상 덩어리를 ‘abhijānāti’를 통해 있는 그대로 보고 제거해야 한다는 실천적인 가르침이다. _37쪽
많은 사람들은 선업을 짓는 것보다는 선정을 통해 삼매(三昧)에 드는 것이 더 높은 수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혹자는 아무리 좋은 선업이라 할지라도 업을 지으면 윤회하므로, 윤회에서 벗어나려면 업을 짓지 않고 선정 수행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경은 이러한 우리의 상식적인 생각이 크게 잘못된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불교의 열반은 높은 단계의 선정을 통해 성취되는 것이 아니라 불선법(不善法)을 버리고, 착하고 바르게 삶으로써 성취된다는 것이 부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가르침이다. _61쪽
12연기는 무명이라는 최초의 원인에서 마지막에 노사(老死)라는 결과가 나타나는 선형적(線形的) 인과관계가 아니라 무명과 무명에서 발생한 번뇌가 상호적으로 작용하는 상호적 인과관계라는 것을 보여준다. _72쪽
모든 존재를 부정하는 무(無)가 유(有)의 바탕이라는 것은 모순이다. 따라서 유와 무의 근거가 되는 유도 아니고, 무도 아닌 어떤 것이 유와 무의 바탕으로 설정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이 비유상비무상처(非有想非無想處)다. 이와 같이 비유상비무상처는 ‘사유를 조작하는 행위의 바탕’이다.
상수멸정(想受滅定)은 이러한 무색계(無色界)의 4선정(四禪定)이 유위를 조작하는 행위[行]에 의해 조작된 망상(妄想)이라는 것을 깨닫고 모든 개념적 사유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_137쪽
범부들은 무아가 아니면 유아라는 모순된 생각을 한다. 이 모순된 생각을 벗어나는 것이 중도(中道)이다. 이 법문은 중도를 벗어나서는 바르게 이해될 수 없다. 중도에서 연기(緣起)의 실상(實相), 즉 공을 보아야 무아의 참뜻을 알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 경은 반야(般若) 사상의 모태(母胎)라고 할 수 있다. _155쪽
자이나교의 교리에 의하면, 인간의 진정한 자아인 지와(Jīva)는 영속하는 정신적 실체로서 감각과 지각과 인식과 행위의 주체이다. 그런데 불교에서 는 모든 육체적, 정신적 행위는 무상하게 연기(緣起)하는 현상일 뿐[諸行無常], 그 안에 지속하는 자아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없다[諸法無我]고 가르친다. 독자들은 이 논쟁을 통해서 제행무상과 제법무아의 의미를 보다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_236쪽
부처님께서 우리가 윤회(輪廻)한다고 가르쳤을까? 부처님께서 구체적으로 윤회를 언급한 가르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불교인들이 윤회를 불교의 가장 중요한 교리라고 생각하는 것을 보면, 자아(自我)가 실재한다는 망상을 버리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알 수 있다. _477쪽
부처님께서는 우리가 감각적 쾌락을 즐기는 것은 감각적 쾌락에 대한 갈애[愛]에 먹히고 있는 것이며, 감각적 쾌락에 대한 뜨거운 고뇌에 불타고 있는 것이라고 가르치셨다. 한마디로 말해서 감각적 쾌락은 우리를 집어삼키는 무서운 불길과 같다는 것이다. _495쪽
6입처는 여섯 가지 지각활동, 즉 6근(六根)을 있는 그대로 알지 못하고 보지 못함으로써 갖게 되는 중생의 망상이다. 이렇게 지각활동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기 때문에 지각활동을 통해 발생하는 분별하는 마음[識], 접촉[觸], 느낌[受] 등을 취함으로써 5취온(五取蘊)이라는 망상 덩어리가 커간다. _872쪽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선정(禪定)은 깊은 삼매가 아니라 지각활동을 할 때 나타나는 고락의 감정에서 벗어난 평정한 마음이다. 이 평정한 마음을 떠나 신비한 삼매와 체험을 바란다면, 그것은 바른 불교 수행의 자세가 아니다. _88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