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란 무엇인가
엄마(한국어/우즈베크어/타어 등),마마(라틴어/어/일본어/중국어/불어/독일어/러시아어/스페인어/포르투칼어/인도네시아어/알바니아어등 ) ,맘마(이탈리아어),맘(힌디어),아마(네팔어), 마(베트남어)…. ‘엄마’라는 단어가 세계 대부분의 언어에서 비슷하다는 것이 놀랍다. 어린아이가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말이 바로 ‘엄 마’다.‘엄마’라는 말이 대부분의 언어권에서 비 슷한 것은, 그단어가 가장 발음하기 편한 음으 로이루어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머니는 우리 들이 세상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존재인 만큼, 그 애칭인‘엄마’나 ‘마마’, ‘맘마’등도문화가 다른 언어권에서 모두 가장 원초적이고 쉬운 발음으 로이루어진것이다. 엄마!어른스러운 말로 바꾸면, 어머니!어머 니는 실로 모든 생명체의 뿌리이며,새로운 생명체 가세상에 발을 디딜 때처음으로거치는 관문(關 門)이기도하다. 따라서누군가의일생을 이야기할 때, 그어머니 이야기를 빠뜨릴수없을것이다. 실로 어머니는 모든 인간 존재에게 이토록 각별한 존재인데, 부처님의 어머니 이야기는 어 머니가 아기 부처님을 낳으신 후에 거의 없어진 다. 그러나 우리는 아기 부처님을 낳으신 어머니 마야부인을만나러저‘천상으로’길을떠나본다.
부처님의 어머니는 왜 일찍돌아가셨을까? 부처님의 생애를 이야기하는 데 어머니가 중시되지 않은 이유는 부처님의 생애가 그만큼 신화로 장엄되어 있기 때문이다. 신보다도 위대한 분에 게인간임을 강하게 증명하는 ‘어머니’라는 존재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할 수 밖에 없었던것이다.
“비구들이여,이것도 정해진 법칙이다. 즉 보살이 태어난지 칠일째에 보살의 어머니의 몸은 임종하여도 솔천에 태어난다. 이것이 정해진 법칙이다.” (『디가니까야』 「마하빠다나수따(Mahāpadānasutta)」[D15.1.22])
위 경전에 보이듯이 마야 부인은 태자의 출산 후 7일만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정해진 법칙’ 이라는 것은 석가모니 부처님뿐만 아니라 모든 부처님의 경우에 적용된다는 것이다. 자현 스님 은 7이탄생직후의 일곱 걸음과 마찬가지로 만 수(滿數)의상징적인숫자라고말한다. 7일이 의 미하는 바는 ‘충분히’ 혹은 ‘완전히’여서, ‘충분히’ 라는 측면에서 7일은 ‘왕자의 출산 이후 마야부 인의 임종까지가 문제없는 기간’임을, ‘완전히’라 는측면에서 ‘마야부인은 장차 붓다가 될왕자를 생산함으로써 현생에서 할일을모두마쳤음’을 상징하는것으로이해할수있다는것이다.* 얼른 이해가 가지 않는 면이 있다. 부처님의 어머니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인간을 낳는 크 나큰 공덕을 쌓았는데, 어찌하여 일찍 돌아가셔 야했던것일까? 미얀마의 밍군 사야도는 빠알리 경전과 주석서를 토대로 부처님의 생애를 정리 하여 『마하붓다왕사(MahāBuddhavaṁsa)』라는 책을 썼는데, 그는 이책에서 마야부인이 수명이 다해 서돌아가셨다고말한다.
부처님의 전생인 보살은 다음 생애에 붓다가 되기 전에 어머니를 선택하시는데, 그때 보살은 수명이 10개월하고 7일남은분을어머니로 선 택한다.그럼으로써아기붓다가탄생하고나면7 일후에어머니는 다른 세상으로 가고, 붓다가 될 분이 머물던 성스러운 자궁에 다른 이는 머물 수없게되는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를 우리는 신화로만 이해해야 한다. 사람의 수명이 이미 정해져 있는 것으로 이 해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부처님의 탄생 신화를 최대한 성스럽게 장엄하다 보니 이렇게 부처님의 가르침과는 다른 방향의 신화까지 만들어지 게 된듯하다. 밍군 사야도는 『디가니까야』의주석서의 설 명에 입각하여 마야부인이 정확히 56년4개월 27일째에 세상을 바꾸었다고 말한다. 마야부인 의수명도다분히신화적이다. 그당시인간의 수명은 원칙적으로 100세 다. 100년은 33년4개월씩 세등분으로 나눌 수 있다. 마야부인은 인생의 첫시기, 즉 33년4개월 동안 화려하고 편안한 생활을 했다. 두번째시기 인33년4개월을 다시 셋으로 나누면 각각 11년 1개월 10일이 되고, 둘을 합하면 22년2개월 20 일이 된다. 여기에 첫번째시기를 더하면 결국 55년6개월 20일이 된다. 마야부인은 이때 보살 을잉태한 것이다. 여기에 보살을 잉태하고 있었 던 10개월과 보살의 탄생 이후 7일을 더하면 56 년4개월27일이된다는것이다.** 부처님 당시 인간의 수명이 100세다고 하 는데, 이에 비하면 부처님의 어머니는 짧은 생애 를마치신 셈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고대 사람들 의수명과 비교하면 그리 일찍 돌아가신 것도 아 닌듯하다. 다만 그연세에 임신할 수있었다는 것이신화가아니라면가능했을까싶기도하다. 부처님의 어머니는 신들과 인간 중에 가장 위대한 ‘붓다’가 될분을탄생시키는 거룩한 위업을 완수하시고 다른 세상으로 가셨다. 여기서 우리는 수명의 길고 짧음이 행복의 척도가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부처님의 어머니는 어디에서 어떻게 다시 태어나셨을까?
마야부인이 환생하신 곳에 대해서는 두가지설 이있다.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에서는마야부 인이 도리천(ⓢtrāyastrimśa,욕계제2천)에환생하셨다 고하고, 빠알리경전인 『디가니까야』에서는도 솔천(ⓟtusita,욕계제4천)에환생하셨다고한다.『불본 행집경』에서는 마야부인의 환생을 자세히 설명 하지 않았지만, 빠알리 주석서들에서는 마야부 인이 도솔천의 천상 도시에서 다시 태어났다고 설명한다. 어떻게 설명하든 간에 마야부인은 큰 공덕이 있는 분이어서 아기 부처님을 낳으셨고, 또한 그과보로 천상에 태어나시게 되었다고 볼 수있다. 마야부인은 부처님을 낳으시는 것으로 당신 의임무가 사실상 끝난다. 부처님을 기르는 임무 는마야부인의 동생인 파자파티에게로 넘어간 다. 부처님께는 어머니가 두분으로 부처님 어머 니의 지위를 한분에게 독점시키지 않은 것도 나 름대로 의미가 있지 않나 싶다. 부처님을 낳으신 어머니가 기르는 임무까지 맡게 되면 그로 인한 어머니의 상(相,想)이너무커져서 바른 길을 갈 수없을것을염려한 것은 아니겠지만, 공덕을 나 눠갖게함으로써 부처님의 덕이 조금이라도 널 리퍼지게되는결과는되지않을까싶다. 부처님의 어머니 마야부인은 부처님 탄생을 끝으로부처님 생애에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대 신파자파티 부인이 부처님의 생애에 자주 등장 한다. 이슬람 성자 무함마드의어머니도그가6 살에 세상을 떠난다. 그렇게 보면 세계적인 종교 성자를 낳은 친어머니는 위대한 성자를 낳은 것 외에는 그역할이 대체로 미미한 편인데, 아마도 종교 성자의 ‘어머니’는그성자가 인간임을 보여 주는 상징적인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예수님의어머니 마리아가 예수님이 죽을 때까지 등장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라고할수있지만, 예수님 도자신은 지상의 아버지 요셉과 어머니 마리아 의아들이 아니라 하느님 야훼의 아들임을 강조 하곤했다. 그렇다면 마야부인은 천상세계에서 여성으 로태어나셨을까, 아니면 남성으로 태어나셨을 까? 빠알리어 주석서들은마야부인이여성이 아 닌남성으로 태어났다고 말한다. 주석서들의 설 명은 아무래도 당시의 남존여비(男尊女卑) 사상을 반하고있는듯하다.
사월보름날을 ‘성모(聖母) 마야의날’로
마야부인이아기부처님께서탄생하신후7일만 에세상을 떠나신 것은 역사적인 사실인 듯하다. 그렇다면 마야부인의기일(忌日)은음력사월보 름이 된다. 우리는 사월 초파일만 중시하지, 사월 보름은중시하지않는다. 법정 스님의 『세상의 어머니들에게』는어느 해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하면서 쓴이다. 아기 부처님이 탄생하신 날아기부처님을 낳으신 어 머니와 세상 모든 어머니를 생각하며 쓴것이다. 법정 스님은 일찍이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셨다 는소식을 듣고 ‘아, 내생명의 뿌리가 꺾구나’ 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해 서그는부처님 못지않게 부처님을 낳으신 마야 부인을 생각했고, 아울러 세상의 모든 어머니를 생각했다. 부처님뿐만 아니라 아기 부처님을 낳으신 어머니를 함께 생각한다면 부처님께서 이세상에 오신 뜻을 더욱 분명하게 알수있지않을까? 부 처님의 전생인 보살이 어머니의 수명을 아셨다고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실을 확인할 수없 는신화이다. 결과적으로 마야부인의 때이른죽 음은 부처님의 성스러움을 더욱 배가시켰다.마 야부인이 살아 계셨다면 부처님의 동생을 임신할 수도 있었고, 그렇게 되었다면 거룩하신 아기 부 처님께서 머물던 자궁의 성스러움도 훼손되었 을것이다. 결국 마야부인의 아름다운 희생이 성 스러운 아기 부처님을 더욱 거룩하게 만들었고, 장차 왕자로 하여금 깊이 사색하게 하여 마침내 출가하게하는밑거름이되었다고하겠다. 앞으로는 사월 초파일부터 사월 보름까지를 특별히 마야부인을 생각하는 주간으로 삼으면 어떨까 싶다. 그리고 음력 사월 보름날은 ‘성모(聖 母) 마야의날’로기념하면어떨까?
동명 스님
1989년계간『문학과사회』를통해등단,1994년 제13회김수문학상을수상했다.시인으로20여 년활동하다가지난2010년지홍스님을은사로 해인사에출가하여사미계를받았고,2015년 중앙승가대를졸업한후구족계를받았다.현재 동국대대학원선학과에서공부하면서북한산 중흥사에서살고있다.출가전펴낸책으로시집 『해가지지않는쟁기질』,『미리이별을노래하다』, 『나무물고기』,『고시원은괜찮아요』,『벼랑위의 사랑』,산문『인도신화기행』,『나는인도에서붓다를 만났다』등이있다.
글.동명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