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전통의 세계적 영성 서점 ‘왓킨스 북’의 「마인드 바디 스피릿 매거진(Mind Body Spirit Magazine)」에서 매년 영향력 있는 영성 지도자로 선정한 타라 브랙. 그가 2003년 미국에서 발행한 첫 책 『받아들임(Radical Acceptance)』은 출간된 해부터 2020년 현재까지 미국 아마존닷컴의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다. 2013년 발행된 두 번째 책 『호흡하세요 그리고 미소지으세요 (True Refuge)』 역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워싱턴 D.C. 통찰 명상회 설립자이자 책임 교사인 타라 브랙은 책 출간 후 스피릿 록 명상 센터, 오메가 인스티튜트, 크리팔루 센터, 스미스소니언 인스티튜트 등 미국 전역의 명상 센터에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자책과 후회에 빠진 많은 사람을 위로하고 있다.
7년 만에 새 책 『끌어안음(Radical Compassion)』을 출간한 타라 브랙에게 이메일 인터뷰를 청했다. 책의 핵심 수행 방편인 ‘RAIN 수행’과 수행 일상 그리고 수행이 사회 문제에 답을 할 수 있는지 그의 솔직한 생각을 들어봤다.
Q ─ 7년 만에 신간이다. 독자로서 매우 기쁘고 설렌다. 우선 당신의 일상이 궁금하다. 평소 일과와 수행지도는 어떻게 이뤄지는가?
“제 일상이 너무나 감사해요! 강가 숲에 사는 덕 분에 매일 자연 속에서 명상할 수 있거든요. 여행 과 강의 외에 워싱턴 D.C. 근처에서 매주 명상을 지도하는데 실시간으로 스트리밍되고 있어요. 매주 제 팟캐스트에도 나오는데, 한국을 포함한 세계 여러 곳에서 많은 사람이 시청하죠.
우리가 서로 보살피고 깨치는 지구적 공동체라는 멋진 느낌을 선사해준답니다!”
Q ─ 명상은 불교를 비롯한 동양의 종교에서 행해온 전통적인 마음 수행법이다. 현재는 서양에서 연구하고 발전시킨 명상기법들이 동양으로 역수입되는 추세다. 동양의 명상수행법과 서양의 명상기법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서양에서 가르치는 명상 훈련은 불교, 힌두교, 수피교 등을 포함한 동양의 여러 전통에서 비롯 한다는 점에 큰 이견은 없어요. 명상의 좋은 점에 관한 연구가 많이 나오는데, (동양과 서양의 명상)실제 훈련 과정은 비슷합니다.
다른 점이라면, 흔히 서 양의 지도자들은 여러 훈련법과 명상을 결합한 다는 거예요. 우리 센터에서 요가와 자애 및 마음 챙김 명상을 제공하는 것처럼 말이죠.
우리는 수 련생들이 자신에게 적합한 훈련을 하도록 권합 니다. 자애명상을 하는 사람이라도 (어떤 특정한 명상 에 구애받지 않고)자신만의 특별한 보살핌을 선택하고, 가슴에 손을 부드럽게 얹어 접촉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Q ─ 베스트셀러 『받아들임(Radical Acceptance)』, 이번에 나온 책 『끌어안음(Radical Compassion)』까지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독자 반응이 좋다. 수많은 독자가 당신의 책을 왜 찾는다고 생각하는가?
“이 두 책은 정서적 괴로움에 명상을 어떻게 활용 할지 매우 직접적인 방법을 안내하고 있어요. 우리는 모두 두려움과 상실을 접합니다. 대부분 자기 판단에 파묻혀 살고 있죠.
우리는 자신을 사랑하며 치유하고, 변화를 거듭하는 이 세상 한가 운데에서 자유와 행복을 찾게 도와줄 길이 필요 해요.
책에는 제 자신뿐 아니라 많은 사람의 삶이 매우 솔직하게 담겼습니다. 독자 자신의 경험과 연결될 수 있죠. 그래서 이 이야기를 접한 독자 는 자신과 자신이 만나는 사람을 연민으로 품을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은 정말 간절하게 자신의 기본 미덕, 즉 자신의 사랑과 인식의 발현을 믿고 실현하길 바랄 거예요. 이것이 이 책의 핵심이죠. 바로 자각입니다.”
Q ─ 당신이 지도하는 RAIN 수행은 어떻게 시작된 것인가? 어떤 방법으로 수행하나? RAIN 수행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20대였을 때 제 자신이 얼마나 자기 판단과 자 기 증오로 가득 차 있는지 알게 됐어요. 나 스스로 자신을 받아들이 고, 사랑하고 믿는 방 법, 타인과 연결감을 깊게 하는 방법을 찾 고 싶어 명상을 시작 했죠. 시간이 흐르면 서 마음챙김과 연민을 결합하는 방법을 발견 했어요.
이 방법은 RAIN의 단계에서 이해할 수 있어요. 바로 인지하기(Recognize), 인정하기(Allow), 살펴보기(Investigate), 보살피기(Nurture)입니다. 괴 로움에 갇힐 때마다 저는 RAIN을 합니다. RAIN 은 연민과 여유로움이 있는 곳으로 향하는 길을 찾도록 도와주죠.
RAIN을 접한 사람이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RAIN이 내 인생을 구했어요.’ 우리에게 명상이 가장 필요할 때는 호흡하고 있 음을 간신히 기억할 수 있을 때입니다.
RAIN은 열린 가슴으로 데려갈 수 있는 길을 쉽게 기억나 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Q ─ RAIN 수행은 마음챙김에 포함되는 것인가? 아니면 다른 것인가? 무엇이 같고 다른가?
“마음챙김은 RAIN의 근간이에요. 인지하기와 인정하기는 마음챙김의 기본 요소입니다. 힘든 정서 상태일 때, 인지하기와 인정하기는 흔히 그 (힘듦의)손아귀를 느슨하게 하고 시야를 열어줄 수 있어요.
우리는 그저 일어나고 있는 일에 집중하 고 내버려 두면 돼요. 그것을 좋아하거나 싫어할필요가 없죠. 단지 그것이 거기 있도록 허락할 뿐이에요. 이러면 멈춤이 이뤄지고 얼마간의 자유가 생기는데, 그 정서가 아주 강렬하다면 살펴보기 와 보살피기로 더 깊이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치유의 연민심을 불 러옵니다.”
Q ─ 이 책 『끌어안음(Radical Compassion)』 속에 자비, 연민, 용서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이러한 마음과 태도는 모두 상대방을 위한 이야기들 아닌가? 나에게는 어떤 도움이 되는가?
“연민과 용서에 관한 대부분 이야기에서 출발점은 자신 안의 생명력을 연민으로 감싸는 거예요. 자신에게 마음이 닫혀있으면 타인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용서할 수 없죠.
만약 자신에게조차 친 절한 마음을 갖지 못할 정도로 힘들다면, 부모님이나 친구 그리고 반려동물 혹은 영적인 인물 등 다른 존재에서 느껴지는 보살핌을 상상하는 것 도 도움이 됩니다.
사랑과 신뢰의 존재가 더할 수 없는 부드러움과 감탄으로 당신을 품는다고 상상해 보세요.
당신은 그것을 받아들이고 순수하 게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그런 마음의 공간이 생기면 (그곳에)자연스럽게 타인을 품게 되고, 이 세 상과의 친밀감도 깊어질 겁니다.”
Q ─ 사회적인 합의와 실천 없이는 해결되지 않 는 문제들이 많다. 환경문제나 차별과 배제 등이 그렇지 않은가? 개인적인 수행법인 명 상이 이에 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매일 규칙적으로 명상을 하면 세상에서 우리가 봤으면 하는 마음, 즉 보살핌의 평화로운 마음으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됩니다.
개인의 삶에서 갈등에 직면했을 때 쉽게 타인을 ‘나쁘다’거나, ‘틀렸다’고 확신하지도 않을 겁니다. 덜 판단하고, 덜 비난하죠. 이러면 우리가 ‘적’이나 ‘열등한 이’라고 습관적으로 판단하는 이들은 물론 모든 인간과 인간 외의 존재들에게서 어떤 신성함을 보게 될 거예요.
그러나 침묵의 명상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기후위기, 피지배 계층에 대한 압박, 전쟁의 고통에도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곳에 있는 모든 존재를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보살피는 것, 이것이 연민의 본질입니다.”
Q ─ 한국에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감염에 대한 두려움으로 외부 활동보다는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많다. 이들에게 추천하는 명상과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기후변화처럼 코로나19 사태는 우리가 상호의 존적이며, 취약하며, 마음으로 서로를 품어야 하는 하나의 공동체임을 상기시킵니다. 가능한 한 차분해야 하고, 현명해야 하며, 자동반응하지 말아야 함을 요구하죠.
(이럴 때)내면의 자유로 향하는 길이 있어요. 불안하고 두렵거나 슬픔에 차 있다면, 그 고통을 느끼도록 (가만히)두고 고통과 더불어 호흡해보세요. 당신 가슴에 가만히 손을 얹고, 그 상처에 사랑을 보낸다면 도움이 될 거예요.
그러면 타인에게 연민의 자리를 마련해줄 수 있습니다. 저는 선 스승인 틱낫한 스님의 말을 자 주 생각합니다.”
“혼잡한 베트남 난민 보트가 폭풍우나 해적을 만났을 때, 모든 사람이 공포에 질린다면 다 빠져 죽을 것이다. 하지만 보트 위의 단 한 사람이라도 고요함을 유지하고 중심을 잡는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 모습은 모든 사람에게 살아남을 방법을 보여줄 것이다.”
Q ─ 매우 바쁠 텐데,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대단히 고맙다. 당신을 만나고 싶은 한국 독자가 많다. 혹시 한국을 방문할 계획은 없는가?
“저는 늘 한국에 가고 싶고, 교류하고 있는 많은 한국 친구들과 제가 만났던 이들과 깊은 연대감 을 느끼고 있어요. 지금 당장은 계획이 없지만, 만약 아시아로 여행을 간다면, 한국은 제가 정말 가고 싶은 나라입니다!”
번역. 추선희
정리. 최호승
사진 제공. 타라 브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