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명법문] 더불어 사는 삶, 베푸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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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명법문] 더불어 사는 삶, 베푸는 삶
  • 경륜 스님
  • 승인 2018.10.0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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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불자 여러분. 무척이나 더웠던 이번 여름 별 탈 없으셨나요? 자신 주위에도 평안했는지요. 이렇게 온도가 높아지는 여름에는 불쾌지수라는 수치가 뉴스를 통해 눈에 띕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불쾌지수가 높아지는 날에는 사소한 문제를 통해 다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또한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더 인색해지고 못되게 굴기도 하지요. 그럴 때일수록 우리 불자들은 자신의 주위를 둘러보며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사진제공 : 석불사

|           재물을 갖지 않고 베푸는 일곱 가지 보시
상구보리하화중생上求菩提下化衆生이라는 말 많이 들어보셨죠?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 중생을 교화한다는 뜻이죠. 각자가 수행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보다 어려운 것은 그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내는 것입니다. 나와 같이 남을 보살피고 존중하는 것. 그런 사람들이 많아졌을 때 이 땅은 불국토에 더 가까워질 것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베푼다’는 것. 한마디로 보시라고 합니다. 육바라밀 가운데 제1 덕목이기도 하지요. 흔히 우리 불자님들이 사찰을 찾아 부처님께 기도를 드리고 보시함에 돈을 넣으며 그 마음을 서원합니다. 또는 다른 이들에게 내가 가진 물건이나 금전을 나누며 보시를 하지요. 하지만 보시는 그런 물질적인 것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이 가진 게 없더라도 얼마든지 보시하여 공덕을 쌓을 수 있습니다.

『잡보장경』에 나오는 한 이야기입니다.

옛날에 한 사내가 있었습니다. 이 사람은 무엇인가 열심히 하는 것 같았는데도 하는 일마다 잘 풀리지가 않았죠. 그래서 부처님을 찾아가 말했습니다.

“부처님. 저는 하는 일마다 제대로 되는 일이 없습니다. 도대체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은 네가 남에게 베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내는 발끈해 부처님께 다시 물었습니다

“남에게 베풀려면 가진 게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저는 빈털터리입니다. 하는 일마다 모두 어그러져 아무것도 없는데 무엇을 남에게 베푼다는 말씀이신지요?”

부처님께서는 부드럽게 웃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렇지 않다. 네가 재물이 없다고 하더라도 베풀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그 일곱 가지 방법을 알려주겠다.”

그렇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재물이 없어도 베풀 수 있는 일곱 가지 보시를 말씀하셨습니다. 무재칠시無財七施라고 합니다. 지금부터 그 일곱 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화안시和顔施입니다.

화안시는 환하게 웃는 얼굴로 남을 대하여 상대방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보시 방법입니다. 얼굴로 하는 보시이지요.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속담도 있고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도 있으니 늘 많이 웃으시기 바랍니다.

둘째, 언시言施입니다.

언시는 말로 베푸는 보시입니다. 칭찬의 말, 감사의 말, 따뜻한 말 등등 좋은 말로 상대방의 기분을 좋게 하는 보시입니다. 어떤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보시의 마음을 가지고 전하시길 바랍니다.

셋째, 심시心施입니다.

마음으로 상대방을 편안하게 하는 보시입니다. 우리 마음은 바늘귀 같은 크기일수도 있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같이 넓기도 하고, 또 우리 마음의 색깔은 암흑처럼 어두운 색도 있고 백옥처럼 맑은 환한 색도 있습니다. 그러니 바다 같은 넓은 마음과 백옥 같은 맑은 마음으로 온정을 베푸는 보시를 할 수 있습니다.

넷째, 안시眼施입니다.

안시는 눈으로 상대를 평온하고 기쁘게 하는 보시입니다. 자기 손자나 자식들을 보듯 자비 가득한 눈으로 상대방을 대하도록 하세요. 눈으로 자비를 보내며 상대를 바라보면 자신의 마음도 더불어 편해집니다.

다섯째, 신시身施입니다.

부드럽고 친절하게 남을 대하거나 일을 돕는 등 몸으로 하는 보시입니다. 흔히 봉사활동으로 타인을 돕거나 무거운 짐을 들어드리는 것들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상대방을 공손하게 대하고 자신을 낮추는 것도 보시입니다. 

여섯째, 좌시座施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마련해 주거나 자리를 내주어 양보하는 보시입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자리를 양보하는 것도 포함되겠습니다. 

일곱째, 방시房施입니다.

머물 곳이 없는 사람에게 방을 내주어 편안히 쉴 곳을 마련해주는 보시입니다. 방시가 요즘 정서에 맞지 않아서 우리나라에서는 일곱째를 찰시察施로 하기도 합니다. 찰시는 상대방의 속을 헤아려 먼저 다가가 도와주는 보시입니다.

가진 게 많아도 나누지 않는 사람이 있는 반면, 가진 게 없어도 베푸는 사람이 있습니다. 눈으로 보이는 물질이 아니더라도 그 마음은 작지 않습니다. 이런 보시행이 쌓인 사람은 복을 짓는 것입니다. 

무재칠시의 보시행을 실천하는 사람은 이야기 속 ‘옛날의 한 사내’처럼 제대로 되는 일이 없는 경우는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공덕이 쌓여 원만히 일이 풀릴 것이고, 무엇보다 그 좋은 마음을 주변에서 알아줄 것입니다.

복은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지지 않습니다. 남을 향해 지은 미소가, 작은 칭찬의 말씨가, 내가 양보한 그 좌석이 나에게 돌아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혼자 사는 곳이 아닙니다. 더불어 사는 삶, 베풀며 산다면 무더운 여름날도 마냥 짜증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불자 여러분. 모두 무재칠시의 공덕을 실천해 더 아름답고 행복한 삶을 사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법문. 경륜 스님

마포 석불사 주지. 1974년 아산 봉곡사 묘각 스님을 은사로 출가. 법주사 석암 스님을 계사로 사미니계, 통도사에서 월하 스님을 계사로 비구니계를 수지했다. 수원 봉녕사 승가대학과 중앙승가대학교를 졸업했으며, 조계종 중앙종회의원을 역임했다. 성산동 성미어린이집, 도화동 연화어린이집 등을 운영하고, 서울 시립 목동청소년수련관 관장을 맡아 미래세대 포교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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