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붓다] 진실에 깨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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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붓다] 진실에 깨어 있기를
  • 마인드디자인(김해다)
  • 승인 2020.01.02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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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거짓말이 있다. “괜찮아, 이만하면 됐어”라는 작은 위안, 일상을 둘러싼 거짓말,
정치적 전략으로서의 거짓말, 진실인 것처럼 단단히 위장하여 사회를 돌리는 하나의 축으로서 역할하는 이데올로기까지. 어쩌면 우리 사회는 이렇게 크고 작은 거짓말을 통해 돌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23명의 작가와 함께 우리 삶 속에 가득 차 있는 거짓말에 대해 탐구하며, 그저 살아내기 위해 무심하게 선택하게 되는 거짓말들에 조금 더 깨어 있기를 제안하는 석파정 서울미술관의 <보통의 거짓말> 전에 다녀왔다.

석파정 서울미술관 <보통의 거짓말> 전

안나 페티나(Anna Petina) | <포도(Виноградный шик)>
캔버스에 디지털 프린트 | 36.2x55cm | 2019

릴리아나 바사라브(Liliana Basarab) | <아담과 이브(Adam and Eve)>
애니메이션과 사운드 | 30초 루프 영상 | 05분 15초 | 2009

스테판 슈미츠(Stephan Schmitz) | <It’s All Good>
캔버스에 디지털 프린트 | 42x30cm | 2019

스테판 슈미츠(Stephan Schmitz) | <Jail>
캔버스에 디지털 프린트 | 42x30cm | 2019

거짓 같은 진실, 진실 같은 거짓
루브르나 대영박물관에 걸려 있을 법한 서양의 정물화처럼 보이는 러시아 작가 안나 페티나(Anna Petina)의 작품 <포도(Виноградный шик)>. 고풍스러운 유화처럼 보이는 이 작품은 사실 사진 작품이
다. 유럽 중세 시대의 정물화를 사진으로 재현하는 작업을 해온 작가는 ‘회화처럼 보이는 사진’을 전략으로 관객들을 훌륭하게 속여낸다. 사진처럼 보이는 극사실주의 회화도 아니고, 회화처럼 보이게 하는 사진이라니. 작가는 왜 이런 작업을 해온 것일까?
전통적인 유럽의 회화는 2차원의 캔버스에 3차원의 실재하는 세계를 재현하는 것을 최고의 이상으로 삼았다. 캔버스 위의 풍경은 물감 덩어리일 뿐 실제의 풍경이 아님에도 이 거짓말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환영(幻影)을 생산해내는 숙련된 화가들의 ‘거짓말의 기술’은 사진술의 탄생 이후 무용지물이 되어버렸고, 이후 화가들은 실재의 재현을 넘어 진실을 담으려는 방향으로 미술사를 이끌어온 바 있다. 안나 페티나 작가는 이러한 회화와 사진의 미술사적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 더 뒤집는
다. 본래 거짓말의 속성을 지닌 회화를 사진으로 재현함으로써 거짓말의 현장을 포착하는 또 다른 거짓말을 하는 방식으로. 사실처럼 보이는 거짓말이 실은 거짓말을 포착한 사실이었다는 역설은 우리로 하여금 진실과 거짓의 잣대를 돌이켜보게 한다.

진실과 거짓 사이
그러나 진실과 거짓을 판단하기란, 사진인지 회화인지 판단하는 것처럼 단순한 일만은 아니다. 게다가 모든 진실은 선하고 모든 거짓은 악하다는 단순한 방정식의 무용함까지 생각해 본다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지기 마련이다. 루마니아 작가 릴리아나 바사라브(Liliana Basarab)의 <아담과 이브(Adam and Eve)>는 선과 악, 진실과 거짓의 판단 기준에 대해 질문한다. 이브가 건넨 선악과를 받아먹는 아담과 원죄의 탄생이라는 구약성서 창세기 3장의 유명한 이야기를 소재로 한 작가의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아담은,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이브가 건넨 선악과를 받아먹지 않는다. 선악에 대한 예상 가능한 내러티브를 뒤집음으로써 작가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선과 악, 진실과 거짓에 대한 판단 기준에 의문을 제기한다. 작가에게 진실과 거짓의 문제는 아담과 이브 이야기처럼 뻔한 클리셰가 아니다. 애니메이션 속 아담이 선악과를 받아먹지 않기로 결단하듯,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에 대한 판단은 자신만의 기준으로 물어 나가야만 하는 열린 결말이다. 작가는 사회적 관습과 규율에 의해 재단된 기준을 받아들이기보다는 스스로의 기준을 찾아 나가기를 독려하고 있는 듯하다.

진실에 깨어 있기
알면서도, 힘겹게 돌아가는 일상을 살아내기 위해 우리는 명백한 거짓을 선택해버리기도 한다. 인간과 사회 안에서 그들의 위치, 사회적 상호 작용과 자아 인식에 대한 작업을 해온 스위스 작가 스테판 슈미츠(Stephan Schmitz)의 일러스트레이션은 그러한 인간의 연약한 면모를 잘 보여준다. 어두운 진실보다는 화창한 거짓의 우산 속에 머물러 있는 <It’s All Good> 속 인물들처럼, 아상이라는 감옥에 갇혀 존재하지도 않는 상상의 새에게 모이를 던져주는 <Jail> 속 남자처럼, 작은 위안에 하루하루를 내맡긴 채 살아가기보다는 무심하게 선택한 거짓말들에 명료히 깨어 있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보통의 거짓말 展
석파정 서울미술관

2019. 10. 29. ~ 2020. 02. 16. (매주 월요일 휴관)
성인 11,000원 / 학생 7,000원 / 미취학 아동 5,000원
우대 7,000원
문의: 02-395-0100
단체 관람 등 자세한 내용은 석파정 서울미술관
홈페이지(seoulmuseum.org)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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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디자인
한국불교를 한국전통문화로 널리 알릴 수 있도록 고민하는 청년사회적기업으로, 현재 불교계 3대 축제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서울국제불교박람회·붓다아트페스티벌을 6년째 기획·운영하고 있다. 사찰브랜딩, 전시·이벤트, 디자인·상품개발(마인드리추얼), 전통미술공예품유통플랫폼(일상여백) 등 불교문화를 다양한 형태로 접근하며 ‘전통문화 일상화’라는 소셜미션을 이뤄나가고 있다.

글.
마인드디자인(김해다)
사진.
석파정 서울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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