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의 영향력이 대단하다. 심지어 어린아이들은 궁금한 것들을 유튜브 영상으로 검색해 보고 배운다. 그렇다고 젊은 세대에만 통하는 것도 아니다. 중장년층에서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 1위도 유튜브다. 그만큼 동영상 콘텐츠의 힘이 커졌다. 이 거대한 플랫폼인 유튜브에 불교를 소개하는 채널이 있다. 이름하여 ‘보조랑’. 송광사 율원 학인 혜정 스님과 선혜 스님이 운영한다. 두 스님은 많은 사람에게 불교를 알리기 위해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자처하고 있다.
| “영상으로 만나요”
2017년 KBS1TV 부처님 오신 날 특집 프로그램을 보았다. ‘늦깎이 스님의 산중일기’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에서는 송광사 보조랑 채널을 운영하는 두 스님 모습이 나왔다. 두 스님을 함께 칭해 ‘혜혜 스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단짝인 혜정 스님과 선혜 스님은 다큐멘터리 중간 중간 카메라를 들고 분주히 영상을 찍었다. 송광사의 사중 행사는 물론 큰 스님 강의도 찍는다. 사찰을 찾은 불자들을 인터뷰하기도 하고 울력하는 스님들의 모습을 담기도 한다. 그리고 이를 편집해 유튜브에 올렸다. 유튜브는 두 스님이 불교에서 배운 것들을 사람들과 나누고 실천하는 소통의 장이 됐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불교의 문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훌륭하고 위대합니다. 사람들은 쉽게 ‘진리’를 말하지만, 그 말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감을 잡지 못해요.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불교의 문화를 제대로 보여주기만 해도 사람들이 불교에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종교에 관심이 없던 젊은 층이 불교로 많이 유입될 것입니다.”
혜정 스님은 많은 사람들에게 불교가 가진 의미를 보여주기 위해서, 이를 보고 불교를 접한 사람이 행복해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유튜브를 운영한다. 함께하는 선혜 스님도 같은 마음이다. 두 스님이 공부하고 수행하는 시간을 쪼개 불교 영상을 만드는 이유다.
“불자가 줄었다고 하고, 출가자가 감소했다고 합니다. 불교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누가 풀어주길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풀자 생각했어요. 우리가 아니면 누구도 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냈고 행동했습니다.”
혜정 스님과 선혜 스님은 강원에서 함께 공부하며 고민한 끝에 현시대와 불교 문화의 소통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그렇게 탄생한 보조랑은 ‘보조가풍과 대승선종 송광사 문화사랑’의 줄임말로, 절집에 담긴 스님들의 대승정신과 세상을 향한 실천이 그 목표다.
“어떻게 할까 고민 많이 했습니다. 기존의 방식과는 달라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접근성과 효율성을 생각하니 결국 미디어더라고요. 그중 많은 사람들이 접하는 유튜브로 정했습니다. 채널 이름을 ‘보조랑’으로 짓고 짧고 쉽고 재미있게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콘텐츠들의 장점을 참고하여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보조랑의 두 스님은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한 절집 안의 이야기들부터 경전 설명까지 두 스님만의 코드로 재미나게 영상을 풀었다. 도량에 한가득 울리는 새벽 염불소리부터 이른 아침의 새소리와 울력하는 비질소리 등은 절에 사는 스님들만 담을 수 있는 영상이다. 그밖에도 송광사의 스님들 생활하는 모습부터, 절하는 방법, 여름 수련회에 참석한 이들의 모습 등 송광사 안에서 직접 머무르기에 경험할 수 있는 절집의 이모저모를 영상으로 담는다.
| 우리가 유튜브를 하는 이유
보조랑은 2016년 말, 『학인은 초심입니다』 라는 송광사 승가대학 교지 제작과 함께 유튜브 채널을 시작했다. 보조 지눌에서 송광사, 그리고 학인으로 이어지는 책 곳곳에는 QR코드가 새겨져 있다. 책 내용에 관련된 영상을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두 스님이 만드는 보조랑이 항상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처음에는 사중의 어른스님들을 포함하여 많은 이들이 반대했다. 부정적인 의견들이 나왔다. 하지만 두 스님은 포기하지 않았다. 꾸준히 영상을 제작했고, 사중의 어른스님들을 찾아가며 조언을 구했다. 두 스님의 진심이 통했는지 사찰에서는 두 스님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주었다. 주지스님은 직접 카메라를 사주었다. 외부에서도 스님들의 활동을 주목했다. KBS1TV 에서 스님들의 다큐멘터리를 찍었고, TV 전파를 타고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되기 시작했다.
“방송작가 출신분이 저희가 준비하는 기획에 참여하고, 블로그를 운영하던 20대 청년이 편집을 도와주기도 하며, 외국에서 온 작가가 함께 콘텐츠를 만들자고 제안하는 등 보조랑 영상 제작에 도움을 주겠다는 인연이 늘었습니다. 사중에서도 저희를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바뀌어 주변 스님들이 먼저 영상 아이디어를 주시기도 합니다.”
많은 인연이 생기자 영상은 더욱 세련돼졌다. 기존에 유튜브에서 검색되는 불교 관련 콘텐츠들은 대체로 정적이고 재생 시간이 긴 편이다. 보조랑의 영상은 최신 트렌드에 맞춰 길이부터 줄였다. 1분에서 2분 정도의 짧은 영상에서 10분 내외의 영상을 주로 제작한다. 장황한 설명보다 쉬운 이미지와 소리 등으로 색다르게 불교를 설명한다.
보조랑의 영상에는 템플스테이를 주제로 한 것들도 있다. 템플스테이 운영 소임도 맡고 있는 두 스님은 불교를 잘 모르는 대중들도 템플스테이에는 관심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참가자들이 사찰을 찾아 불교문화를 접하며 변하는 눈빛, 부처님의 가르침을 몸으로 느끼며 온전히 자신에게 귀 기울이는 노력 등 템플스테이 도중 불쑥불쑥 빛나는 순간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다양한 영상을 제작하는 보조랑의 두 스님들이 요즘 만드는 영상 중 가장 정성을 들이는 콘텐츠는 ‘동아시아 불교 다시보기’라는 이름의 장기 프로젝트다. 두 차례 중국 등지로 답사를 가기도 했으며 촘촘하게 자료를 모아 다큐멘터리를 준비하는 중이다. 세 번째 답사 일정도 계획하고 있다. 관련 인물들과 여러 사료들을 검토하는 등 장기적인 다큐멘터리를 기획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동아시아 다큐멘터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관련 인물의 모습도 그림으로 그리고 있다. 기록으로 남겨진 사진을 참고해서 스님들의 캐리커처를 그렸다. 사진이나 그림 기록이 없는 이들은 남겨진 사료를 참고하거나 대표하는 지물이나 형상으로 대신했다. 단순히 하나의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캐리커처와 영상 전시회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하여 불교를 알리려고 한다.
| 세상과의 소통, 젊은 스님의 꿈
“사실 쉽지 않습니다. 기획, 촬영, 편집, 제작 등 영상 만드는 것도 품이 많이 듭니다. 거기에 공부도 쉴 수 없고, 템플스테이 운영도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적으로 빠듯해요. 하지만 우리가 여기서 멈춘다면 우리만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꿈꾸는 젊은 스님들 모두가 무너진다는 생각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보조랑에 도움을 주는 이들은 두 스님의 진심에 마음이 움직였다고 한다. 결국 사람이 모이고 움직이는 동력은 그 활동이 가지고 있는 선한 의미와 미래지향적인 가치에 있다는 게 스님들의 말이다.
“다양한 사람들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불교가 가지고 있는 진리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최상승법은 하나지만 그 아래로는 많은 층이 있잖아요. 그렇다면 하위법이라도 사람들에게 맞는 방법으로 여러 가지 콘텐츠를 만들어 보여주고 싶어요. 남들이 보기에는 별로인 것이 어떤 사람의 마음에는 별(star)로 남을지 모르잖아요.”
두 스님의 컴퓨터 속에는 제작을 마친 영상파일이 많이 있었다. 이미 촬영과 편집까지 완료된 것들도 있지만 올리지 못한 것들이다. 왜인지 물었다. 어떤 영상은 저작권 위험이 있을 것 같고, 또 어떤 영상은 생각한 것만큼 결과물이 좋지 못하다고 했다. 또 차마 올리기 쑥스러운 영상도 있다는 말과 함께 두 스님은 웃었다.
혜정 스님과 선혜 스님은 불교 콘텐츠가 블루오션이라 장담했다.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까지 제대로 된 콘텐츠만 있다면 많은 이들을 사로잡을 수 있다. 그렇기에 앞으로는 점점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이다.
두 스님은 불교라는 훌륭한 콘텐츠를 이용하여 도량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글을 쓰는 친구는 글을 쓰고, 영상을 만드는 친구는 영상을 만들고, 연기도 하고 미술도 하며 대중 예술을 함께 누리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는 일. 보조랑을 그 터전으로 가꾸고 싶다는 게 스님들의 바람이다.
“지금은 큰 경쟁력을 갖기 위해 움츠리고 있는 중입니다. 방향을 잡고 흔들리지 않기 위해 스스로 점검하고 있습니다. 대중에게 쉽게 불교를 알리기 위해 한 번 더 고민하고 있습니다. 특히 영어와 중국어 등 외국어 작업을 통해서 한국불교의 콘텐츠 시장을 넓히려 합니다. 저희에게 경쟁력이 생긴다면,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불교와 인연되는 것이겠죠. 꼭 그렇게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