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마곡, 가을 갑사라는데
아직 봄은 오지 않았고,
동백이니 목련이니
먼 발치끝조차
미치지 않았다
층층이 처마마다
얕은 볕 걸리어
기와골로 흘러 내리니,
백범의 자취 아래구나
낙락장송인가,
홍매 청매 굽은
가지인가
길손들 도반들
길을 열고,
뜻을 숨겨
몸 마저 가둔 채
내일을 도모하던
그 상흔 그대로
봄 마곡 !
사미 원종(圓宗)*,
황후의 원수를 갚고
태화산으로 흘러 들어
삭발 염의하다
상투 잘라내어
바위에 걸어 두고
호덕삼 스님 함께
천왕문으로 들다
후일을 기약하고,
작은 돌 하나 얹어
조국의 독립을
기원하니
몇해나 지났는가
자취 없는
그대 발자국
찾을 길 없다
동방 제일의 복된 땅(福地)이다
전란 피할 십승지지(十勝之地)*다
만세토록 불망할 땅(萬世不亡之地)**이다
세세손손 칭송이 자자하다.
낙락장송 굽이굽이 굽이친다.
이리로 틀어지고
저리로 틀어지고
천왕문 들어 틀어지고
해탈문 들어 틀어진다
하늘 너머 솔잎이 가리고
산 빛을 깨치는
볕조차 잦아드는 날
마곡사 찾는 날
천하 길지 찾는 날,
틀어진 길 찾는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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