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안거 |
안거의 계절입니다. 스님들은 음력 4월 보름 다음날부터 7월 보름까지 3개월 동안 함께 모여 수행 정진하는 하안거夏安居에 들어갑니다. 안거安居는 부처님이 계실 때부터 시작했습니다. 우기에 비를 피하기 위해 한곳에 머물면서 수행에 전념했습니다. 안거는 정진이면서, 나를 쉬게 하는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이기도 합니다. 더위가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하는 요즘. 마음을 챙기기 어려운 날씨가 지속될 때, 고요한 숲으로 들어가 마음 살피는 짧은 안거를 행해보면 어떨까요. 불광이 추천하는 고요한 절과 녹음 짙은 숲. 홀로 안거하기 좋은 곳입니다.
01 가평 백련사 유윤정 |
잣나무 향기 맡으며, 잘 쉬었다 간다
경기도 가평 축령산 자락에 내려앉은 백련사 대웅전은 단청을 칠하지 않아 소박하다. 따뜻한 나뭇결과 문에 새겨진 꽃살이 도량을 품는 짙푸른 녹색과 더욱 잘 어우러진다. 오래된 역사를 간직한 사찰은 아니지만, 고요하게 머물며 수행하기엔 안성맞춤. 높고 푸르른 잣나무 숲속으로 떠나는 여행, 백련사(주지 승원 스님)는 도심에서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은 곳이기에 언제든 향하기 좋다.
백련사에서 보면 가까이 대금산이 보이고, 멀리로는 인연산이라도 불리는 명지산이, 그리고 용문산이 파도처럼 넘실댄다. 왼쪽에는 운악산, 오른쪽은 호명산, 뒤로는 축령산과 서리산이 있다. 이 산봉우리들이 연꽃잎처럼 둘러싸고 있는 중심에 들어서 있어서 그 이름이 백련사다. 울창한 잣나무 숲에 둘러싸인 소담한 절, 대웅전 처마 밑 용머리에 소복이 쌓인 송홧가루가 잣나무의 숨결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소박한 멋이 있는 백련사는 앉는 자리마다 휴식처다. 대웅전에서 참배를 한 후 오른쪽 위 오르막길을 향하면 2층짜리 신식건물 선불장이 나온다. 선불장은 템플스테이 수행관이다. 말끔한 건물에서 쉬는 것도 좋다. 하지만 얼른 선불장 오른편 단풍나무 밑으로 향한다. 한여름에도 붉은 단풍나무 밑에는 편하게 앉아 사유하기 적당한 널찍한 돌이 있다. 돌 위에 가만히 앉아 주변을 돌아보면 산이 너울너울 산수화처럼 펼쳐진다.
클로버 언덕을 지나면 여러 명이 함께 앉아 대화 나누기 좋은 널돌 의자가 있다. 주지 승원 스님은 선불장 댓돌에 걸터앉아 있다가 “저 나무 밑에 들어가 보면, 하늘도 안 보일 걸?” 하고 쉬어가기 좋은 장소를 일러준다. 숲에서 저마다 다른 새들이 휘~피르르, 삐리릭, 호루루, 목청을 뽐냈다. 도심의 소음과 차단된 공간, 자연의 멋을 느낄 수 있는 곳. 새들의 노래를 따라 백련사 뒤 잣나무 숲길로 포행을 나선다.
선불장과 안심당을 지나 절의 뒤편으로 난 길을 20여 분 오르면 가평 8경 중 제7경인 축령백림, 잣나무 숲길이 펼쳐진다. 해발 450~600m에 위치한, 하늘이 보이지 않을 듯 높은 잣나무가 사방 4Km에 빼곡히 있는 웅장한 숲이다. 발걸음마다 상쾌한 나무 냄새를 맡으며 치유의 숲을 걷는다. 생각을 정리하며 천천히 걸으면 두 시간이 걸린다. 봄이면 서리산 정상이 철쭉군락으로 붉게 물드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정말 잘 쉬었다 간다’ 그것이면 충분합니다. 나를 나답게 여기고, 스스로 정말 잘 쉬었다 간다는 생각, 그것 하나면 됩니다. 어느 환경이든 나에게 온 선물이라고 생각하세요.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살면 진짜 선물이 됩니다. 이 시간, 이 순간, 어느 때 하나 선물 아닌 것이 없답니다.”
템플스테이 지도법사 선효 스님이 우화정에서 구절초 꽃차를 내려주며 말을 건넸다. 하루를 묵으려 들어선 잘 정비된 방사에는 사진으로 설법하던 관조 스님의 오리지널 사진이 걸려있었다. 백련사에서만 볼 수 있는 사진법문이다. 뻐꾹, 숲에서 뻐꾸기가 울었다. 찰나의 새소리도 선물 같은 시간이다.
_________________
가평 백련사
경기도 가평군 상면 샘골길 159-50
031-585-3853