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명상에 대한 긍정적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서로 다른 수행법이 모두 명상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부자가 되는 명상’, ‘성공을 위한 명상’, ‘다이어트 명상’처럼 마음 수행법이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세속적 목적을 갖는 곳에 명상이란 용어를 쓰기도 한다. ‘나는 배가 부르다. 나는 먹고 싶은 게 아무것도 없다’라며 주문을 외우는 것이 명상이라니.
또 명상을 한다는 친구들에게 어떻게 명상을 하고 있는지 물으면, 저녁에 가만히 눈감고 앉아 하루 있었던 일을 정리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 방법도 스트레스 관리로 좋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도 명상이 맞을까? 명상을 하는 목적도 다를 수 있고, 명상 방법도 다양할 수 있다. 하지만 명상을 좀 더 정확하게 알고 제대로 된 방식으로 하는 것도 중요하다. 오래전부터 인간은 생각을 이해하고 다스리려는 시도를 해왔다. 사고력은 양날의 칼이다. 생각은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기도 하지만 후회, 원망, 걱정 등을 만들기도 한다. 많은 스트레스가 과거에 자신이 했던 행동에 대한 후회나 다른 사람이 했던 행동에 대한 원망, 또는 미래에 대한 걱정에서 온다. 생각은 욕구 및 감정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이들을 포괄하는 마음을 다스리는 수행법들이 개발되었다. 필자는 마음 수행법을 아래와 같이 3가지로 나누어 소개하고자 하는데 때로는 마음 수행법 전체를 명상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다.
명상: 지법(止法)
명상은 생각을 쉼으로써 마음을 고요히 하여 내면의 평화를 회복하는 마음 수행법이다. 전통적으로 지법(止法)으로 분류되는 마음 수행법은 명상에 속한다. 생각은 하지 않으려고 하면 더 떠오른다. 명상에서는 생각과는 무관한 비사변적인 대상에 주의를 집중함으로써 생각을 비운다. 명상에 주로 이용되는 비사변적인 대상은 주로 단순한 감각이다. 대표적인 명상으로 호흡 명상이 있다. 호흡 명상은 호흡에 따른 감각에 주의를 모음으로써 생각이 자연스럽게 내려놓아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명상법이다.
몸의 감각에만 주의를 집중하는 몸 명상도 있다. 몸 명상은 몸 전체를 마음의 눈으로 훑는 것 같다고 해서 바디스캔(body scan)으로 불리기도 한다. 호흡 명상도 호흡에 따라 코안이나 배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집중하는 것이므로 넓게 보면 몸 명상에 속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청각이나 시각의 감각에 주의를 집중하는 명상도 있다. 청각에 집중하는 명상에서는 시냇물 소리나 빗소리 또는 가사 없이 악기로만 연주하는 음악 등에 주의를 집중하는데 만트라(mantra)라고 하는 특정한 소리를 집중의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시각에 집중하는 명상에서는 단순히 작은 점(•) 하나에 집중하기도 하고 만다라(mandala)처럼 특정한 모양을 주의집중의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감각 이외에도 감각에 대한 기억에 해당하는 심상에 집중하는 명상도 있다. ‘옴 마니 밧메 훔’과 같은 만트라를 소리 내지 않고 속으로 반복하는 것은 청각은 아니지만 청각에 대응하는 청각 심상을 반복적으로 의식에 떠올리는 것이다. 이렇게 심상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감각에 대한 주의집중과 마찬가지로 비사변적인 대상에 주의를 보냄으로써 생각을 내려놓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결과적으로 마음의 평화를 가져온다. TM(Transcendental Meditation)이라고도 불리는 초월 명상은 만트라를 속으로 반복하는 대표적인 명상이다.
시각 심상에 집중하는 명상도 있다. 불교 수행법에 속하는 10가지 종류의 까시나(kasina) 수행이 이것에 속한다. 예를 들어 흰색 까시나 수행을 할 때는 의식 공간을 온통 흰색으로 가득 채운다. 전통적인 수행법이 아니더라도 눈을 감고 눈앞에 노란 공을 만들어보는 것도 시각 심상에 집중하는 좋은 명상이 될 수 있다. 시각 심상이 실제처럼 분명해지도록 만드는 데 모든 주의가 집중되므로 주의집중력이 개발되고 잡생각은 자연히 멀어지게 된다.
수수께끼 같은 화두에 집중하는 간화선(看話禪)은 사변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것 같지만 내용적으로는 전혀 생각으로 풀 수 없는 문제에 주의를 집중해야 하므로 역설적이게도 생각의 작용을 멈추게 한다.
이상에서처럼 명상에서는 몸을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서 비사변적 대상에 주의를 집중하지만, 몸을 움직이는 행위를 하면서도 생각을 쉬고 감각에 집중할 수 있다. 행위 명상이 여기에 속한다. 행위 명상에는 걷기, 설거지, 이 닦기, 청소하기, 샤워하기, 먹기 등 몸으로 하는 대부분의 행위가 포함된다. 이러한 행위는 이미 충분히 숙달되어 주의가 많이 필요하지 않다. 결과적으로 남아도는 잉여주의가 생각으로 투입되어 잡생각을 만들거나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 과거나 미래의 생각을 만든다. 행위 명상에서는 행위에 따른 감각에 주의를 집중하는데 호흡 명상에서와 마찬가지로 생각을 내려놓게 하여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모든 명상은 공통적으로 주의집중의 능력을 길러주고 마음의 평화를 회복시켜준다. 이밖에도 감각에 집중하는 명상에서는 욕구나 생각을 개입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감각을 경험하는 순수한 주의(bare attention)도 양성된다.
마음챙김: 여실관법(如實觀法)
마음챙김(sati, mindfulness)은 자신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특수한 형태의 주의(순수한 상위주의, bare meta-attention)다. 마음챙김은 전통적으로 관법(觀法)으로 분류되는 사념처(四念處) 수행 또는 위빠싸나(vipassana) 수행의 형태로 수행된다. 뒤에 다루는 심상을 사용하는 수행법도 관법(觀法)으로 불리므로 마음챙김의 관법(觀法)은 ‘여실관법(如實觀法)’이라고 명명해서 구분하는 것이 좋겠다.
마음챙김은 욕구와 생각을 사용하는 일상의 생활 속에서 수행할 수 있지만, 고요히 명상하는 상태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으로도 수행된다. 후자의 경우 마음챙김 명상이라고 한다. 마음챙김 명상은 호흡 명상이나 행위 명상처럼 감각에 집중하는 명상에 적용된다. 마음챙김을 통해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고 이해할 수 있는 지혜가 양성된다. 몸(의 감각), 욕구, 생각, 감정 등을 있는 그대로 알고 느끼되 그것을 자기와 강하게 동일시하지 않고 떨어져 볼 수 있는 힘을 양성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자신의 몸이나 마음에 대한 과도한 동일시에서 벗어날 수 있고(탈동일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마음챙김의 효과가 현대에는 스트레스 관리와 심리적 증상의 치유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져 MBSR이나 MBCT 등 마음챙김을 중요한 요소로 포함하는 새로운 심신 치료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있다.
심상법: ‘심상관법(心象觀法)’
앞에서 다룬 마음 수행법은 욕구와 생각을 쉬도록 하는 특징을 갖는다. 명상에서는 욕구와 생각을 쉬도록 하기 위해 감각 등 비사변적 대상에 주의를 집중한다. 마음챙김에서는 욕구와 생각을 쉬고 있는 그대로 보는 주의를 개발한다. 여기서 다루는 심상법에서는 심상을 적극적으로 동원하는데 이것은 욕구와 생각의 사용을 반영한다.
전통적으로 관법(觀法)으로 불리는 수행법 중에 심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수행법이 있다. 있는 그대로 보는 마음챙김의 관법과는 다르므로 심상을 활용하는 관법은 ‘심상관법(心象觀法)’이라고 명명해서 구분하는 것이 좋겠다.
관무량수경(觀無量壽經)은 일상관(日想觀) 등 시각 심상에 집중하는 십육관법(十六觀法)을 담고 있다. 십육관법은 정토(淨土)에 태어나는 것을 목적으로 아미타불의 몸이나 정토의 심상을 떠올리는 수행이다. 몸에 대한 집착을 끊기 위한 목적으로 수행하는 백골관(白骨觀)이나 자비심을 기르기 위한 목적으로 수행하는 자비관(慈悲觀)도 심상을 적극적으로 동원하는 심상관법에 속한다.
이완법을 위한 목적으로 이용되는 심상법도 심상관법에 속한다. 이러한 심상법에서는 바닷가나 숲속처럼 편안하거나 기분 좋은 곳을 상상하도록 한다. 이때 상상을 촉진하기 위해 잔잔한 음악을 틀어주기도 한다. 최근에는 이런 이완법이 명상이라는 이름으로 보급되기도 한다.
이런 분류가 명상을 더 어렵게 느끼도록 만든 것은 아닌지 좀 걱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알아야 한다. 마음 수행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각 수행법의 특징과 효과에 대해 분명한 이해를 하고 삶에 적용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마음 수행법에 대한 체계적 연구를 위해서도 정의를 명확히 하는 것은 중요하다.
글_ 김정호
덕성여자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한국건강심리학회 산하 마음챙김-긍정심리연구회장, 서울심리지원동북센터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인지심리학을 공부하고, 박사학위를 마친 후 심리학의 응용에 관심을 가지고 스트레스 관리와 웰빙 증진을 위한 방법으로 명상과 긍정심리학 분야에서 연구와 강의를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스무 살의 명상책』, 『나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즐거움』, 『마음챙김 명상 멘토링』, 『스트레스는 나의 스승이다』, 『스트레스의 이해와 관리』, 『조금 더 행복해지기』, 『생각 바꾸기』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받아들임: 자책과 후회 없이 나를 사랑하는 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