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명법문] 번뇌와 장애를 없애는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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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명법문] 번뇌와 장애를 없애는 비결
  • 자우 스님
  • 승인 2019.01.03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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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최배문

겨울나무들은 그 무성하던 나뭇잎들 모두 떨어뜨리고, 명상하는 수행자처럼 침묵의 시간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여름날의 나뭇잎만큼이나 우리는 많은 번뇌를 가지고 있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떠오르는 생각으로 괴로워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삶에 장애가 없기를 바랍니다. 삶에 장애가 생길 때마다 부모를 탓하기도 하고 자신의 업을 탓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 모든 번뇌와 장애들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은 업에 의한 결과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번뇌와 장애를 없앨 수 있을까요?  번뇌와 장애를 없애는 삶의 소중한 비결을 알려드리겠습니다. 

그 비결은 『화엄경』 「여래출현품」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불자여, 보살 마하살은 여래를 보고 듣고 친근하여 심은 선근을 어떻게 알아야 하는가?”

“불자여, 보살 마하살은 마땅히 여래가 계신 데서 보고 듣고 친근하여 심은 착한 뿌리가 모두 헛되지 않은 줄을 알아야 하느니라. 다함이 없는 깨달음의 지혜를 내는 연고며, 일체 장애를 여의는 연고며, 결정코 깨달음에 이르는 연고며, 허탈함이 없으며, 모든 소원이 만족하며, 함이 있는 행을 다하지 않으며, 함이 없는 지혜를 따르며, 여러 부처의 지혜를 내며, 오는 세월까지 다하여, 온갖 훌륭한 행을 이루며, 하염없는 지혜의 지위에 이르는 까닭이니라.”

즉, 여래를 뵙고 법문을 듣고 친히 가까이 하면 어떤 좋은 일이 있는가를 자세히 설하고 있습니다. 먼저, 여래를 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어떻게 해야 여래를 볼 수 있을까요? 멀게는 스님들처럼 깊은 수행을 하여 여래의 마음과 하나가 되는 경지에 이르는 것이지만 가깝게는 바로 법당 부처님을 뵙는 것입니다, 바빠서 법당 부처님께 가서 예경을 드리지 못하더라도 있는 자리에서 부처님 사진이나 그림을 보고 예경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육안으로 부처님을 보지 못한다면 마음으로 부처님을 떠올리고 합장 올리는 것 또한 여래를 보는 것입니다. 

둘째, 그렇다면 여래를 듣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멀게는 깊은 수행을 통하여 여래의 경지와 하나가 되어 여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는 것이지만 가깝게는 여래의 경지를 만날 수 있는 길을 알려주는 법문을 듣는 것입니다. 법문 내용이 깊어서 이해하기가 어렵거나 들을 기회를 갖기 어렵다면 부처님의 명호를 부르며 그 소리를 내가 듣는 것입니다. 한편으로 부처님 명호를 부를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 마음으로 부처님 명호를 부르는 것입니다. 

셋째, 여래를 친근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여래를 보고 듣는 것을 가까이 하는 것입니다. 본인이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그렇게 하는 사람이라도 가까이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는 사람도 가까이 할 수 없다면 멀리서라도 그가 하는 일에 찬탄의 말과 마음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번뇌와 장애를 없앨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임종환자를 위한 기도를 부탁받아 서울대학교 병원 중환자실에 갔었습니다. 그를 위해 아미타불을 염송하면서 이를 직접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저녁 7시 병원에 도착했을 때, 경주에서 올라 온 아들과 딸 그리고 그의 여동생은 슬픔에 가득 차 있었습니다. 보는 저 또한 눈물이 그냥 흘러 내렸습니다. 

사연인즉, 50일 전 기침이 떨어지지 않아 동네 병원을 가서 검사를 했더니 빨리 큰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고 합니다. 큰 병원에서 이런 저런 검사를 받고는 폐암 말기라는 진단을 받게 됐습니다. 갑작스런 시한부 선고에 본인과 가족들은 너무도 당황했습니다. 

이제 나이 육십! 벌려 놓은 사업이 걱정이 됩니다. 아들, 딸이 결혼은 했지만 여러 가지로 보살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너무도 살고 싶은 마음 간절하여 여동생에게 “우리나라에서 내 병을 가장 잘 치료할 수 있는 사람에게 데려가줘”라고 부탁했고 지방병원에서 근무하던 동생은 수소문 끝에 서울대학교 병원으로 모셔왔습니다. 1차 항암치료를 받자 음식 먹기가 힘듭니다. 그래도 여동생이 가지고 온 호박죽와 동치미로 힘을 내보지만 죽음의 공포가 몰려옵니다. 

평소에 절에 다니지는 않았지만 신심 깊은 동생에게 “동생아, 나 스님을 만나고 싶다. 스님에게 위로 받고 싶어. 이 근처에 스님이 계신지 알아봐줘” 합니다. 상황은 급격히 나빠져 수면제로 고통을 잠재우는 방법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의사는 남은 시간이 하루, 이틀이라고 합니다. 지방에서 온 동생은 난감합니다. 병원관계자들에게 문의를 해 보지만 다들 잘 모르겠다고 합니다. 급한 마음에 평소 다니던 대구의 사찰 스님께 어떻게 해야 할지를 의논했고 스님은 저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이렇게 인연이 되어 저는 한번 만난 적도 없는 분의 마지막 길을 전송하게 되었습니다. 가족들과의 마지막 이별의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 들어가던 수면제를 멈추고 한참을 기다려 만나는 시간. 중환자실에서 환자를 보고 나온 가족들은 눈물 가득한 고개를 떨굽니다. “너무 고통스러워하시고, 눈을 못 뜨셔” 이렇게 마지막 인사도 못하는 마음에 가족들 마음은 허전합니다. 

저와 여동생이 들어갔습니다. 방안에는 죽음의 공포로 호흡이 거칩니다. 먼저 환자에게 인사를 하고 상황을 설명합니다. 죽음에 대한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그에게 죽음이란 봄에 싹이 트고 여름에 꽃을 피운 나무가 가을을 지나면서 잎들을 떨어뜨리는 것과 같다고,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누구나 한번은 가야하는 길인데 지금 그 시간이 조금 빨리 왔다고, 걱정할 것이 없다고, 그저 스님 따라 염불하면 아미타부처님이 오셔서 고통을 멈추게 하고, 환한 빛으로 오셔 함께 해주실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고는 우리는 지극히 합장하고 간절히 아미타불을 불렀습니다. “아미타부처님이시여! 지금 고통 받고 있는 이 사람의 고통을 멈추어 주시고, 부처님 품안에서 평안하게 해 주소서” 아름다운 음률에 맞추어 한참을 염송하고 나니 어느새 호흡이 놀라울 정도로 고요해지고 얼굴도 평안해졌습니다. 순간, 병실은 고요하고 평화로운 기운으로 가득했습니다.

여동생도 놀라워하며 “스님, 이상해요.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슬픈 마음이 사라졌어요” 했습니다. 이후로 그는 잠깐 깨어났고, 가족들은 이별의 인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새벽 1시에 먼 길을 떠났습니다. 

그의 얼굴이 너무도 평화로워 가족들은 슬픔보다는 환희심으로 보낼 수 있었습니다. 평소 사찰에 다니지는 않았지만 마지막 길에 귀로 부처님 명호를 듣고 마음으로 염송한 공덕으로 본인의 번뇌는 물론 가족들의 슬픔까지 사라지게 된 것입니다. 이것은 어찌보면 부처님을 향한 신심이 깊은 동생이 곁에 있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만일, 동생이 의논드릴 스님을 알고 있지 않았다면 이 또한 불가능한 일이였을 것입니다. 

언제 어느 곳에서든 부처님을 만나면 얼른 경배를 올리십시오. 그리고 법문듣기를 즐겨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부처님 명호를 부르십시오. 청정한 승가를 가까이 하십시오. 이렇게 할 때 여러분 마음속 부처님이 계신 법당의 문이 조금씩 열리고 결국 여러분의 부처님이 세상에 그 빛을 들어내는 장엄한 일이 펼쳐질 것입니다. 여래를 보고, 듣고, 가까이 하는 일들을 할 때 여러분의 번뇌는 눈 녹듯이 사라지고, 삶을 괴롭히는 장애들은 하나씩 지혜로 바뀌어 결국 깨달음을 얻게 될 것입니다. 여래를 보고, 듣고, 친근하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선근공덕을 짓는 일입니다. 이 공덕은 마른 풀이 수미산처럼 쌓였더라도 그 가운데 겨자씨만한 불씨로 모두를 태우듯 여래에게 심은 조그만 선근도 그와 같아서 반드시 모든 번뇌를 태워버리고 구경에 무여 열반을 얻게 될 것입니다. 이는 작은 선근의 성품이 곧 구경인 까닭입니다.                                                                   
법문. 자우 스님

비로자나국제선원 주지. 은해사 영운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동학사 승가대학, 스리랑카 갤러니아대학 불교학 석사 졸업했다. 인도네시아 해인사 포교원 주지를 역임했고 국제포교사회, 국제불교학교 등에서 불교영어를 강의했다. 영어담마스쿨과 영어담마캠프 등을 진행하며 도심포교와 참선을 지도하고 있다. 현재 BTN 불교라디오 울림채널 “향기로운 바람, 자우입니다” 진행자이며, 성신여자대학교 불교학생회, LMB Singer 혼성4부중창단 지도법사, 동학사승가대학 불교영어 외래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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