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마음의 병 명상으로 치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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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마음의 병 명상으로 치유하다
  • 김우진
  • 승인 2019.02.08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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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재미없고 우울한 당신에게 명상으로 내 마음 조절
알아차림에 집중하는 명상을 하다보면 우리 마음의 작용이 바뀐다. 스트레스가 줄어들며, 긴장과 이완이 조절되고 그 과정에서 신체 호르몬 분비 가 일어난다. 자신의 몸이 균형을 이루게 되면 몸이 마음을 다시 마음이 몸을 치유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약물로 조절하던 마음의 병이 몸에 대한 집중으로 자연스럽게 균형을 잡아간다.

우리가 흔히 ‘마음의 병’이라 부르는 정신질환은 사실은 두뇌나 신경계통에 이상이 있는 것을 뜻한다. 정신기능에 이상이 있어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정신질환은 신경증과 정신증으로 나뉘어지는데 두 가지의 차이는 현실판단능력이 있느냐와 망각이나 환각증상의 여부로 판단한다. 하지만, 이러한 질환 외에도 마음의 병은 상당히 폭넓게 퍼져있다. 누구나 조금씩은 갖고 있는 우울증, 불면증이 그렇다. 크고 작은 스트레스도 마음의 병이다.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명상의 현황을 살펴봤다.

 

| 자살률OECD 1위,무엇이 사람들에게 마음의 병을 갖게 하나

언젠가 봤던 한 영화의 주인공은 고통을 느끼지 못 했다. 칼에 베여 피를 흘리는 데도 인지하지 못했 고, 뜨거운 물에 데도 눈 한번 깜짝하지 않았다. 심 지어 뼈가 부러졌는데도 평소와 같은 표정을 지었 다. 고통을 반기는 사람은 없다. 고통은 살아있는 존재라면 모두가 피하고 싶어하는 경험이다. 하지 만 통증은 우리 몸이 보내는 신호다. 직접적인 외 상으로 입은 피해뿐만 아니라 감기에 걸려 열이 나 거나 배탈이 나는 것 등도 모두 우리 몸이 보내는 신호다. 몸이 보내는 신호는 무언가 문제가 생겼음 을 알리는 경고음이다. 신호라면 모름지기 알아차 려야 하기 때문에 자극적이다. 그러한 자극 속에서 우리는 알아야 한다. ‘내 몸의 균형이 깨졌구나’ 느 껴야 한다. 마음도 그렇다. 마음의 균형이 무너지 면 몸의 균형도 무너진다. 심리적인 충격이나 일상 속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마음의 병을 일으킨다. 스 트레스는 과도한 경쟁과 효율이 초래한 질병이다. 스트레스는 우울증에 빠뜨릴 수도 있고 강박이나 불안, 트라우마, 섭식장애, 수면장애, 중독 등 다양 한 정신질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2016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평균 자살률 1위를 기록한 나라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한 사람의 수를 뜻하는 자살률. 한 국은 25.8명을 기록해 OECD 평균 12명의 두배 가넘는다.그러나한국이원래자살률1등국가 는 아니었다. OECD 가입 초기만 해도 한국의 자 살률은 평균을 밑돌았다.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OECD 가입 후 한국에서는 많은 일이 벌어졌다. IMF외환위기가 덮쳤고, 대규모 해고와 기업부도 가 잇따랐다. IMF가 부족한 달러를 빌려주는 대 신 취한 요구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었다. 구조 조정 속에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경쟁에 내몰렸다.

그 사이 계층 간의 격차는 커졌다. 건강한 중산층 은 사라졌다. 심화되는 부익부 빈익빈, 승자독식 의 사회구조, 부족한 복지로 인한 사회안전망의 부실은 사람들을 자살로 내몰았다. 자살하는 사람 이 많은 사회가 건강할 리 없다. 자살하는 사람들 의 저변에는 다양한 정신질환이 이어져있다. 조맹 제 서울대학교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국내 자 살기도자의 60~72%, 자살사망자의 80%가 정신 질환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우울증에 걸린 사 람들중지속적으로치료를받는사람은15%정 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한 가지 방법, 명상

명상은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한 방법이다. 1979 년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박사 존 카밧진이 발표한 MBSR (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프로그램은 2010년 기준으로 미국에서만 250곳 이상의 대 학병원과 종합병원 등에서 제공하는 치료법이다.

MBSR은 이름 그대로 마음챙김 명상에 근거 한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이다. 의사였던 존 카 밧진은 숭산 스님등으로부터 불교수행법인 명상 을 배웠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명상 수 행을 구조화하고 표준화했다. 일반인들이 받아들 이기 쉬워야 하고 효과가 검증가능해야 한다는 원 칙을 세웠다. 그가 제시한 프로그램은 표준화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명상의 효과를 검증해 일반에 공개한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마음챙김 명상에 기반해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방법이 특이하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통증을 유발하는 상 황을 피하는데, 명상을 통해 고통의 근원을 찾아 있는 그대로 바라보라고 한다. 8주간의 프로그램 을 통해 자신이 느끼는 고통을 한걸음 뒤에서 바 라볼 수 있도록 유도하며, 더 나아가서는 고통과 가까이 하라고 권한다.

MBSR에서 핵심이 되는 명상은 마음챙김 명 상으로 자기 자신과 외부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상 에 주의를 기울여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고통을 관찰하는 것은 어 렵기 때문에 존 카밧진 박사는 프로그램 첫 주에 외부세계의 물체인 건포도 관찰로 마음챙김 명상 을 소개한다. 건포도 한 알에 집중하고 그것에서 이어지는 자신의 감각을 살피는 것이다.

과정은어렵지않다.손위에놓인건포도를 살펴본다. 가만히 지켜보면서 겉모습에 집중한다. 번들거리는 표면을 바라보다가 손끝으로 만져본 다. 주름진 표면을 살살 굴리다보면 과육이 말라 약간 끈적거림을 느낀다. 귓가에 가져다대고 조금 세게 문지르면 말라버린 과육이 뭉개지는 소리도 듣는다. 입안에 넣고 혀끝으로 느껴보기도 하고, 살살 씹어보며 쫀쫀한 느낌과 함께 달짝지근한 맛을 느낀다. 오래 입안에 머물고 모두 삼켜질 때까 지 해야 하는 것은 외부 대상에 대한 관찰과 그것 을 통해 느껴지는 감각에 대한 집중이다.

알아차림의 과정을 더욱 넓혀가면서 8주간 MBSR프로그램은 진행된다. 몸의 감각, 주변의 소리, 생각과 감정, 호불호에 관한 것, 스트레스에 관한 것, 고통에 관한 것을 알아차리는 명상을 실 습한다. 일상생활까지 자신의 모든 것들을 알아차 리고 그간의 경험들을 돌아보며 8주간의 프로그 램을 마무리 짓는다.

이렇게 알아차림에 집중하는 명상을 하다보 면 우리 마음의 작용이 바뀐다. 스트레스가 줄어들 며, 긴장과 이완이 조절되고 그 과정에서 호르몬 분비가 일어난다. 몸이 균형을 이루게 되면 몸이 마음을, 다시 마음이 몸을 치유하는 과정을 반복 한다. 약물로 조절하던 마음의 병이 몸에 대한 집 중으로 자연스럽게 균형을 잡아간다.

학계에서 발표되는 연구논문 중에도 명상의 효과를 이야기하는 다양한 사례가 있다. 2013년 「Aging&Mental Health」지에 갈레고스(Autumn M. Gallegos) 외 4인의 저자가 발표한 ‘노인 MBSR의 정 서적 이익: 나이와 우울의 심각성 조절’이라는 제 목의 연구에서는 “자연주의적 제어가 함께 이뤄 지는 것으로 보여, MBSR이 낮은 정도의 우울을 느끼는 노인들에게 더욱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낸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깊은 우울에 빠지기 전에 명상법을 사용하면 더욱 효과적이라는 말이다. 조금 생각하면 우리가 겪는 많은 병들이 대부분 그렇다. 병이 깊고 심해지기 전에 치료법을 적용해 야 더 효과적이고 빨리 낫는다.

2018년 5월 「Frontiers in Psychology」지에 아심 모하메드(Warhel Asim Mohammed) 외 2인이 발표한 ‘MBSR이 부상당한 운동선수의 통증 완화와 정 신건강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서는 “부상당한 선수 의 불안과 스트레스를 낮추고 통증의 내성을 증가 시키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밝혔다.

연구에서 “고통에 대한 내성 증가가 치료 과 정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더 연구가 필요하다”는 전제를 덧붙이기는 했으나, 선수들 의 심리적인 안정에는 명상이 효과가 있었다.

이 밖에 다양한 논문들에서 명상에 대한 연구 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명상이 그 효능과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견해가 엇갈리기도 하나, 긍정적인 결론과 사례들이 점점 쌓이는 중이다.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데 명상은 도움이 되고 있으며, 마음과 몸을 이어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데 효과를 보이고 있다. 경험으로 느껴본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명상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조절하며, 스트레스를 줄이고 고통을 더는 데 사용하고 있다.

 

글. 김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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